세계 1위 부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월가의 황제’로 불리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두 회사가 최근 신주인수권 계약을 둘러싸고 소송전에 들어가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테슬라와 JP모간의 좋지 못한 관계는 과거부터 지속돼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JP모간은 과거 머스크에게 “JP모간을 테슬라 차량 구매 고객의 대출은행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JP모간이 테슬라에 대한 금융 지원을 망설인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JP모간은 당시 전기차 배터리의 장기적인 가치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전기차 제왕 vs 월가 황제 해묵은 불화…결국 법정 갔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골드만삭스는 테슬라로부터 자문료 등으로 약 9000만달러를 챙긴 반면 JP모간이 받은 금액은 약 1500만달러에 불과했다. 2016년 이후 테슬라와 JP모간은 어떤 공식적인 업무 관계도 없었다. 2010년 테슬라의 기업공개(IPO) 때 JP모간이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보다 테슬라와 더 깊은 협력관계에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것은 최근 JP모간이 테슬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때문이다. 테슬라로부터 신주인수권을 구입한 JP모간은 테슬라가 관련 계약을 위반했다며 최소 1억6200만달러(약 1930억원)를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신주인수권은 유상증자 청약에 참여해 신주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테슬라는 2014년 계약에 따라 신주인수권 만기인 지난 6월과 7월 합의된 권리 행사 가격보다 테슬라 주가가 높을 경우 JP모간에 주식 또는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JP모간이 기준이 되는 신주인수권 권리 행사 가격을 조정하면서 문제가 꼬였다. 2018년 머스크가 “테슬라의 상장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자 JP모간이 권리 행사 가격을 낮춘 것이다. 비상장 전환 계획이 철회되자 JP모간은 권리 행사 가격을 높였지만 기존 가격에 비해선 여전히 낮았다. 이에 반발한 테슬라는 기존 가격에 근거해 JP모간에 현금을 지급했다.

이 같은 투자은행과 고객회사 간의 소송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투자은행들은 고객사와 공개적인 싸움을 꺼리기 때문이다. JP모간은 지난주 “우리는 테슬라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여러 기회를 줬는데 이 문제를 소송으로 내몰게 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JP모간이 소송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옐프(소비자 리뷰 사이트)에서 별 한 개 평점을 줄 것”이라며 “최후의 경고”라고 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