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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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지급,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을 놓고 임기 내내 여당과 기싸움을 해온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마지막 대결’에서 승리했다. 19조원의 초과세수를 당초 기재부 계획대로 소상공인에 대한 선별적 지원과 국채 상환 등에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달 초만 해도 이재명 후보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 주요 관계자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지역화폐 예산 확대 등을 요구하며 홍 부총리를 압박했다.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해 올해 거둘 세금 중 10조원을 과세 유예해 내년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기재부가 이를 반대하자 이 후보는 지난 15일 “홍 부총리를 비롯한 정책 집행자들이 따뜻한 방 안의 책상에서 결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재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세수 추계를 의도적으로 줄여서 했다며 “국정조사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과세 유예와 관련해 “(여당)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 국세징수법에 유예 요건이 있다”며 반대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재정 여력이 없다”며 “주머니 막 뒤진다고 돈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청와대까지 힘을 보탰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6일 “내년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여야가 논의해야 하며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18일 이 후보는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1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홍 부총리 손을 들어줬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취임 이후 주요 사안과 관련해 여당과 각을 세우다 번번이 자신의 뜻을 굽혀 ‘홍두사미’ ‘홍백기’ 등의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5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선별 지급을 주장했지만 여당의 주장에 막혔고, 올해 9월 2차 재난지원금도 하위 70% 지급을 주장했다가 88%로 물러섰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여섯 차례 이뤄진 추경 편성과 관련해서도 대부분 초반에는 재정건전성을 위해 규모를 최소화하려 했지만 입장을 관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초과세수 활용에 본인의 뜻을 100% 반영하면서 여당과의 마지막 힘겨루기에서 승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 대선까지 경제정책 결정과 관련해 별다른 일정이 남아 있지 않아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