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인간으로서 전두환 명복 빌기로 했다"
전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20대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로 찾은 민주화의 기회를 짓밟은 전두환 대통령을 저주했다"며 "기자 시절 취재를 갈 때 처음 보는 운전기사가 전두환 대통령을 욕하는 제게 '듣기 불편하다'고 정색을 한 적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운전기사는 '기자님들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제가 군대에서 그분(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셨다. 그분이 오신 뒤로 군대 급식을 빼돌리는 게 싹 없어지고 집에서 먹는 것보다 푸짐한 식사가 나왔다'고 말했다"며 "지금도 생생한 기억"이라고 했다.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그의 죽음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언론은 '사망', '별세' 등 그들의 진영논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죽음을 표현하지만 저는 백낙청 교수의 말처럼 선인이든 악인이든 죽음 앞에선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 전 의원은 "저는 권력을 놓친 전직 대통령들을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만 보면 같이 잡담이라도 나누고 싶어하는 동네 할아버지 같은 전직 대통령을 통해 권력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알게 됐다"며 "저는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주석, 김정은 위원장, 이설주 여사라고 부르는 이들이 '전두환 씨'라고 부르는 것은 예의가 아니고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고통의 현대사 속에 저도 젊은 날을 보내며 '한 개의 점'으로서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으로서 죽음의 강을 넘은 한 인간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널에 전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해 글을 올리면서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적었다가 '씨'로 수정한 바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했으니 전두환 씨라고 하는 게 맞겠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