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아내와 사별하고 2009년경부터 B와 동거했다. A가 2013년경 만성신장병 3기 진단을 받고 난 이후인 2014년경 B와의 동거관계는 청산됐다.

한편 A는 2009년 6월 29일 D손해보험회사와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보험수익자는 B로 되어 있었다.

A는 2016년경 과거 동거인 B에게 보험수익자 변경을 위해 D손해보험회사에 같이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B도 위 요청을 수락하였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D손해보험에 보험수익자 변경 통지를 하지는 못했다.

결국 A는 만성신장병으로 투병하다가 2017년 10월 8일 사망했다. C는 A의 외동딸로서 유일한 상속인이다. 이런 경우 C가 D손해보험에 보험금청구를 할 수 있을까?

대법원의 판단은 '청구할 수 있다' 였다(2019다204869 판결).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할 권리가 있다(상법 제733조 제1항). 이러한 보험수익자 변경권은 형성권으로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행사할 수 있고 그 행사에 의해 변경의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 다만 보험계약자는 보험수익자를 변경한 후 보험자에 대하여 이를 통지하지 않으면 보험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상법 제734조 제1항).

이와 같은 보험수익자 변경권의 법적 성질과 상법 규정의 해석에 비추어 보면, 보험수익자 변경의 의사표시가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이상 그러한 의사표시가 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도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보험수익자 변경의 효과는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 A가 보험수익자를 변경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은 변론과정에서 증명됐다. 다만 A가 보험수익자를 B에서 누구로 변경하려고 했는지는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에게 C 이외에 다른 상속인이 존재하지 않고 재판에 이르기까지 C 이외에 다른 사람이 보험수익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다"며 "A가 보험수익자로 변경하고자 했던 사람은 C였을 것"으로 추단했다.

이러한 결론에 따르면 결국 보험수익자는 B에서 C로 변경된 것으로 보아야 하고, C는 D손해보험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