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메기' 카카오가 철옹성 '보험 장벽'을 허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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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사진 제공=카카오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111/01.28140443.1.jpg)
이런 보험 산업에 '메기'가 나타났습니다. 디지털 보험사 얘기입니다. 지난 6월 금융위원회는 카카오손해보험의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카카오손해보험이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과 플랫폼 연계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키고 보험 산업의 혁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번 카카오손해보험 예비허가는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통신판매전문 보험사 예비허가를 받은 첫 사례입니다. 2003년 정부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도입과 의무보험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해 26년 만에 보험업법 전면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전면 개정 내용엔 최소 자본금이 일반 보험사의 3분의 2 수준으로 완화되는 통신판매전문 보험사의 정의와 모집 방법이 포함됐습니다. 이후 2013년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생명보험이 설립됐습니다. 2019년엔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영업을 시작했죠.
기존 보험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가 디지털 보험 시장에 뛰어드는 게 처음이다 보니 시장 안팎의 관심이 높습니다. 전 산업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카카오그룹의 진출이다 보니 더욱 그렇답니다. 시장 참여자들은 카카오손해보험이 태풍이 될지, 미풍에 그칠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로만 보면, 시중은행은 자산 규모 성장세가 둔화된 데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금리 경쟁력 이외에도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의 사용 편리성도 강점으로 작용했죠. 젊고 경제 활동이 활발한 30~40대 고객들이 대거 시중은행에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다고 디지털 보험사가 인터넷전문은행처럼 빠르게 입지를 구축하고 산업의 변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비해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미미합니다. 디지털 보험사 두 곳의 총자산은 국내 보험 산업 총자산의 0.05%에 불과하거든요.
생명보험 상품 중 가장 단순하다고 하는 정기 보험만 봐도 보험 종류를 순수보장형으로 할지, 50% 만기 환급형으로 할지, 100% 만기 환급형으로 할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집니다. 또 보험 기간을 10년, 20년으로 할지, 납입 기간을 일시납이나 20년 납 등으로 할지에 따라 보험료가 차별화되죠. 납입 주기 역시 일시납이나 월납, 연납 등으로 세분화됩니다. 정기 보험은 보험 기간 중 피보험자가 사망하는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가장 단순한 보험 상품인 데도 이렇게 조건과 상황이 다양하답니다. 여기에 특약 조건까지 붙게 되면 사실상 보험사 마다 단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전환 용이성도 떨어집니다. 예금 상품은 만기가 아무리 길어도 36개월 수준입니다. 만기 전에 해지하더라도 원금을 받을 수 있죠. 보험 상품은 중도 해지 때 손실이 크게 발생합니다. 보험 상품은 은행의 예금과 달리 위험 보장과 저축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존 보험사가 주력하지 않는 '미니 보험'에 뛰어들 수도 있습니다. 보험 기간이 짧고 보험료가 소액인 소액 단기 보험에 주력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보험료가 소액이라 대면 채널보단 판매 수수료 부담이 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한 판매가 적합하거든요. 디지털 보험사에 적합한 구조랍니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디지털 보험사가 미니 보험을 활용해 새로운 보험 상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면 기존 보험사에도 새로운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디지털 보험사의 높은 접근성을 고려할 때 디지털 전환에 뒤처지는 보험사는 사업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카카오손해보험은 단순화된 소액 보험 상품에 대한 판매 채널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보험사가 단기간 내 공고한 기존 보험사의 시장 지위를 뛰어넘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못한 새로운 보험 서비스나 고객 맞춤화 상품이 잇따라 시장에 나온다면, 결국 기존 보험사들도 시장 지위나 수익성에 위협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철옹성 같은 '보험 장벽'이 허물어질 수도 있단 의미입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