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은 경제력집중 방지를 위하여 일정한 규모 이상에 해당하는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1일(부득이한 경우 5월 15일까지) 자산규모에 따라 공시대상 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을 구분, 지정해서 발표한다.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시의무,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제한, 금융회사·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사익편취 등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된다.

공정거래법의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의 범위가 확정되기 위해서는 동일인이 지정돼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의 정의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다만 공정거래법 제2조 제2호의 기업집단에 대한 정의규정을 통해 유추해보면, 동일인이란 '2개 이상의 회사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는 소위 총수를, 동일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최고 정점에 있는 회사를 말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동일인의 범위와 '사실상 지배력' 어떻게 볼 것인가

동일인의 주요 개념표지인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에서 정하고 있으며, 크게 지분율 기준(정량적 기준)과 지배력 기준(정성적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분율 기준(정량적 기준)에 따르면,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합하여 해당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로서 최다출자자인 경우 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동일인관련자는 동일인의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이내의 인척,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합하여 총출연금액의 100분의 30이상을 출연한 경우에 해당된다. 최다출연자가 되거나 동일인 및 동일인관련자중 1인이 설립자인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 동일인이 직접 또는 동일인관련자를 통해 임원의 구성이나 사업운용 등에 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 동일인 및 동일인과 위와 같은 관계에 해당하는 자의 사용인을 말한다(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 제1호).

지배적인 영향력에 관해선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조 제2호에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대표이사 또는 임원(50% 이상)의 임명권한, 투자 등 중요의사결정권한 등을 기준으로 하거나 동일인이 지배하는 회사와의 인사교류 여부, 동일인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통상적인 범위를 초과한 거래 또는 채무보증이 있는지 여부, 동일인의 기업집단 계열회사로 인정되는 영업상의 표시행위를 하는 등 사회통념상 경제적 동일체로 인정되는지 여부 등을 그 판단의 기준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일인인 A가 B, C 등 핵심기업들에 대해 지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이 객관적으로 분명한 상태에서 동일인이 지배력 기준을 총족한 것인지가 쟁점이 된 사안을 보자. 법원은 △'A가 채권금융기관의 협조 또는 동의하에 양사의 대표이사를 임면하거나 임면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점 △A는 B의 명예회장, C의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위 각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업무집행에 관하여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이는 점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승인 또는 자금관리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감시의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서 A의 지배적 영향력 인정에 장애가 되지 아니하는 점' 등의 사정을 들어 A가 사실상 B, C의 사업내용을 지배하고 있다고 봤다. 따라서 B가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D 및 그 자회사 등에 대해서도 A의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두27268 판결).

2021년 현재 71개 기업집단이 공시대상 기업집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이 5조원에 근접한 기업집단들을 대상으로 자료제출을 요청하고 해당 기업집단들의 최상위 회사 또는 그룹 소유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와 최상위 회사의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뒤 동일인을 지정한다. 기업집단 스스로 내부 합의를 통해 자체적으로 동일인을 정하고 동일인관련자의 범위를 파악하여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이 제시한 의견에 구속되지 않는다.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동일인을 지정할 수 있다. 그래서 실무상 동일인의 지정기준이나 지정방식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기업집단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한 동일인이 다를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소를 제기하는 등의 불복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법원에서는 동일인 지정이 대규모기업집단지정처분의 전제가 된다는 입장에서 대규모기업집단지정처분 자체에 대한 다툼을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5. 3. 26 선고 2012두27268 판결).

스타트업 등 신산업분야 규제 여부는 검토 필요

대규모기업집단의 지정이 미치는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동일인 지정제도는 객관적이고 예측가능한 방법으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인 후보자가 지분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건강상태이거나 의사무능력 상태에 이른 경우에도 회사에 대해 사실상 지배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검토가 필요하다. 또 지분율 기준을 충족하는 의식불명자 이외에 당해 회사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 등 다수의 동일인 후보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어떤 기준으로 동일인을 지정하고 그 기준의 객관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한편 외국인 또는 외국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다. 대규모기업집단의 규제는 경제력집중을 억제하여 국민경제에서의 부정적 영향을 억제하려는 데 있다. 만약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게 되면 이에 따른 각종 규제와 함께 동일인에 대한 형사처벌문제가 대두될 수 있고, 우리나라와 규범체계가 다른 외국이 쉽게 수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문제, 통상문제가 빚어지는 등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에 의한 동일인지정제도를 외국에 대하여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리고 최근 대규모기업집단의 동일인이 3대, 4대로 세습되면서 동일인의 지분율희석현상이 발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대규모기업집단의 성격 자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가족간의 상속,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인하여 동일인과 동일인관련자 사이의 의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그들 사이의 합종연횡으로 의사결정의 일관성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현재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정해져 있는 친족인 동일인관련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혈연이 강조되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현대사회의 특성상 당숙(5촌), 외사촌 등의 상황을 일일이 파악해 그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무리라는 취지의 지적에 공감하는 견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스타트업·벤처기업이 공시대상기업에 포함되고 있는데, 과거 제조업 중심의 내부거래를 통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를 신산업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앞으로 IT기업들이 더 성장해 더 많은 기업들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게 될 경우, 과도한 규제의 영향으로 글로벌 경쟁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지적들은 모두 어느 정도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대규모기업집단 및 동일인지정제도 개선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규제개선의 동향과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여 그 대응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아울러 공시의무, 상호출자 또는 순환출자, 채무보증, 사익편취 등의 규제에 대한 점검도 더욱 철저히 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 전 서울고등법원 고법판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정리=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