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오징어 게임'이 알려준 과학기술 성공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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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하지 않는 지원'이 성공 원동력
단기 성과 벗어나 연구 자율성 확대해야
이석훈 출연硏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
단기 성과 벗어나 연구 자율성 확대해야
이석훈 출연硏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 회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9월 17일 공개돼 공식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모두에서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이 시청했다.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열풍 덕에 넷플릭스는 올 3분기에만 유료 가입자 438만 명이 증가하는 등 제작비(253억원)의 40배에 달하는 1조원 이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청자의 한 사람이자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성공 요인 중 10년 동안 서랍 속에서 묻혀 있던 작품이 성공하기까지의 제작 환경, 즉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투자 전략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작품 제작을 결정하면 제작비의 120% 정도를 제작사에 선지급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들게 한다. 작품에 대한 모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는 조건이지만, 작품 흥행 여부를 감당하면서 작품 제작 전권을 감독에게 일임해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감독은 오로지 작품 완성에만 몰입하면 되는 체계다. 안정적인 제작비 지원, 창작의 자율성, 작품 완성까지 충분한 제작 시간 제공 등 ‘간섭하지 않는 지원’이야말로 감독이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을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에서 제작했다면 이런 제작 환경과 그 결과물의 세계적인 인기몰이가 가능했을까? 최근 국정감사에서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질책한 한 국회의원의 말은 국내 공영방송이 처한 현실을 국회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수십조원의 과학기술 예산을 쓰면서 노벨상을 왜 못 받느냐는 질책을 듣고 있는 공공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체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의 성과는 창의성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설립 당시 세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미 사라지고 정부마다 바뀌는 과학기술 정책을 따라야 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해 표류하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몰입 저해요인 설문조사(복수응답)에서 ‘불합리한 관료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의 어려움’이 각각 59%로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출연연의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1997년부터 출연연에 적용되고 있는 과제중심예산제도(PBS)는 20년 이상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50% 내외의 연구비와 인건비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연구원들은 ‘앵벌이꾼’이라고 자조하며 과제 수탁에 내몰리고 있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의 단기 성과 중심 정책은 기초·원천연구에 요구되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말로만 실패를 허용하는 정량성과 중심 평가제도는 국가 미래성장동력이 될 도전적 연구 추진을 망설이게 한다.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동력이다.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국가 과학기술 정책은 여전히 양적인 경쟁력 강화에 머물러 있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하는 지도자라면 관료주의에 의한 연구 자율성 위축, PBS에 기조를 둔 불안정한 예산제도, 단기 성과 강요와 같이 연구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국가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원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자가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연구생태계’ 구축 방안을 반드시 국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의 한 사람이자 과학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여러 성공 요인 중 10년 동안 서랍 속에서 묻혀 있던 작품이 성공하기까지의 제작 환경, 즉 넷플릭스의 콘텐츠 제작 투자 전략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넷플릭스는 작품 제작을 결정하면 제작비의 120% 정도를 제작사에 선지급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작품을 만들게 한다. 작품에 대한 모든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는 조건이지만, 작품 흥행 여부를 감당하면서 작품 제작 전권을 감독에게 일임해 창작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감독은 오로지 작품 완성에만 몰입하면 되는 체계다. 안정적인 제작비 지원, 창작의 자율성, 작품 완성까지 충분한 제작 시간 제공 등 ‘간섭하지 않는 지원’이야말로 감독이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을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에서 제작했다면 이런 제작 환경과 그 결과물의 세계적인 인기몰이가 가능했을까? 최근 국정감사에서 “왜 KBS는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느냐”고 질책한 한 국회의원의 말은 국내 공영방송이 처한 현실을 국회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수십조원의 과학기술 예산을 쓰면서 노벨상을 왜 못 받느냐는 질책을 듣고 있는 공공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체제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세계적인 과학기술의 성과는 창의성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은 설립 당시 세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이미 사라지고 정부마다 바뀌는 과학기술 정책을 따라야 하는 하수인으로 전락해 표류하고 있다.
출연연의 연구몰입 저해요인 설문조사(복수응답)에서 ‘불합리한 관료주의’와 ‘연구 독립성 보장의 어려움’이 각각 59%로 정부의 간섭과 규제가 출연연의 과학기술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심각한 요인으로 지적됐다. 또한 1997년부터 출연연에 적용되고 있는 과제중심예산제도(PBS)는 20년 이상 문제점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50% 내외의 연구비와 인건비를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 연구원들은 ‘앵벌이꾼’이라고 자조하며 과제 수탁에 내몰리고 있다.
5년마다 바뀌는 정부의 단기 성과 중심 정책은 기초·원천연구에 요구되는 장기적인 연구개발 추진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말로만 실패를 허용하는 정량성과 중심 평가제도는 국가 미래성장동력이 될 도전적 연구 추진을 망설이게 한다.
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자 동력이다. 한국은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지만, 국가 과학기술 정책은 여전히 양적인 경쟁력 강화에 머물러 있다.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원하는 지도자라면 관료주의에 의한 연구 자율성 위축, PBS에 기조를 둔 불안정한 예산제도, 단기 성과 강요와 같이 연구 몰입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국가 경쟁력을 후퇴시키는 원인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자가 역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연구생태계’ 구축 방안을 반드시 국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