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준의 통찰과 전망] DX시대 '고객 후기'는 경쟁력 원천
“내일 회사가 문을 닫는다. 오늘 한 가지만 들고 나간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간부급 직원들에게 던졌다. ‘브랜드, 특허, 제조설비, 물류망, 연구개발(R&D) 조직’ 등 각양각색의 대답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사장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나라면 30만 건의 고객 후기를 선택한다. 지금까지 사업을 성공시킨 원동력이고, 이것만으로 언제든지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

지누스 창업자 이윤재 회장의 실전적 경험담이다. 그는 1990년대 텐트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랐지만 IMF 외환위기 때 파산 지경에 몰렸다. 이후 미국에서 매트리스 온라인 판매사업으로 재기했다. 새로운 분야에 자금과 기술, 경험이 모두 부족하던 상황에서 고객 후기를 철저히 분석해 제품 개선과 마케팅 등 사업 방향을 정립해 나갔다는 회고다.

시장경제에서 사업자의 본질을 단도직입적으로 표현하면 ‘팔면 살고 못 팔면 죽는다’로 압축된다. 고객에게 가치를 인정받아 구매로 연결되면 사업은 유지되고 그렇지 않으면 파산이다. 따라서 모든 사업의 기반이 고객임은 불변의 원칙이다. 하지만 고객 접점과 소통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고객 접점은 오프라인 매장이고 고객 서베이, 시장조사 등 간접적으로 전체 고객을 이해한다. 반면 디지털전환(DX·digital exchange) 시대의 고객 접점은 모바일, PC 등 디지털 기기이고, 여기서 수집한 데이터 분석으로 직접적으로 고객 전체에 접근하고 이해한다. 이는 개념적 차원이 아니라 현실적 실체이고,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보편적 트렌드다. 최근 급속히 확산하는 배달음식 주문 플랫폼을 매개체로 영업하는 식당이 대표적 사례다.

플랫폼에 입점한 식당들의 고객 접점은 접속 화면의 음식 사진과 고객 후기다. 잠재고객들은 사진을 보고 사용자 후기를 읽으면서 주문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이 부실하거나 평점이 낮고 부정적 후기가 많으면 선택받기 어렵다. 반면 매력적 사진과 높은 평점의 긍정적 후기는 주문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인다. 대부분 식당 주인들도 이를 이해하지만 반응하는 방식은 차이가 많다. 안 되는 식당은 수요자인 고객 반응을 공급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본다. 부정적 후기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심지어 어설픈 조작도 시도한다. 반면 잘되는 식당에서는 모든 후기를 소중하게 여기며 부정적 후기조차 개선의 아이디어로 연결한다. 불만 사항에서 착안해 포장 용기를 개선하고 반복되는 주문 패턴에서 세트메뉴를 개발하는 식이다.

온라인 배송사업자인 쿠팡이츠에서 반찬집 매출 1위 가게는 한 달에 온라인 주문으로만 1500만원의 판매를 기록한다. 60대 중반의 가게 주인은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꺼내 고객들이 남긴 후기를 일일이 살펴보면서 반응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도출한다고 한다.

배달음식에서 관찰되는 이러한 흐름은 소비재 전반의 현상이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협소한 영역에서 분절됐던 자영업자들이 디지털 시대에는 플랫폼에 탑재돼 배송망을 매개체로 광역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배달음식점, 반찬가게 등의 전통적인 자영업은 독자적으로는 DX 전략은 고사하고 홈페이지 구축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가입한 플랫폼의 주문자들이 남긴 사용 후기만으로도 소위 고객 접점(UI), 고객 경험(UX)을 이해하고 차별적 경쟁력의 원천으로 연결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아날로그 기업들도 DX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특히 고객 접점과 고객 경험의 이해와 대응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고 기술적으로 접근해 자원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고객의 실제 경험과 생생한 목소리는 의외로 가까이에 존재한다.

DX 시대에는 저가치의 둔중한 돌덩이 아날로그 사업도 디지털 기술을 촉매제로 고가치의 경쾌한 금덩이 사업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러한 변화를 추동하는 핵심 자산인 고객 경험과 고객 접점에 대한 실제 정보는 예상외로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업종과 영역을 불문하고 관점만 전환하면 디지털 노다지가 눈앞에 있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