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인상 시점 놓고 "정치일정 고려는 바람직하지 않아"
경기 회복 제약 의견에 "물가 상황 최우선 고려"
이주열 "기준금리 여전히 완화적…내년 1분기 인상 배제 못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연 1.00%로 인상된 기준금리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경기가 회복하고 금융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이 유지된다면 기준금리를 연속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는 내년 1분기 중 1월 14일과 2월 24일 예정돼 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16일 연 0.75%로 내려 0%대 금리에 들어선 지 20개월 만에 1%대로 높아졌다.

◇ "이번 기준금리 인상, 경기회복 크게 제약 안 할 듯"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직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0%가 됐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면서 "내년의 성장, 물가 전망을 고려할 때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은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 뒷받침하는 수준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근거로 실질 기준금리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해 중립 금리보다 낮고, 광의 통화량(M2) 지표가 두 자릿수 수준을 유지하는 등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추가 인상을 예고한 뒤에도 국내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고 민간 소비도 금리 인상보다 정부의 방역 전환에 크게 영향받으며 빠르게 반등하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이 총재는 "현재 금융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이번 인상으로 경기 회복이 크게 제약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기준금리를 왜 올리는지를 봐야 하는데, 기준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긴축이 아니라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주요 중앙은행도 앞으로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본다"며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Fed)도 내년 하반기 인상을 말하는데 다 같이 정상화를 언급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성장세가 견조하고 물가와 금융 불균형이 여전히 높은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원론적으로 생각해봐도 배제할 필요가 없다"며 "대신 시기는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일을 앞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대해선 "금통위원들은 기본적으로 금융·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한다"며 "정치 일정이나 총재의 임기(내년 3월 말)와 결부하는 말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 "통화정책 정상화, 물가 상황 우선적으로 고려"
일각에서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좀 더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 대해선 "속도조절론은 알고 있지만, 금통위는 물가 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성장세와 물가 오름세를 함께 놓고 보는데, 최근 둘 다 확대하고 있다"라며 "물가 오름세 등이 확대되며 실질적인 완화 정도는 확대됐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특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위험 요인으로 ▲ 수요 요인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높은 변동성 ▲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을 꼽았다.
이주열 "기준금리 여전히 완화적…내년 1분기 인상 배제 못해"
그는 "(물가가) 2% 이상 상승한 소비자물가품목 개수가 연초보다 최근 많이 늘어나 있고 수요 측 물가 압력을 나타내는 근원 품목 기준도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파악한다"며 "공급 측 요인에 의해 물가 상승 압력이 시작됐지만, 점차 수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국제 유가는 점차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지만, 탄소중립 정책 추진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갈 거란 견해도 있다"며 "공급 병목 현상이 길어진다면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전방위적으로 높일 수 있어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가가 목표치를 웃도는 기간이 처음엔 짧은 기간이 될 것이라 봤는데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최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대출의 큰 폭 증가, 주택가격 상승, 경제 주체들의 위험 선호, 특히 과다한 차입을 통한 자산 투자 등 금융 불균형 현상은 오랫동안 누적돼 왔고 감독 당국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왔다"며 "그에 따른 영향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거시건전성 정책은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정상화하면 과도한 차입에 의한 수익 추구가 줄어드는 등 금융 불균형 완화 효과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