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구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  /하헌형 기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서울 용산구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 /하헌형 기자
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공덕역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들의 리모델링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삼성(공덕래미안1차)’과 대흥동 ‘대흥태영(마포태영)’에 이어 용산구 도원동 ‘도원삼성래미안’도 최근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강북의 인기 주거지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일대에선 마포구 도화동 ‘도화3지구우성’ 등 준공한 지 30년 안팎 된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리모델링 단지 3곳으로 늘어

마포·공덕역 노후단지 '너도나도 리모델링'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도원삼성래미안은 지난주 리모델링 추진위를 구성하고, 설계업체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내년 초부터 주택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걷어 7월쯤 조합 설립 인가를 받는 게 목표”라고 했다.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려면 주민 66.7%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001년 준공된 도원삼성래미안은 지하 4층~지상 최고 22층, 15개 동, 1458가구(전용면적 59~114㎡) 규모의 대단지다. 용산구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이촌동 ‘한가람’(2036가구)에 이어 두 번째로 가구수가 많다. 공덕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로, 마포구와의 경계선에 자리잡고 있다. 기존 용적률이 289%에 달해 재건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자 리모델링으로 가닥을 잡았다.

추진위 측은 수평·별동 증축 방식의 리모델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옆으로 면적을 늘리는 수평 증축은 수직 증축에 비해 사업성은 떨어지지만, 안전성 검토를 받을 필요가 없어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사업 수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모델링이 가시화하면서 집값도 상승세다.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 9월 말 16억3000만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현재 호가는 17억5000만원에 달한다. 전용 59㎡도 지난달 초 14억3000만원에 신고가를 찍으며 ‘대출 금지선’인 15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도원동 R공인 관계자는 “마포와 용산 생활권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입지가 강점”이라며 “조합 설립이 완료되면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 아파트는 ‘용산파크래미안’으로 단지명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도화우성 등 재건축도 활기

공덕역과 맞닿아 있는 공덕삼성(651가구, 1999년 준공)도 리모델링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초 추진위를 꾸린 이 단지는 현재까지 주민 사전 동의율 50%를 확보했다. 내년 상반기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본격적인 리모델링 절차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마포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대흥태영(1992가구, 1999년 준공)은 지난 8월부터 조합 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서를 받고 있다. 서울시가 이 단지 리모델링 사업에 조합원 자격으로 참여해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전체 가구수의 28.5%인 568가구가 서울시 소유 임대주택이다. 서울시가 민간 리모델링 사업에 조합원으로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대형 주택형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강해 주민 동의율 66.7%를 채우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포·공덕역 인근에선 노후 단지들의 재건축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도화3지구우성이다. 이 단지는 지난 5월 재건축 첫 관문인 예비 안전진단(현지 조사)을 통과했다. 모금 활동을 거쳐 내년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할 전망이다. 다만 용적률이 228%에 달해 재건축 사업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준비위 측은 재건축 과정에서 기부채납 등을 통해 용적률을 법정 상한인 300%까지 높인다는 목표다.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에 포함돼 있는 도화3지구우성은 연말 발표될 ‘서울시 2040 도시 기본계획’을 통해 한강변 층수(35층) 제한이 완화되면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

도원삼성래미안 맞은편 ‘도화현대1차’(1021가구, 1993년 준공)도 지난해 재건축 추진 준비위를 구성해 예비 안전진단을 준비 중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