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직장을 떠났던 근로자들이 서둘러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의 일터 복귀 움직임이 더딘 미국 영국 등과 대조된다. 프랑스는 코로나19 일자리 지원책을 ‘기업’에, 미국 영국 등이 ‘근로자’에 집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근로자 상당수는 든든한 정부 지원과 경제 회복세를 믿고 자발적으로 일터를 떠났다”며 “하지만 최근 몇 달 동안 프랑스 근로자 수천 명이 새 일자리를 얻었다”고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4분기 프랑스의 실업률은 8.1%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로는 실업률이 작년 1분기 7.8%, 2분기 7.1% 등으로 되레 줄었다.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1000억유로(약 133조44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펼친 결과였다.

그런데 작년 3분기엔 실업률이 9.1%로 급격히 치솟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있었지만, 정부 지원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믿고 자발적으로 일자리를 떠난 근로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FT는 프랑스 정부가 근로자가 아니라 기업을 지원한 덕분에 실업률이 빠르게 8%대로 회복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스테파노 스카르페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담당 이사는 “프랑스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했다”며 “마침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조건이 충족된 것 같다”고 했다.

FT는 기업이 아니라 근로자에게 돈을 쥐여준 미국과 대비해 프랑스 노동시장을 조명했다. 이 신문은 “미국 영국 등에서는 기록적인 수의 근로자가 노동시장을 떠났다”며 “반면 프랑스는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이후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대퇴직(Big Quit)’ 사태를 피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프랑스의 노동참여율은 74%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다만 프랑스의 실업률(올 3분기 기준 8.1%)은 영국(4.3%) 독일(3.4%) 등 다른 국가보다 높다. 노동시장을 완전히 빠져나가 더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유효 은퇴 연령도 평균 60.8세로,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다. 독일 63.8세, 영국 64.7세, 미국 67.2세, 한국 72.3세 등이다.

필리프 마르탱 프랑스 경제분석위원회 부의장은 “프랑스의 25~55세 고용률은 다른 나라와 비슷하다”며 “하지만 젊은이와 고령자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