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3차원 가상공간)·대체불가능토큰(NFT) 테마주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지난 22일 대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크게 몰리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선 지 하루 만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상의 세계에 사람들을 모으고, 가상 공간 안에서 경제 생태계가 굴러갈 수 있도록 돕는 NFT와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성을 부인하는 전문가들은 이제 없다. 다만 단기간에 주가수익비율(PER) 100배를 넘어서는 종목이 나타나는 등 메타버스, NFT 테마주의 과열 양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메가트렌드 된 메타버스·NFT 테마 어디까지 갈까

○“최소 내년까지 버블 지속된다”

25일 드래곤플라이는 18.64% 급등한 4615원에 거래를 마쳤다. 드래곤플라이의 자회사 디에프체인이 NFT 기술을 접목한 P2E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다. 엔피(7.55%), 알체라(6.76%), 덱스터(6.11%), 위지윅스튜디오(4.88%) 등 최근 조정을 거친 관련 종목도 반등했다.

최근 메타버스·NFT 상승장을 두고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1990년대 말 ‘닷컴버블’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메타버스나 NFT 관련 신사업 발표만 하면 주가가 오르는 최근 모습이 인터넷 관련 사업에 진출한다는 발표와 함께 주가가 급등하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이 같은 버블이 내년 가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년까지 더 많은 업종에서 메타버스나 NFT를 사업 목적에 추가하거나 사명을 바꾸는 업체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닷컴 버블 당시 미국 금리가 6%대였음에도 수백%씩 상승한 종목이 속출했던 것을 감안하면 메타버스·NFT는 내년 가을까지 주목해야 할 기술”이라고 말했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메타버스·NFT 장세가 당분간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6월을 고점으로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경기가 나쁠수록 투자자들은 성장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준금리가 인상되긴 했지만 주식시장엔 앞으로 두 번의 추가 인상까지 미리 반영된 상태”라며 “메타버스나 NFT 같은 성장주가 더 비싸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NFT 장세가 더 길게 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최근 단기 수급이 크게 몰리긴 했지만 메타버스와 NFT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는 메가트렌드인 만큼 주가 수준은 초기 단계일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이나 NFT거래소 같은 핵심 종목은 2~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면서 투자자가 테마에 열광하는 시기가 지나고 앞으로 1년여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레이스’에서 탈락하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얘기다.

○“장기적으로 게임이 유망 업종”

엇갈리는 의견에도 장기적으로 메타버스, NFT 사업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는 기업이 등장하면 주가는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유망한 업종으로는 공통적으로 게임을 꼽았다. 신 대표는 “게임 플랫폼에서 NFT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게임은 단순한 놀이에서 부업 수단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서울옥션 등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콘텐츠를 디지털화해 판매할 수 있는 기업도 유망하다”고 말했다.

위지윅스튜디오, 자이언트스텝 등 영상 시각효과(VFX) 기업은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 기업의 12개월 선행 PER은 각각 114.79배, 123.26배에 달한다. 김 대표는 “영화 특수효과 등을 통해 올린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 이 산업의 주인공을 찾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닷컴버블 당시 ‘인터넷 바람’을 타고 수백~수천%씩 오른 미국 기업 중 지금까지 살아남아 성장한 기업은 아마존뿐이다. 주당 7~8달러 선이던 아마존 주가는 닷컴버블을 타고 106달러까지 올랐다가 다시 10달러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 35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 현재 IT 산업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은 닷컴버블 이후에 탄생했다”며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것과 실제 산업의 ‘위너’가 되는 건 다른 이야기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