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전해액 제조업체인 엔켐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900억원을 조달한다고 25일 공시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지 한 달도 안 돼 자금 조달에 또 나서는 것이다. BW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정해진 가격에 발행회사의 신주를 사들일 권리가 붙은 채권이다.

발행 방식은 사모로 형태는 무기명 무보증 비분리 BW다. 사채의 표면이자는 연 0.0%, 행사가액은 11만27.30원이다. 별도의 이자지급기일은 없다.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발행할 주식수는 79만8367주로 발행주식 수의 4.99%다. 권리행사 시작일은 2022년 11월 29일부터이며 만기일은 2026년 11월 29일까지다.

증권가는 엔켐이 또다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선다는 점에서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달 코스닥 상장으로 950억원을 공모한 데 이어 BW 발행까지 완료하면 한 달 동안 1850억원을 조달하는 셈이다. 다음달 1일부터 의무보유확약 기간이 풀린 주식들이 시장에 나온다는 점도 주가에 악재다. 기관에 배정된 공모주 중 의무보유확약기간 1개월인 물량은 12만7880주(0.8%)이며 △3개월(47만413주·3.1%) △6개월(42만444주·2.8%) 등 기관 보유 물량이 꾸준히 시장에 풀리게 된다.

회사 측은 조달한 자금을 리튬염 등 원재로 장기계약과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엔켐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액을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연 6만5000t의 전해액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으로 연말 생산능력이 8만5000t으로 늘어난다. 2022년엔 헝가리 공장과 중국 장강 공장이 가동되면서 12만5000t, 2025년에는 총 22만5000t의 생산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켐은 공모 기업 중 공모가 인상률이 가장 높은 회사로 기록됐다. 희망 공모가는 3만~3만5000원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흥행하면서 4만2000원에 공모가를 결정했다. 상장 후 주가는 공모가의 약 세 배인 13만6000원까지 치솟았고, 이날 기준 종가는 11만4100원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