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조주완 신임 LG전자 사장(사진)이다. 사업본부장을 거치지 않고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례적인 인사다. 지난해와 올해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아 LG전자의 사업구조 재편을 이끈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CEO 부임 이후에도 계속 CSO를 겸임한다.

조 사장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 임무는 미래 준비와 디지털 전환, 고객가치 경영”이라며 “회사가 이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 맡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사업은 사업본부장들이 워낙 잘하고 있다”며 “본부장에 최대한 권한을 위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 북미지역 대표를 지낸 그는 글로벌 시장 동향은 물론 주력 제품의 디테일과 마케팅전략까지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최근까지 권봉석 신임 ㈜LG 부회장과 LG전자 CEO, CSO로 호흡을 맞춰왔다”며 “지주사의 전략적 방향에 맞춰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LG전자의 기업가치가 시장 성장 속도보다는 빠르게 올랐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며 “회사의 변화를 통해 시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CS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출범한 ‘별동대’와 같은 조직이다. 지난해 LG전자를 시작으로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 CNS 등에 CSO 조직이 생겼다. 역할은 동일하다. 키워야 하는 사업과 버려야 하는 사업을 발라내는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글로벌 기업을 물색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LG그룹 내에서 CSO 조직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음지에 있던 ‘구광모의 칼’인 CSO 조직이 양지로 나왔다”며 “LG 계열사의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이수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