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억원 때문? 대유위니아-남양유업 계약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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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
한앤코와의 소송전서 승소할 경우 대비
대유위니아와 조건부 매매계약 체결
한앤코보다 93억원 많은 금액에 '의문'
논란의 핵심 '백미당'은 계약에 미포함
한앤코와의 소송전서 승소할 경우 대비
대유위니아와 조건부 매매계약 체결
한앤코보다 93억원 많은 금액에 '의문'
논란의 핵심 '백미당'은 계약에 미포함
올해 내내 딜리뷰에 등장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또 한 번 일을 냈습니다. 대유위니아그룹과 조건부 경영권 매각 계약을 체결한 건데요. 지난 19일 대유위니아그룹은 홍 회장측 지분 53.08%와 경영권을 32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단, 계약의 이행은 홍 회장과 한앤컴퍼니 간 소송에서 홍 회장이 승소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합니다. 즉, 한앤코가 맺은 3107억원의 주식매매계약이 무효가 될 경우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을 3200억원에 사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애초 홍 회장측이 한앤코에 요구했던 '백미당 사업부 분할' 및 '홍 회장측 임직원 우대' 등의 조건은 이번 대유와의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홍 회장측이 요구할 경우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해 32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체결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최소 3200억원에 되팔 수 있는 '보험'을 홍 회장이 든 셈입니다. 소송까지 오래 걸릴텐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손잡은 건 불과 2~3주 만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지난달 29일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10월 27일. 법원이 홍 회장측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승인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자신의 측근으로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하게 된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에 SOS를 친 것이죠. 양측의 계약을 성사시킨 건 한앤컴퍼니와의 법률소송에서 홍 회장측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 평소 대유위니아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LKB앤파트너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사간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합니다.
홍 회장으로서는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체질 강화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서 M&A 경험이 많은 대유위니아그룹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을 겁니다. 또 대유위니아그룹 입장에서도 기존 가전사업의 성장이 정체돼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차였죠. 양사가 뜻이 맞아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경영 체질개선에 우선 착수하기로 홍 회장과 합의 하에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팬데믹 시대에 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업종은 다르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해 남양유업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해외 100여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제품력이 우수한 남양유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백미당 사업부 분할'이 계약에 포함됐는지 여부였습니다. 홍 회장과 한앤코와의 기존 계약이 어그러진 핵심 원인이 백미당 사업부 분할을 주장하던 홍 회장측의 입장 때문이었는데요, 취재 결과 이번 대유와의 계약서엔 백미당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합니다. 홍 회장이 백미당까지 포함한 남양유업의 경영권과 53.08%의 지분을 3200억원에 매각키로 한 겁니다.
이번 딜을 잘 아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백미당이 개별 법인이 아닌 사업부이기 때문에 따로 분할해서 법인화하기도 번거로운 데다 적자를 내고 있어 가치평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홍 회장측 임직원 자리보전 등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은 이번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결국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의 계약에서 얻은 건 한앤코보다 93억원 많은 매매금액과 '한앤코에 승소시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다는 안정적 보험'인 셈입니다. M&A업계에선 "한앤코와의 장기 소송전을 치르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신뢰 하락, 주가 하락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과연 93억원 더 많이 받는 게 얼마나 이득인지 잘 납득이 가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한앤코와의 소송전에서 홍 회장측은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조건부 계약을 앞세워 "이미 지분을 사겠다는 다른 곳과 계약했다"는 주장을 펼 순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조건부 계약이 꼭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담보해주는 건 아닙니다. 그저 홍 회장이 "회사 체질 개선과 전문경영인 도입 등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있다, 문제는 한앤코에 있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할 때 뒷받침이 돼줄 만한 근거가 될 겁니다.
물론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재무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홍 회장이 얻게 된 이득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통해 실제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인수대금은 대유홀딩스 계열사들과 은행 차입금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유홀딩스가 지난 19일 계약금(320억원) 중 100억원을 먼저 납입했고 다음달 중에 나머지 220억원도 지급키로 했습니다. 대유측은 남양유업이 오너리스크를 제외하면 제조력이 탄탄한 좋은 기업이라는 점, 해외 수출 등으로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 위니아딤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이들 기업의 흑자전환에도 성공해 M&A엔 자신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가전사업도 대리점 기반이기 때문에 남양유업의 대리점주들과의 관계 개선, 기업 재무구조 강화 등을 잘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에 도움을 줄 지는 아직 논의중인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애초 홍 회장측이 한앤코에 요구했던 '백미당 사업부 분할' 및 '홍 회장측 임직원 우대' 등의 조건은 이번 대유와의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본 계약 체결 시점에 홍 회장측이 요구할 경우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해 3200억원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체결할 수도 있다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최소 3200억원에 되팔 수 있는 '보험'을 홍 회장이 든 셈입니다. 소송까지 오래 걸릴텐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 손잡은 건 불과 2~3주 만에 내려진 결정입니다. 지난달 29일 남양유업의 임시주주총회를 이틀 앞둔 10월 27일. 법원이 홍 회장측의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을 승인한 뒤 벌어진 일입니다. 자신의 측근으로 이사진을 구성하지 못하게 된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에 SOS를 친 것이죠. 양측의 계약을 성사시킨 건 한앤컴퍼니와의 법률소송에서 홍 회장측 대리를 맡은 LKB앤파트너스. 평소 대유위니아그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LKB앤파트너스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양사간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합니다.
홍 회장으로서는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체질 강화에 힘써야 하는 상황에서 M&A 경험이 많은 대유위니아그룹이 '구원투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을 겁니다. 또 대유위니아그룹 입장에서도 기존 가전사업의 성장이 정체돼 미래 성장동력을 찾고 있던 차였죠. 양사가 뜻이 맞아 빠르게 계약이 성사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유위니아그룹은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 등 기업경영 체질개선에 우선 착수하기로 홍 회장과 합의 하에 세부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합니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팬데믹 시대에 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업종은 다르지만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해 남양유업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해외 100여국에 수출하고 있는 대유위니아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제품력이 우수한 남양유업의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에서 가장 큰 궁금증은 과연 '백미당 사업부 분할'이 계약에 포함됐는지 여부였습니다. 홍 회장과 한앤코와의 기존 계약이 어그러진 핵심 원인이 백미당 사업부 분할을 주장하던 홍 회장측의 입장 때문이었는데요, 취재 결과 이번 대유와의 계약서엔 백미당이 포함돼있지 않다고 합니다. 홍 회장이 백미당까지 포함한 남양유업의 경영권과 53.08%의 지분을 3200억원에 매각키로 한 겁니다.
이번 딜을 잘 아는 한 IB업계 관계자는 "백미당이 개별 법인이 아닌 사업부이기 때문에 따로 분할해서 법인화하기도 번거로운 데다 적자를 내고 있어 가치평가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며 "홍 회장측 임직원 자리보전 등 기존에 주장했던 내용은 이번 계약에선 빠진 것으로 안다"고 했습니다. 결국 홍 회장이 대유위니아그룹과의 계약에서 얻은 건 한앤코보다 93억원 많은 매매금액과 '한앤코에 승소시 더 좋은 값에 팔 수 있다는 안정적 보험'인 셈입니다. M&A업계에선 "한앤코와의 장기 소송전을 치르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남양유업의 신뢰 하락, 주가 하락 등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과연 93억원 더 많이 받는 게 얼마나 이득인지 잘 납득이 가진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한앤코와의 소송전에서 홍 회장측은 대유위니아그룹과의 조건부 계약을 앞세워 "이미 지분을 사겠다는 다른 곳과 계약했다"는 주장을 펼 순 있을 겁니다. 다만 이번 조건부 계약이 꼭 한앤코와의 소송에서 유리한 고지를 담보해주는 건 아닙니다. 그저 홍 회장이 "회사 체질 개선과 전문경영인 도입 등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있다, 문제는 한앤코에 있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할 때 뒷받침이 돼줄 만한 근거가 될 겁니다.
물론 대유위니아그룹이 남양유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재무 전문가를 파견하는 등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는 것도 홍 회장이 얻게 된 이득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통해 실제 기업가치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인수대금은 대유홀딩스 계열사들과 은행 차입금 등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대유홀딩스가 지난 19일 계약금(320억원) 중 100억원을 먼저 납입했고 다음달 중에 나머지 220억원도 지급키로 했습니다. 대유측은 남양유업이 오너리스크를 제외하면 제조력이 탄탄한 좋은 기업이라는 점, 해외 수출 등으로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대유위니아그룹은 위니아전자, 위니아딤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이들 기업의 흑자전환에도 성공해 M&A엔 자신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입니다.
대유위니아그룹 관계자는 "가전사업도 대리점 기반이기 때문에 남양유업의 대리점주들과의 관계 개선, 기업 재무구조 강화 등을 잘 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영에 도움을 줄 지는 아직 논의중인 단계"라고 밝혔습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