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지옥', 수많은 작품들 중 하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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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지옥' 민혜진 역 배우 김현주
신념의 변호사부터 액션까지
올해로 연기 24년. 믿고 보는 배우
신념의 변호사부터 액션까지
올해로 연기 24년. 믿고 보는 배우
귀엽고 발랄한 청춘스타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그저 그런 스타로 잊혀지기 보단 변화하고, 도전하는 걸 택했다. 최근엔 카리스마 넘치는 원숙미를 뽐내더니 넷플릭스 '지옥'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까지 소화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그런데도 김현주는 "'지옥'은 저에겐 지금껏 했던 여러 작품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현주는 "이전부터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수년에 걸쳐 이뤄냈고, 그래서 지금이 너무 좋다"며 웃었다. 그동안 배우로서 열심히 살아왔기에 보여줄 수 있는 자신감이다. "신념이 있다기보다는 비겁한 사람에 가깝다"고 말하지만 데뷔 24년째임에도 "현장에서 많이 배웠다"고 말하는 겸손함으로 더욱 인정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배우였다.
김현주는 1997년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해 '청춘', '햇빛속으로', '덕이', '상도', '유리구두', '토지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다.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에서 모두 최우수상을 거머쥔 배우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던 청춘스타였던 김현주는 '왓쳐', '언더커버'까지 선 굵은 연기로 카리스마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옥'에서 연기한 민혜진은 지옥을 고지하는 사자들을 사적인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새진리회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 화살촉의 선동을 막는 인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는 민혜진을 김현주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공감대를 이끌었다. 결과물을 어떻게 봤을까.
현장에서 모니터도 했지만 공개되고 완성본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현장에서 보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었다. 제가 출연한 작품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결과물도 좋게 나와서 더 좋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처음 제안받았을 땐 제가 하던 연기가 아니라 걱정됐다. 웹툰을 보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 묘사가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이게 영상화했을때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이 있었다. 또 연상호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웹툰 원작 작업은 처음이라고 했다.
웹툰이나 실존 인물을 하면 정보가 있어서 더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어렵더라. 특히 '지옥'은 원작 마니아층이 확실히 있는 상태라 더 어려웠다. 그 인물을 제가 구현해내는 게 창작하는 거 보다 힘들더라. 물론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저는 처음 대본을 볼 때 든 느낌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되는데, 연기를 하며 헷갈릴 땐 웹툰을 다시 봤다. 그때 '원작이 있으니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올해로 데뷔 24주년이다. 오랜 기간 한국의 드라마, 영화에서 활약해왔는데, 최근 일어난 K콘텐츠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미 이전부터 '한류'라고 해서 한국의 문화, 드라마, 영화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어 그 효과가 크게 나온 거 같다. '오징어게임'이 워낙 잘돼서 그거에 대한 후광 효과도 있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됐다. '오징어게임'으로 기대감이 커서, 그것에 미치지 못할까 봐. 제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작품에 임하는 사람들의 진심, 열의, 열정을 모두 느꼈다. 그래서 당연한 결과라 생각이 든다. 또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본인도 '지옥'으로 월드스타가 됐다.
제가 월드스타는 아닌 거 같고, '지옥'이 좋은 반응을 얻지만 직접적인 피드백이나 이런 건 느끼지 못한다. 또 제가 배우로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이런 것에 영향을 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똑같은 마음으로 임할 거다. 다만 선택의 폭은 넓어질 거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6화 엔딩이 인상적이다. 민혜진과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촬영 하면서 농담 비슷하게 주고받긴 했다. 시즌2가 만약에 나온다면 저는 꼭 나오겠다고.(웃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그 아이를 딸처럼 키우고, 저보다 강인한 여성으로 키워서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이번 작품에서 민혜진에서는 전작 '언더커버'의 최연수가 떠오르는 지점도 있다. 직업이 같은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차분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동시에 촬영했다. 같은 변호사 역을 하면서 배우로서도 고심을 했다. 직업은 배경의 하나이지 캐릭터는 다르다 생각해서 병행할 수 있었고, 연수는 밝고 정신이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다. 민혜진은 사회에 삐뚤어진 부분이 있다. 그게 민혜진만이 갖는 정의로움으로 표현됐다 생각한다.
'지옥'에 이어 현재 촬영 중인 '정이'까지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연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나.
촬영 현장이 좋았다. 그래서 '정이' 출연을 결정했다.(웃음) 연 감독님은 자신만의 세계관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기 것만 고집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넓은 시야를 갖고, 유쾌한 유머가 있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무겁고 심오한 내용을 다루지만 현장 분위기는 반대였다. '정이'를 찍을 땐 더 친해져서 더 편하게 촬영하고 있다. 다만 감독님이 직접 연기 시범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솔직히 도움이 별로 안된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주는 모습이 감사하다.
극중 액션연기가 생소했지만 자연스러웠다.
재밌었다. 준비하는 과정도 좋았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는 감정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했다. 그런데 민혜진은 몸으로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연기하는게 처음이었다. 스스로 설레고 흥분되는 것도 있었다.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즐기면서 했다.
어떤 훈련을 어떻게 했을까.
기간은 3개월이었지만 다른 작품을 병행하던 중이라 많은 시간을 소요한 건 아니었다. 액션스쿨에 가서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했고, 제가 생각보다 몸을 쓸 줄 알더라.(웃음)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관람하는 걸 좋아하지, 직접 하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커리큘럼대로 단계별로 배우면서 정해진 합을 집중 연습했다.
박정자의 대면을 실제로 목격한 느낌은 어땠나
박정자을 연기한 김신록 배우는 '토지'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분석력이나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했다. 같은 배우로서 충격이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자아성찰도 했다.
요즘 유독 조금은 어둡고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제가 데뷔했을 때 이미지를 장시간 유지했다. 제가 의도했다기보단 그런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작품을 많이 제안 받았다. 배우로서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만, 도전을 하지 않으면 퇴보해서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있었다. 다른 것을 선택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다 '왓챠'라는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거 같다. 그래도 이 분위기를 고수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자 계획이다.
'김현주의 재발견'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옥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되셨을까.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가 갖고 있는 틀을 스스로 깨려 한다. 용기를 갖게 되는 반응이었다.
민혜진은 다른 주연 캐릭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지옥'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로 보였다. 극 중심에 있는 캐릭터라 책임감도 있었을 거 같다 .
다 나온다는 생각보다는 중간에 바뀌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고민을 했다. 캐릭터가 '반전'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나약한 인간 중에 하나로 봤고, 아주 정의롭거나 강단있다기 보다는 여지를 남겨둔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
'지옥'은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배우는 작품 안에서 집중하고, 의도와 의미는 연출자의 생각이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촬영할 땐 이 작품이 깊고 심오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촬영을 하고, 마치고, 보고나니 여러 생각들이 들더라. '왓챠'에서도 '인간다움이란 뭐냐'는 대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때도 많이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제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민혜진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까.
저는 솔직히 고민을 하자면 정의롭다기 보다는 비겁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신념이란 건 사건이나 외부 환경에 자신이 갖는 생각을 지키는 건데, 저는 맞서 싸운 기억이 없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대신 싸워주길 바라는 거 같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민혜진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닮고 싶다.
웹툰을 보고 영상화에 대해 기대하셨다고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지옥 사자가 영상화 된 거 보다 웹툰 내에서 혐오감이 더 심했다. 웹툰에서 접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지옥의 사자가 굉장히 불쾌했다. 또 오프닝에서 일반적인 현실 세계, 서울 한복판에 사자들이 나타나고 처음 시연 당하는 사람들의 표정 등이 많이 인상깊었다.
실제로 지옥행 고지를 받으신다면 어떠실 것 같나.
고지를 받는다면, 남는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죽는 시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죽는 날짜를 안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거 같고, 혼란이 될수도 있을거 같더라. 다만 저는 고지를 받은 후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도록 살고 싶다. 실수했거나 사과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정리할 거 같다.
청춘 스타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는데, 이제는 선배 배우가 되어서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이레 등 젊은 대세 배우들과 함께 앙상블 연기를 하신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생각이 많았다. 경력만 오래됐지 '지옥'처럼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것은 생소하고, 낯설었다. 제가 영화 작업을 한지도 오래돼 많이 달라졌더라. 저는 멈춰 있는 동안 많이 발전했는데 후배들은 그런 것에 익숙하더라. 제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했구나 생각했던 현장이었다. 제가 경력으로는 선배지만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힘을 뿜어내는 게 쉬운 건 아닌데, 그걸 잘 해내는 후배들을 보니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저에게는 배우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있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다. 제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수년에 거쳐 맞춰져 왔다 생각해서 지금 이 순간이 좋고, 만족스럽다.(웃음) 전 그래서 지금처럼 살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은 열정, 겸손, 사고, 신념들을 건강하고 젊게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1996년 데뷔, 25년째 연기를 했다. '지옥'은 전과 후로 연기의 변화가 있을까.
저에겐 수많은 작품 중 하나다. '지옥'을 기준으로 전후가 달라질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였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전후로 달라진 거 같진 않다. 전 똑같이 제가 하고 싶었던 거, 새로 보여주고 싶었던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김현주는 1997년 '내가 사는 이유'로 데뷔해 '청춘', '햇빛속으로', '덕이', '상도', '유리구두', '토지 등 수많은 히트작에 출연했다. KBS와 MBC, SBS 등 방송3사에서 모두 최우수상을 거머쥔 배우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을 대표하던 청춘스타였던 김현주는 '왓쳐', '언더커버'까지 선 굵은 연기로 카리스마까지 겸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지옥'에서 연기한 민혜진은 지옥을 고지하는 사자들을 사적인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새진리회와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집단 화살촉의 선동을 막는 인물.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는 민혜진을 김현주는 섬세한 연기력으로 공감대를 이끌었다. 결과물을 어떻게 봤을까.
현장에서 모니터도 했지만 공개되고 완성본을 보니 느낌이 달랐다. 현장에서 보지 못한,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배운 것도 많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재밌었다. 제가 출연한 작품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인데, 결과물도 좋게 나와서 더 좋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처음 제안받았을 땐 제가 하던 연기가 아니라 걱정됐다. 웹툰을 보고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 묘사가 사실적으로 다가왔고, 이게 영상화했을때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증이 있었다. 또 연상호 감독님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다. 같이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웹툰 원작 작업은 처음이라고 했다.
웹툰이나 실존 인물을 하면 정보가 있어서 더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어렵더라. 특히 '지옥'은 원작 마니아층이 확실히 있는 상태라 더 어려웠다. 그 인물을 제가 구현해내는 게 창작하는 거 보다 힘들더라. 물론 도움이 되는 부분은 있었다. 저는 처음 대본을 볼 때 든 느낌이 작품을 이끌어가는 큰 힘이 되는데, 연기를 하며 헷갈릴 땐 웹툰을 다시 봤다. 그때 '원작이 있으니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올해로 데뷔 24주년이다. 오랜 기간 한국의 드라마, 영화에서 활약해왔는데, 최근 일어난 K콘텐츠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미 이전부터 '한류'라고 해서 한국의 문화, 드라마, 영화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어 그 효과가 크게 나온 거 같다. '오징어게임'이 워낙 잘돼서 그거에 대한 후광 효과도 있는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부담도 됐다. '오징어게임'으로 기대감이 커서, 그것에 미치지 못할까 봐. 제가 배우로 활동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다. 작품에 임하는 사람들의 진심, 열의, 열정을 모두 느꼈다. 그래서 당연한 결과라 생각이 든다. 또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무적이라 생각한다.
본인도 '지옥'으로 월드스타가 됐다.
제가 월드스타는 아닌 거 같고, '지옥'이 좋은 반응을 얻지만 직접적인 피드백이나 이런 건 느끼지 못한다. 또 제가 배우로 작품에 임하는 자세나 이런 것에 영향을 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똑같은 마음으로 임할 거다. 다만 선택의 폭은 넓어질 거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6화 엔딩이 인상적이다. 민혜진과 아기는 어디로 갔을까.
촬영 하면서 농담 비슷하게 주고받긴 했다. 시즌2가 만약에 나온다면 저는 꼭 나오겠다고.(웃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땐 그 아이를 딸처럼 키우고, 저보다 강인한 여성으로 키워서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돕지 않을까.
이번 작품에서 민혜진에서는 전작 '언더커버'의 최연수가 떠오르는 지점도 있다. 직업이 같은 변호사이기도 하지만, 차분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졌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공존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랬던 것 같다.
사실 동시에 촬영했다. 같은 변호사 역을 하면서 배우로서도 고심을 했다. 직업은 배경의 하나이지 캐릭터는 다르다 생각해서 병행할 수 있었고, 연수는 밝고 정신이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이었다. 민혜진은 사회에 삐뚤어진 부분이 있다. 그게 민혜진만이 갖는 정의로움으로 표현됐다 생각한다.
'지옥'에 이어 현재 촬영 중인 '정이'까지 연상호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연 감독과의 작업이 어땠나.
촬영 현장이 좋았다. 그래서 '정이' 출연을 결정했다.(웃음) 연 감독님은 자신만의 세계관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통하지 않고, 자기 것만 고집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반대의 사람이었다. 넓은 시야를 갖고, 유쾌한 유머가 있었다. 그래서 즐거웠다. 무겁고 심오한 내용을 다루지만 현장 분위기는 반대였다. '정이'를 찍을 땐 더 친해져서 더 편하게 촬영하고 있다. 다만 감독님이 직접 연기 시범을 보여줄 때가 있는데, 솔직히 도움이 별로 안된다.(웃음) 하지만 그렇게 노력해주는 모습이 감사하다.
극중 액션연기가 생소했지만 자연스러웠다.
재밌었다. 준비하는 과정도 좋았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연기는 감정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했다. 그런데 민혜진은 몸으로 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렇게 연기하는게 처음이었다. 스스로 설레고 흥분되는 것도 있었다. 처음이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이 도움을 주셔서 즐기면서 했다.
어떤 훈련을 어떻게 했을까.
기간은 3개월이었지만 다른 작품을 병행하던 중이라 많은 시간을 소요한 건 아니었다. 액션스쿨에 가서 기초적인 것부터 시작했고, 제가 생각보다 몸을 쓸 줄 알더라.(웃음) 제가 스포츠를 좋아하지만 관람하는 걸 좋아하지, 직접 하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커리큘럼대로 단계별로 배우면서 정해진 합을 집중 연습했다.
박정자의 대면을 실제로 목격한 느낌은 어땠나
박정자을 연기한 김신록 배우는 '토지'에서 처음 만났는데,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분석력이나 캐릭터에 임하는 자세가 진지했다. 같은 배우로서 충격이었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는 자아성찰도 했다.
요즘 유독 조금은 어둡고 진지하고 묵직한 연기를 보여주시는 것 같다.
예전에는 제가 데뷔했을 때 이미지를 장시간 유지했다. 제가 의도했다기보단 그런 모습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셨기 때문에 그런 작품을 많이 제안 받았다. 배우로서는 연기에 대한 갈증은 있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만, 도전을 하지 않으면 퇴보해서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은 있었다. 다른 것을 선택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그러다 '왓챠'라는 드라마를 통해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거 같다. 그래도 이 분위기를 고수하는 건 아니다. 다양한 작품, 다양한 캐릭터로 만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자 계획이다.
'김현주의 재발견'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옥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되셨을까.
부끄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다양한 것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제가 갖고 있는 틀을 스스로 깨려 한다. 용기를 갖게 되는 반응이었다.
민혜진은 다른 주연 캐릭터와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지옥'을 이끌어가는 캐릭터로 보였다. 극 중심에 있는 캐릭터라 책임감도 있었을 거 같다 .
다 나온다는 생각보다는 중간에 바뀌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고민을 했다. 캐릭터가 '반전'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저는 나약한 인간 중에 하나로 봤고, 아주 정의롭거나 강단있다기 보다는 여지를 남겨둔다는 생각을 하고 연기했다.
'지옥'은 시청자들에게 끊임없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인간다움은 무엇일까.
배우는 작품 안에서 집중하고, 의도와 의미는 연출자의 생각이다. 저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촬영할 땐 이 작품이 깊고 심오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촬영을 하고, 마치고, 보고나니 여러 생각들이 들더라. '왓챠'에서도 '인간다움이란 뭐냐'는 대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때도 많이 생각했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제가 어떻게 인간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민혜진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 물불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본인도 그런 경험이 있었을까.
저는 솔직히 고민을 하자면 정의롭다기 보다는 비겁한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신념이란 건 사건이나 외부 환경에 자신이 갖는 생각을 지키는 건데, 저는 맞서 싸운 기억이 없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이 대신 싸워주길 바라는 거 같더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민혜진과는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더 진지하게 임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닮고 싶다.
웹툰을 보고 영상화에 대해 기대하셨다고 했는데,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나.
지옥 사자가 영상화 된 거 보다 웹툰 내에서 혐오감이 더 심했다. 웹툰에서 접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지옥의 사자가 굉장히 불쾌했다. 또 오프닝에서 일반적인 현실 세계, 서울 한복판에 사자들이 나타나고 처음 시연 당하는 사람들의 표정 등이 많이 인상깊었다.
실제로 지옥행 고지를 받으신다면 어떠실 것 같나.
고지를 받는다면, 남는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을 거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람들이 죽는 시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죽는 날짜를 안다고 더 잘할 수 있는 거 같고, 혼란이 될수도 있을거 같더라. 다만 저는 고지를 받은 후 후회나 미련이 남지 않도록 살고 싶다. 실수했거나 사과해야하는 부분에 대해 정리할 거 같다.
청춘 스타로 대중에게 사랑받았는데, 이제는 선배 배우가 되어서 유아인, 박정민, 원진아, 이레 등 젊은 대세 배우들과 함께 앙상블 연기를 하신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생각이 많았다. 경력만 오래됐지 '지옥'처럼 블루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것은 생소하고, 낯설었다. 제가 영화 작업을 한지도 오래돼 많이 달라졌더라. 저는 멈춰 있는 동안 많이 발전했는데 후배들은 그런 것에 익숙하더라. 제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두려워했구나 생각했던 현장이었다. 제가 경력으로는 선배지만 하나같이 배울 점이 많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만의 힘을 뿜어내는 게 쉬운 건 아닌데, 그걸 잘 해내는 후배들을 보니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저에게는 배우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었다.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있을까.
요즘 고민하고 있다. 제가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 수년에 거쳐 맞춰져 왔다 생각해서 지금 이 순간이 좋고, 만족스럽다.(웃음) 전 그래서 지금처럼 살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은 열정, 겸손, 사고, 신념들을 건강하고 젊게 유지하면서 살고 싶다.
1996년 데뷔, 25년째 연기를 했다. '지옥'은 전과 후로 연기의 변화가 있을까.
저에겐 수많은 작품 중 하나다. '지옥'을 기준으로 전후가 달라질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기회였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전후로 달라진 거 같진 않다. 전 똑같이 제가 하고 싶었던 거, 새로 보여주고 싶었던 걸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