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 5위권 당 상무위 진입…김정은 없이 단독으로 미사일 발사 주재
[김정은의 사람들] 포병 지휘관에서 군부 1인자로 우뚝 선 박정천
지난 10년간 별 1개의 소장에서 원수로 지위가 급상승한 박정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비서는 김정은 체제의 군부 일인자다.

사실 박정천은 김정일 시대만 하더라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김정은 체제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북한 매체에 이름이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제1비서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오르며 공직을 승계한 2012년 4월이었다.

박정천은 포병사령관 자격으로 김일성의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 참가했고 김 위원장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북한 매체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동시에 별 두 개의 중장으로 승진했고 1년 뒤인 2013년엔 별 세 개의 상장으로, 2019년엔 별 네 개의 대장 계급장을 달았다.

박정천은 대장 승진과 동시에 남한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인민군 총참모장에 올랐다.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총참모장에 정통 포병 출신이자 현직 포병국장이 임명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에서 박정천의 급부상에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특설반에서 포병을 전공한 김정은 위원장의 각별한 '포 사랑'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후계시절 만들어진 북한의 '김정은 대장 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는 "(김 위원장은)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시절에 포병 지휘관 3년제와 연구원 2년제를 전 과목 최우등으로 졸업했다"며 포병전에 능하다는 점을 군사적 재능 입증사례로 꼽았다.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미사일 능력 향상에 집중했는데 박정천의 초고속 승진에는 이런 국방정책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위적 억제력의 강화'를 명분으로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강화하는 지향점이 포병 전문인 박정천의 승진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김정은의 사람들] 포병 지휘관에서 군부 1인자로 우뚝 선 박정천
2019년 대장에 오른 박정천은 2020년 5월에는 차수로, 10월에는 원수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박정찬이 총참모장에 오를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가 군부의 일인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공군사령관을 거치고 당 군수공업부장을 지내며 국가핵무력 완성에 기여한 공로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차지한 리병철이라는 쟁쟁한 선배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노동당 통치 체제의 북한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은 권력 서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들만 맡는 핵심 직책이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6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부문에서 주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간부혁명'을 외치며 문책성 인사를 단행하면서 군부의 쌍두마차였던 리병철과 박정천이 문책의 타깃이 됐다.

[김정은의 사람들] 포병 지휘관에서 군부 1인자로 우뚝 선 박정천
당시 조선중앙TV에는 리병철과 박정천이 거수 의결에 참여하지 못하고, 특히 박정천은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군 장면이 포착됐다.

그러나 박정천은 올해 9월 당 정치국 공보를 통해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비서로 선출됐음이 발표됐다.

반면 리병철은 정치국 후보위원에 머물며 권력의 뒷자리에 방치됐다.

박정천은 이를 통해 명실상부 '군 서열 1위'이자 북한의 핵심 권력 5인방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 셈이다.

그는 최근 북한에서 이뤄지는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SLBM 시험발사를 김정은 위원장과 대동하지 않은 채 단독으로 현장에서 챙기며 김정은 체제 국방정책의 총책임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평양의 3대혁명전시관에서 열린 국방발전전람회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흰색 원수복을 입고 박정천과 둘이서 찍은 대형 사진이 걸려 최고지도자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보여줬다.

박정천은 이 전람회 폐막식에서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방발전전략의 목표들을 최단기간 내에 점령해야 한다"며 "우리 당의 국방정책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정정당당한 국책이며 앞으로도 계속 힘차게 내짚을 국방력 강화의 길은 그 어떤 힘으로도 멈춰 세울 수 없는 불변의 침로"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사람들] 포병 지휘관에서 군부 1인자로 우뚝 선 박정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