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였던 연 0.5%에서 연 1%로 올렸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저점에서 1.8%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가 금리 상승기를 틈타 집값을 잡으려는 목적으로 대출 조이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차입자의 고통은 가중되고 은행만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 10월 예금은행의 신용대출(가중평균·신규 취급액 기준) 금리는 연 4.62%로 전달보다 0.47%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3월(연 4.63%)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신용대출 금리는 사상 최저를 기록한 작년 8월(연 2.86%)과 비교해 1.76%포인트나 뛰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했다. 지난달 주담대 금리는 평균 연 3.26%로 한 달 전보다 0.25%포인트 올랐다. 2018년 11월(연 3.28%)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저점이었던 작년 8월(연 2.39%)과 비교하면 0.87%포인트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0.5%로 운영하다가 8월 연 0.75%로 올린 데 이어 지난 25일 연 1%로 인상했다.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나 주담대 금리의 상승폭이 이를 크게 뛰어넘는 것은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폭을 줄이는 동시에 집값을 잡는 목적으로 대출금리의 큰 폭 인상을 용인하거나 조장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차입자 사이에선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 실패로 차입자들의 이자 부담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