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보고서나 경제 기사를 읽고, 기업 재무제표도 들여다봅니다. 확신을 갖고 매수했는데 사면 내리고 팔면 올라갑니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 같은 원칙을 지키면서 투자하려 하지만, 테마주로 수십% 수익을 낸 지인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한 번쯤 경험해봤을 얘기입니다.

주식 시장에 정답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꾸준한 수익을 내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그들은 대체 어떤 원칙을 가지고 돈을 불릴까요? '투자의 킥' 코너에서는 그들을 찾아가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적용하는 규칙을 묻습니다. 이들의 이야기조차 정답이 될 순 없을 겁니다. 다만 이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나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올해 코스피 지수 수익률은 -0.27%다. 주식 투자를 했다면 오히려 돈을 잃었을 확률이 더 높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로쓰힐자산운용의 절대수익형 펀드 '다윈 멀티스트래티지 1호'는 연초 이후 5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개인일임계좌의 연초 이후 수익률 역시 34%다.

김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프랭클린클린템플턴투신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을 거쳐 2012년 그로쓰힐자산운용을 설립한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저평가된 성장주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한다. 그는 "전방 산업의 업황이 살아나면서 생산능력을 증설하는 기업을 골라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반드시 지키는 본인만의 원칙을 알려달라.

"제일 중요한 건 기업 이익이 구조적으로 늘어나는 기업을 고르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기업을 고르는 건 쉬울 것 같기도 하지만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전망해놓은 숫자는 널려있다. 그러나 그 숫자가 확실한지, 애널리스트의 전망치보다 초과이익이 나올 수 있을지를 확인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맡고 있는 종목을 좋게 보는 편향을 갖고 있다. 확신을 가질만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특정 기업의 이익이 확실하게 증가할거라는 확신은 어디서 얻나.

"첫 번째로 주목할 건 전방 산업의 업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눈에 띈 업종이 2차전지다. 전세계 전기차 보급률이 4% 밖에 안된다. 10년 안에 30%선까지 올려야 한다. 정부 지원금도 막대하게 나온다. 관련 기업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전방 산업이 좋은 기업은 많다.

"항상 확인하는 건 기업의 증설 여부다. 증설을 발표하는 기업은 투자 1순위다. 흔히 '호재가 발표되기 전에 사야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증설이 발표된 뒤에 사도 늦지 않다. 수주가 적당히 늘어난 수준이라면 기업은 절대 증설할 결심을 하지 않는다. 가격을 올리는 수준에서 그친다. 기업 입장에서 증설은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구조적으로, 장기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만 증설한다. 증설 여부는 기업 제품의 수요가 수년간 늘어날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증설하는 기업의 주가는 늘 오르나.

"효성티앤씨 주가를 보자. 스판덱스 1위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효성티앤씨의 증설 뉴스가 처음 나왔다. 기존 생산량이 연 22만t 수준이었는데 2년간 14만t을 추가 증설한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요가나 필라테스, 등산, 골프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능성 소재 섬유 수요가 폭발한 거다. 증설이 발표된 뒤 지난 7월까지 주가는 5배 올랐다."

▶이후 다시 급락하는 이유는.

"경쟁사가 증설에 참여했다. 2위 중국 후아퐁이 12만t, 3위 산동루이가 7만t 증설에 나서며 경쟁이 시작되면서 스판덱스 가격이 하락했다."

▶증설하는 기업에 일찌감치 투자해 가장 큰 투자 수익을 얻은 종목은 무엇인가.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다. 이제 '2차전지 국민주'가 됐지만 일찌감치 찍어둔 기업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증설 계획은 지난해 5만t에서 올해 6만t , 내년엔 9만t, 2025년엔 32만4000t으로 늘어난다. 2020~2025년 연평균 증설 증가율이 45%다. 엘앤에프 역시 같은 기간 연평균 증설 증가율이 50%에 달한다. 두 회사 증설 계획을 합산한 증설 증가율은 올해 37.5%에서 내년은 63.6%, 2023년엔 68.9%다. 이에 맞춰 매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10배가 넘는수익률을 올렸다. 두 기업처럼 2년 간 매출이 두 배씩 오르는 기업은 1000개 중 1~2개 뿐이다."
<주요 양극재 업체 증설 계획> (단위: t, %)
기업 2020년 2021년 2022년 2023년 2024년 2025년 연평균
증가율
에코프로비엠 5만 6만 9만 17만4000 21만6000 32만4000 45%
엘앤에프 3만 5만 9만 13만 17만 23만 50%
합계 8만 11만 18만 30만4000 38만6000 55만4000 47%
전년 대비
증가율
37.5% 63.6% 68.9% 27.0% 43.5%

▶두 회사의 증설 계획은 내년이 정점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는 얘기인가.

"무섭게 우상향한 현재 2차전지 기업 차트를 보면서 '무서워서 매수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증설 계획을 보면 2023년까지 주가는 우상향할 거라고 예측할 수 있다. 증설은 이미 수주가 완료됐을 때 가능한 조치다. 기업의 이익 증가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데이터라는 거다. 전방 산업에 대한 공부를 해라. 전방 산업이 좋은 기업의 증설 뉴스가 나오고, 경쟁자가 많지 않다고 판단되면 투자해도 좋다."

▶제조업에만 해당하는 기준인가.

"그렇지 않다. 게임주라면 '대작 게임 출시'가 증설에 해당한다. 엘앤에프 다음으로 포트폴리오에 많이 할애한 기업이 펄어비스다. 아직 출시일이 확정되지 않은 '도깨비'의 소개 영상을 보고 단번에 무릎을 탁 쳤다. 메타버스 환경에 최적화된 그래픽을 구현했다. 밸류에이션이 구조적으로 높아질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F&F는 중국 매장수를 크게 늘리는 걸 보고 투자했다. 2019년부터 중국 온라인에서 MLB 브랜드가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 중국에 매장이 두 개 뿐이었다. 그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휠라가 중국서 매장 2000개를 운영하던 때였다. F&F도 중국서 성공한다면 매장 1000개는 운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매장이 455개까지 늘면서 주가는 7배 가까이 상승했다. 실제 최근 F&F가 내놓은 목표가 '중국 매장 1000개'다. 다른 패션업체는 살 필요가 없다."

▶개인은 언제 갖고 있던 주식을 매도해야 할까.

"기업 이익의 성장세가 둔화됐을 때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 증가율이 전년 대비 감소하기 시작할 때 주가는 고점일 확률이 높다. 분기별 영업이익 증가율 그래프를 그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울기가 둔화되는 것들은 판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업종이나 기업은 어디인가.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다. 증설하는 기업만큼이나 '창조적 파괴 기업군'을 선호한다.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처럼 한 때는 거대했던 기존의 산업 질서를 깨는 기업들 말이다. 지금은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2~3년만 지나면 모두 메타버스 안에서 만나는 세상이 열릴거라고 본다. 지금 인스타그램을 들락거리듯, 매일 접속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생길거라는 거다. 메타버스 안에서 나만의 가상공간을 꾸미는 이들도 늘어날거다. NFT를 통해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미술품도 살거다. NFT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즐기러 가든, 돈을 벌러 가든 메타버스는 피할 수 없는 메가트렌드다."

심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