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검은 금요일’ 된 블랙프라이데이…파월, 테이퍼링 철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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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인 25일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횟수가 기존 두 차례에서 세 차례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면 더 빠른 속도로 테이퍼링을 하는 걸 전적으로 지지할 것" "내년 하반기에 한두 번 (기준금리를) 인상한다 해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Fed 인사들이 줄줄이 매파로 돌아서고 있는 걸 반영한 것이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회원(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로 높여 1월부터는 매월 300억 달러씩 채권 매입을 감축함으로써 내년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 뒤 3월 회의에서 테이퍼링 영향을 평가하고,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시사한 뒤, 6월 회의부터 금리를 높일 것으로 봤습니다. 또 9월, 1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7월, 11월 두 번 올릴 것으로 봤는데, 첫 인상 시기를 앞당기면서 세 번으로 늘린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모든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소식으로 급작스레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이 폭락하고 채권은 급등(금리는 폭락)한 겁니다. 증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내렸고, 채권 금리는 작년 3월 팬데믹 초기 이후에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마진콜 숏커버링 등이 속출하면서 하락 폭은 더욱 커졌고, 국제 유가는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채권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앤드루 뮬리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어젯밤까지 Fed가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좀 달라졌다"라면서 "새로운 코로나 변종으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Fed가 방향을 바꿔 경제를 더 부양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은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한 해 가장 많은 세일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였는데, 증시 역사에 기록될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가 되어버렸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변이(B.1.1.529)는 세포 침투의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더 많아 전염성이 높고 백신에 대한 내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벌써 홍콩, 이스라엘, 벨기에 등에서 속속 감염자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하고 '오미크론'(Omicro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기에 머크의 코로나 알약 치료제가 최종 임상에서 애초 보고된 50%보다 낮은 30%의 효능만 보였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먼저 개장된 유럽 증시가 3~4%씩 폭락했고 이어 열린 미국 증시에서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추수감사절 연휴로 오후 1시에 끝난 시장에서 다우는 2.53%, S&P500 지수는 2.27% 떨어졌고 나스닥마저 2.23%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 하락했습니다. 전체 종목의 90.1%가 내렸고, S&P500 기업 중 33개만 내림세를 면했습니다. 경제 재개 관련주인 금융, 에너지, 여행주는 5~10%씩 하락한 주식이 수두룩했습니다.
△카니발(-10.96%) △로열캐러비안크루즈(-13.22%) △유나이티드항공(-9.57%) △아메리칸항공(-8.79%) △익스피디아(-9.5%) △라이브네이션(-8.06%) △부킹홀딩스(-7.21%) △메리어트(-6.45%) 등 여행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카니발, 델타항공, 알래스카항공, 디즈니, 비자카드, CBS바이아컴, 갭 등은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여행 수요 등 수요 감소 우려에 브렌트유가 11% 폭락해 73.4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 폭락한 68.15달러로 떨어지자 △옥시텐탈페트롤리엄(-7.22%) △BP(-6.11%) 등 에너지주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WTI 하락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유가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이후 최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블랙프라이데이로 거래량이 적었고 순식간에 50일,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이 깨지자 매물이 쏟아진 데다 '네거티브 감마'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5.61%) △뱅크오브아메리카(-3.93%) 등 은행주도 경기 하락 우려 및 금리 폭락 영향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2.44%) △애플(-3.17%) △페이스북(-2.33%) △아마존(-2.12%) △테슬라(-3.05%) 등 빅테크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코로나 재확산에 모더나는 20.57% 폭등했고 화이자도 6.11% 올랐습니다. 또 경제 봉쇄 수혜주인 △넷플릭스(1.12%) △줌(5.72%) △펠로톤(5.67%) △텔라닥(3.41%) 등은 되살아났습니다.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VIX는 54.04% 폭등해 28.62로 뛰었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던 지난 9월 말 수준입니다. Fed의 조기 긴축 예상에 지난 24일 연 1.67%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금리는 이날 무려 16.2bp(1bp=0.01%포인트) 급락해 1.479%까지 떨어졌습니다. 급증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입니다. 역시 2년물 금리도 13.7bp 떨어진 0.504%로 마감되는 등 모든 만기의 국채가 12~16bp 급락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하루 만에 17.9%에서 46.3%로 뛰었습니다. 1회 올릴 것이란 확률(40.7%)보다 높아졌습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는 96.0(ICE 달러인덱스)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경기 우려에 안전자산 수요가 있었지만,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상이 더 강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미크론의 전염성, 치명률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치명률, 백신 내성 등이 어느 정도인지 나와야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아직 그런 데이터가 없다"라며 "오늘 급락세는 추가감사절 연휴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잉반응이 나타났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S&P500 주식의 거래량은 20억9000만 주로 하루 평균 30억 6000만 주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통상적인 블랙프라이데이보다는 두 배 가량 많았습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오미크론 변이에 관한 연구에 착수하며 "늦어도 2주 이내에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을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6주 이내에 백신을 재설계하고 100일 이내에 초기 제조분을 배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도 오미크론 변이가 진단, 치료제 및 백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씨티의 앤드루 바움 애널리스트는 "향후 2주 동안 오미크론 변이가 영국, 독일 등 확산세가 높은 국가에서 델타 변이를 대체할지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뮤 변종, 람다 변종 등 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변이 바이러스도 커다란 유행 없이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최소 2주는 있어야 오미크론 관련 제대로 된 데이터가 나오는 겁니다. 즉 12월 10일 정도까지는 시장이 방향성 없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앵코라어드바이저의 데이비드 소워비 포트폴리오 매니저(PM)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은 1년가량 10% 이상 조정을 겪지 않고 올라왔다. 지금 그런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에서는 10~20% 조정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지금 시점이 연말이어서 투자자들이 올해 거둔 높은 수익률 일부를 확정짓기 위해 많이 오른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절세 목적으로 손실이 난 주식을 파는 시점이기도 하다. 또 연말 윈도 드레싱(연말 수익률 관리) 때문에 저가매수는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델타 변이가 퍼졌던 지난 8~9월을 돌아보면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트리지도 못했고, 뉴욕 증시도 5% 미만의 조정을 보였다"라면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이나 전염성이 더 파괴적이지만 않다면 5% 수준에서 조정이 끝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백신 효과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고, 델타 변이 때 학습효과로 인해 시장에서도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긴축으로 전환하려던 Fed가 어떤 자세를 보일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새 변이 출현으로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다음 달 14~15일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얼마나 시장을 지원하는 결정이나 발언을 할지 중요하다"라며 "이달 시작된 테이퍼링을 연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시 코로나가 퍼지면 수요 감소, 유가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사그라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NG의 카스텐 브레진스키 글로벌 매크로 드는 WSJ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의 영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세계는 백신 등 1년 반 전보다 변종에 대해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다.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2020년 3월만큼 강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즈호의 피터 챗웰 멀티에셋 전략 헤드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럽의 경우 봉쇄가 늘어나면서 4분기 GDP 성장률은 낮아지고 대신 내년 1분기 성장률은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만약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런 침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고 있는데, 이런 긴축이 6개월가량 늦춰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중앙은행들은 하지만 다른 완화책을 내놓기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관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에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만약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퍼지면 공급망 혼란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내년에 경제가 재개될 때 또다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부양은 다시 확대될 수 있으며, 증시에서는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매출 감소를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Fed가 다시 완화적으로 돌아선다면 금융시장에는 큰 충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캐피털웰스플래닝의 케빈 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인터뷰에서 "이는 투자자들이 고품질 주식들을 살 기회"라면서 "이번 하락으로 가장 좋아하는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셰브런, JP모간, 골드만삭스 등에서 포지션을 추가하고 아마존, 타겟, 월마트, 로우즈, 홈디포와 같은 대형 소매 유통점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지금 변이는 진행되는 상황이고 인제야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올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오늘 같은 매도일은 2022년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기술주를 소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의 낙관적 기술 전략은 변하지 않았고 10년물 금리 급등, 코로나 변이 및 재확산 우려가 있을 때마다 이를 경기에 민감한 기술주 승자를 소유할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12월15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당장 30일, 월요일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섭니다. 주제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케어스 액트(CARES Act)'여서 오미크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겁니다. 파월 의장의 어투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시장은 순식간에 완화 유지로 베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기준금리 세 번 인상 전망을 다시 크게 수정해야 하겠지요.
다음 주 금요일, 12월3일에는 노동부의 11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월가는 이달에 56만 개 정도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을 것으로 봅니다.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에 충분한 수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고용 시장이 다시 둔화한다면 이 수치의 의미는 대폭 퇴색될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골드만삭스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회원(FOMC)에서 테이퍼링 속도를 두 배로 높여 1월부터는 매월 300억 달러씩 채권 매입을 감축함으로써 내년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 뒤 3월 회의에서 테이퍼링 영향을 평가하고,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시사한 뒤, 6월 회의부터 금리를 높일 것으로 봤습니다. 또 9월, 1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 7월, 11월 두 번 올릴 것으로 봤는데, 첫 인상 시기를 앞당기면서 세 번으로 늘린 것입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모든 상황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26일(현지시간)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 변이 소식으로 급작스레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이 폭락하고 채권은 급등(금리는 폭락)한 겁니다. 증시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이 내렸고, 채권 금리는 작년 3월 팬데믹 초기 이후에 가장 큰 하루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마진콜 숏커버링 등이 속출하면서 하락 폭은 더욱 커졌고, 국제 유가는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채권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앤드루 뮬리너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어젯밤까지 Fed가 내년에 세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 시장 가격에 반영되어 있었는데 오늘은 좀 달라졌다"라면서 "새로운 코로나 변종으로 인해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Fed가 방향을 바꿔 경제를 더 부양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은 추수감사절 다음날로 한 해 가장 많은 세일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였는데, 증시 역사에 기록될 블랙프라이데이(검은 금요일)가 되어버렸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변이(B.1.1.529)는 세포 침투의 '열쇠'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돌연변이가 델타 변이보다 더 많아 전염성이 높고 백신에 대한 내성이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벌써 홍콩, 이스라엘, 벨기에 등에서 속속 감염자가 발견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우려 변이'로 분류하고 '오미크론'(Omicron)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여기에 머크의 코로나 알약 치료제가 최종 임상에서 애초 보고된 50%보다 낮은 30%의 효능만 보였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먼저 개장된 유럽 증시가 3~4%씩 폭락했고 이어 열린 미국 증시에서도 매물이 쏟아졌습니다. 추수감사절 연휴로 오후 1시에 끝난 시장에서 다우는 2.53%, S&P500 지수는 2.27% 떨어졌고 나스닥마저 2.23% 급락했습니다. 다우는 2020년 10월 이후 가장 큰 폭 하락했습니다. 전체 종목의 90.1%가 내렸고, S&P500 기업 중 33개만 내림세를 면했습니다. 경제 재개 관련주인 금융, 에너지, 여행주는 5~10%씩 하락한 주식이 수두룩했습니다.
△카니발(-10.96%) △로열캐러비안크루즈(-13.22%) △유나이티드항공(-9.57%) △아메리칸항공(-8.79%) △익스피디아(-9.5%) △라이브네이션(-8.06%) △부킹홀딩스(-7.21%) △메리어트(-6.45%) 등 여행주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카니발, 델타항공, 알래스카항공, 디즈니, 비자카드, CBS바이아컴, 갭 등은 52주 신저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여행 수요 등 수요 감소 우려에 브렌트유가 11% 폭락해 73.45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3% 폭락한 68.15달러로 떨어지자 △옥시텐탈페트롤리엄(-7.22%) △BP(-6.11%) 등 에너지주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WTI 하락률이 10%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4월 유가가 마이너스대로 떨어진 이후 최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블랙프라이데이로 거래량이 적었고 순식간에 50일, 100일, 200일 이동평균선이 깨지자 매물이 쏟아진 데다 '네거티브 감마'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웰스파고(-5.61%) △뱅크오브아메리카(-3.93%) 등 은행주도 경기 하락 우려 및 금리 폭락 영향으로 떨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2.44%) △애플(-3.17%) △페이스북(-2.33%) △아마존(-2.12%) △테슬라(-3.05%) 등 빅테크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코로나 재확산에 모더나는 20.57% 폭등했고 화이자도 6.11% 올랐습니다. 또 경제 봉쇄 수혜주인 △넷플릭스(1.12%) △줌(5.72%) △펠로톤(5.67%) △텔라닥(3.41%) 등은 되살아났습니다.
'공포지수'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 VIX는 54.04% 폭등해 28.62로 뛰었습니다. 시장이 흔들리던 지난 9월 말 수준입니다. Fed의 조기 긴축 예상에 지난 24일 연 1.67%까지 치솟았던 10년물 금리는 이날 무려 16.2bp(1bp=0.01%포인트) 급락해 1.479%까지 떨어졌습니다. 급증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입니다. 역시 2년물 금리도 13.7bp 떨어진 0.504%로 마감되는 등 모든 만기의 국채가 12~16bp 급락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내년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하루 만에 17.9%에서 46.3%로 뛰었습니다. 1회 올릴 것이란 확률(40.7%)보다 높아졌습니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달러는 96.0(ICE 달러인덱스)으로 소폭 하락했습니다. 경기 우려에 안전자산 수요가 있었지만, Fed가 완화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예상이 더 강했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오미크론의 전염성, 치명률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오미크론의 전염성과 치명률, 백신 내성 등이 어느 정도인지 나와야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할 수 있는데 아직 그런 데이터가 없다"라며 "오늘 급락세는 추가감사절 연휴로 인해 거래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과잉반응이 나타났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S&P500 주식의 거래량은 20억9000만 주로 하루 평균 30억 6000만 주보다는 훨씬 적었지만, 통상적인 블랙프라이데이보다는 두 배 가량 많았습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이날 오미크론 변이에 관한 연구에 착수하며 "늦어도 2주 이내에 더 많은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백신에 의한 면역 반응을 피해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6주 이내에 백신을 재설계하고 100일 이내에 초기 제조분을 배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WHO도 오미크론 변이가 진단, 치료제 및 백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씨티의 앤드루 바움 애널리스트는 "향후 2주 동안 오미크론 변이가 영국, 독일 등 확산세가 높은 국가에서 델타 변이를 대체할지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 뮤 변종, 람다 변종 등 WHO가 우려 변이로 지정한 변이 바이러스도 커다란 유행 없이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최소 2주는 있어야 오미크론 관련 제대로 된 데이터가 나오는 겁니다. 즉 12월 10일 정도까지는 시장이 방향성 없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앵코라어드바이저의 데이비드 소워비 포트폴리오 매니저(PM)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시장은 1년가량 10% 이상 조정을 겪지 않고 올라왔다. 지금 그런 조정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월가에서는 10~20% 조정설이 다시 나오고 있다. 지금 시점이 연말이어서 투자자들이 올해 거둔 높은 수익률 일부를 확정짓기 위해 많이 오른 주식을 팔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절세 목적으로 손실이 난 주식을 파는 시점이기도 하다. 또 연말 윈도 드레싱(연말 수익률 관리) 때문에 저가매수는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델타 변이가 퍼졌던 지난 8~9월을 돌아보면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트리지도 못했고, 뉴욕 증시도 5% 미만의 조정을 보였다"라면서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보다 치명률이나 전염성이 더 파괴적이지만 않다면 5% 수준에서 조정이 끝나지 않을까 예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백신 효과도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고, 델타 변이 때 학습효과로 인해 시장에서도 큰 변동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긴축으로 전환하려던 Fed가 어떤 자세를 보일지가 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새 변이 출현으로 침체 우려가 커진 만큼 다음 달 14~15일 FOMC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얼마나 시장을 지원하는 결정이나 발언을 할지 중요하다"라며 "이달 시작된 테이퍼링을 연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시 코로나가 퍼지면 수요 감소, 유가 하락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사그라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ING의 카스텐 브레진스키 글로벌 매크로 드는 WSJ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의 영향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에는 너무 이르다"라면서 "세계는 백신 등 1년 반 전보다 변종에 대해 훨씬 더 잘 준비되어 있다. 이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응이 2020년 3월만큼 강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즈호의 피터 챗웰 멀티에셋 전략 헤드는 이날 보고서에서 유럽의 경우 봉쇄가 늘어나면서 4분기 GDP 성장률은 낮아지고 대신 내년 1분기 성장률은 반등할 것으로 봤습니다. 만약 백신의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이런 침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나서고 있는데, 이런 긴축이 6개월가량 늦춰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중앙은행들은 하지만 다른 완화책을 내놓기보다는 금융시장 안정을 유지하면서 관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기존에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입니다.
만약 오미크론이 세계적으로 퍼지면 공급망 혼란이 다시 커질 수 있고, 내년에 경제가 재개될 때 또다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재정 부양은 다시 확대될 수 있으며, 증시에서는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매출 감소를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Fed가 다시 완화적으로 돌아선다면 금융시장에는 큰 충격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캐피털웰스플래닝의 케빈 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CNBC 인터뷰에서 "이는 투자자들이 고품질 주식들을 살 기회"라면서 "이번 하락으로 가장 좋아하는 주식을 더 많이 매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슨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셰브런, JP모간, 골드만삭스 등에서 포지션을 추가하고 아마존, 타겟, 월마트, 로우즈, 홈디포와 같은 대형 소매 유통점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그는 ”지금 변이는 진행되는 상황이고 인제야 조금씩 알게 되고 있다"라며 투자자들이 '올인'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고했습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기술 애널리스트는 "오늘 같은 매도일은 2022년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기술주를 소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지난 18개월 동안 우리의 낙관적 기술 전략은 변하지 않았고 10년물 금리 급등, 코로나 변이 및 재확산 우려가 있을 때마다 이를 경기에 민감한 기술주 승자를 소유할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12월15일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을 수 있습니다. 당장 30일, 월요일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섭니다. 주제가 '코로나바이러스와 케어스 액트(CARES Act)'여서 오미크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겁니다. 파월 의장의 어투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시장은 순식간에 완화 유지로 베팅을 바꿀 수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내년 기준금리 세 번 인상 전망을 다시 크게 수정해야 하겠지요.
다음 주 금요일, 12월3일에는 노동부의 11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월가는 이달에 56만 개 정도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됐을 것으로 봅니다.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기에 충분한 수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확산되고 고용 시장이 다시 둔화한다면 이 수치의 의미는 대폭 퇴색될 것입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