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단체는 아예 나타나지 않아…"갈 가치 없어"
보수단체 '엄호' 속 전두환 전 대통령 운구차 출발
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 닷새째인 27일 보수단체 인사들이 빈소 주변에 운집한 가운데 운구차가 화장장으로 향했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앞은 군 관련 단체에서 나온 사람들과 보수 유튜버들로 북적였다.

경찰은 발인 때의 주변 질서유지와 교통관리에 방점을 두고 이날 빈소 인근에 10여명을 배치해 현장을 관리했다.

에스코트 없이 최소 경력을 투입해 대비한다는 게 경찰이 세워둔 원칙이었다.

이날 보수단체 회원들은 병원 측에 "장례를 치르는 짧은 5일 동안도 전두환 대통령이라고 전광판에 표기해줄 수 없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에는 '5·18 광주 시민 학살은 북한 특수군 소행', '전두환은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 같은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영결식장 안으로 들어가려다 제지당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인사들은 "우리가 5·18 관련 단체도 아닌데 왜 막냐"라며 통곡하기도 했다.

이들이 영결식장 앞에서 현장 관리자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전 7시 30분께부터 친인척과 종교인 등 소수만 참석해 영결식이 치러진 가운데 장례식장 외부에는 우리공화당 등 보수 단체에서 나온 200여 명이 집결해 '전두환 대통령님 편히 영면하십시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오전 8시 17분께 운구차가 빈소를 빠져나오자 이들은 "전두환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숭고한 정신을 잊지 맙시다" 등을 연호했다.

운구차는 보수단체의 호위 속에 바로 장례식장을 빠져나가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고, 보수 단체들도 즉시 해산했다.

이날 보수 단체가 장례식장 안팎을 점령하다시피 한 반면, 5·18 관련 단체는 지난 장례 기간 기자회견과 시위를 했던 것과는 달리 아예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5·18 부상회 관계자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갈 가치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보수 단체들이 거짓 선동을 하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 협의 후 법적 조치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장지도 정해지지 않은 채 전씨의 영결식이 치러진 데 대해서는 "참 비참한 인생이다.

누구나 다 그렇게 보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