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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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 우려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글로벌 증시가 공포에 휩싸였다. 코스피 역시 지난주(22~26일) 초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힘입어 반등을 모색했지만,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변이 바이러스 등장에 대한 공포로 다시 좌절했다.

증권가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해소 조짐을 보이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와 이미 증시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에 대한 내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가 함께 나오고 있다.

코스피, 금리 상승 우려와 변이바이러스 등장에 좌절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22~26일) 코스피는 지난 19일 종가(2971.02) 대비 1.16% 하락한 2936.44에 거래를 마쳤다. 22일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에 대형주 중심의 상승세를 보이며 3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튿날부터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조된 걸 계기로 4거래일을 내리 하락했다.

이 기간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만 1조1246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1조2433억원 어치와 603억원 어치를 팔았다.

특히 기관이 코스피가 하락한 23~26일에 주식을 내다팔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하락 사이클이 조만간 마무리될 수 있다는 외국계 투자자문사의 분석이 나온 걸 계기로 지난 19일부터 한국의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한 외국인도 25일부터는 매도세로 돌아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재지명한 게 금리 상승 우려에 불을 당겼다. 재지명 받은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다. 이에 더해 25일에는 연준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 축소(테이퍼링)의 속도를 높일 가능성을 시사한 내용이 담겨 있는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의사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유임 소감 밝히는 '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유임 소감 밝히는 '세계 경제 대통령' 파월 미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도 지난 25일(한국시간) 개최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높은 1.00%로 결정했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개최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에 더해 코로나19 확산세도 가팔라지며 증시에 부담을 줬다. 국내에서는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가 4000명을 넘나들고 있다. 특히 확산세가 거센 수도권에서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는 ‘비상 계획’ 발동을 검토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라고 24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말했다.

이에 더해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코스피를 다시 한번 강하게 짓눌렀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6일(현지시간)에 이름을 붙이고 ‘우려 변이’로 분류한 오미크론 변이(B.1.1.529)는 많은 수의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감염력이 이전의 변이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공포로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빠지는 급락세를 보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추수감사절 연휴로 오전장만 열린다는 점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패닉’에 빠져 서둘러 매물을 내놓은 것”이라고 추정했다.

“변이 공포 과도…공급망 차질 완화 조짐 보여”

다만 증권가에서는 희망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공포는 앞서 변이 바이러스가 여러 번 등장했던 데 따른 학습효과로 이내 진정될 수 있고,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완화될 조짐이 나타나는 중이라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12월 코스피 밴드로 2810~3080을 제시했다.

이 증권사의 이재만 연구원은 “위험은 늘 그렇듯 주식 시장을 따라다니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주식 시장의 위험으로 ▲기업 이익 증가율 둔화국면에서 나온 한은의 기준금리 2회 인상 ▲다음달 15일(현지시간)의 미국 부채한도 협상 마감과 12월 FOMC 정례회의 결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 등을 꼽았다.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에 대해 이 연구원은 “작년 9월 영국에서, 10월 인도에서 각각 변이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당시 코스피는 고점 대비 저점까지 7%와 6%가 하락했지만, 12월에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했을 때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이) 주식 시장에 주는 악영향이 학습효과로 인해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자료=하나금융투자
자료=하나금융투자
또 미국 중심의 물류 대란이 최악의 국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인한 자본지출 기대지수가 상승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기업의 구인난 완화 징후가 나타나고, 항만의 입항 대기 선박 수와 입항 대기 일(日)이 하락전환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보다는 미 연준에 주식시장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주열 총재의 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의 핵심 근거였던 금융 불균형에 대한 지적이 축소됐고, 추가 금리 인상에는 경제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되면서 한국은행의 공격적 금리 인상 의지는 완화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금통위 이후 국내 단기 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한국보다 미국에 있다”며 “유로·달러 선물 시장에서 내년 6월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다음달 16일 FOMC를 앞두고 2주 전부터 연준 위원들은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간다. 월말월초에 발표되는 경제지표 개선이 시장 참여자들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를 자극해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연결될 여지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세계 각국 봉쇄 움직임…공급망 병목 이슈 다시 부각될까

삼성증권은 정반대의 전망을 내놨다.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다시 봉쇄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국도 이날부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한 8개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은 전일 국토교통부 등 13개 부처와 함께 긴급해외유입상황평가 회의를 개최해 오미크론 발생국과 그 인접국인 남아공,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 등 아프리카 8개국에 대해 이 같이 결정했다. 이들 국가들은 이날 0시를 기해 방역강화국가, 위험국가, 격리면제 제외국가로 지정됐다.

미국, 영국, 이스라엘, 일본, 캐나다, 홍콩, EU, 러시아, 이집트, 아랍이미리트연합(UAE), 터키, 태국, 오만, 브라질, 호주, 필리핀 등도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여행객을 차단하기로 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향후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봉쇄가 확산된다면 공급망 병목 이슈가 다시 부각될 수도 있다”며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재부각된다면 미 연준이 진행하고 있는 긴축 스케줄의 연기 또한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는 시점”이라며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와 각국 정부들의 대응책을 살펴보면서 대응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