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요란, 싱겁게 끝난 '앙숙 대결'…켑카, 9번홀에서 디섐보에 4홀차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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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 기부금' 모두 놓친 졸전
홀 승리로 주는 상금액만 기부
디섐보 402야드 장타는 '눈길'
홀 승리로 주는 상금액만 기부
디섐보 402야드 장타는 '눈길'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연말 최대 이벤트 경기로 기대를 모았던 브룩스 켑카(31·미국)와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의 맞대결에서 켑카가 9개 홀 만에 승부를 끝내며 ‘완승’을 거뒀다. 켑카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윈GC에서 12개 홀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열린 ‘더 매치’에서 4홀 차로 승리했다.
슬로 플레이 등으로 켑카와 지난 2년간 ‘장외 설전’을 이어온 디섐보는 1번홀(파4)부터 도발을 시작했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켑카의 얼굴이 그려진 컵케이크를 팬들에게 나눠준 것. 컵케이크에는 지난 5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인터뷰 도중 징이 박힌 신발을 신고 지나가는 디섐보 때문에 짜증이 난 켑카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켑카는 개의치 않고 2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잡으며 앞서 나갔다. 5번홀(파5)에서도 2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낚았다. 6번홀(파3)에서 3.3m 버디를 추가한 뒤 9번홀(파4)에서는 홀로부터 1.2m 거리에 공을 멈춰 세워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결에 걸린 모든 상금을 기부하기로 한 두 선수는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 기부금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 기부금 5만달러(약 6000만원)가 걸려 있던 3번홀(파3)은 티샷이 5피트(1.524m) 안에 붙을 경우 15만달러, 홀인원이 나오면 200만달러(약 23억9200만원)가 추가로 기부되는 ‘옵션’이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홀 근처에 공을 보내지 못했다. 3번홀과 똑같은 조건이 내걸렸던 11번홀은 켑카의 일방적인 승리로 가보지도 못한 채 끝났다.
최대 2000만 명분의 식사가 걸려 있던 6번홀에서도 마찬가지. 승자의 이름으로 기부되는 50만 명분 식사 외에도 이 홀에선 5피트 안에 공을 보내면 150만 명분 식사, 홀인원에 성공하면 2000만 명분 식사를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켑카와 디섐보 모두 해당 거리 안에 공을 보내지 못했다.
442야드 길이의 7번홀(파4)에선 그나마 디섐보가 볼거리를 제공했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티샷으로 402야드를 보냈고 자신의 이름으로 상금 20만달러를 기부했다.
상금을 모두 기부했지만 켑카와 디섐보가 ‘빈손’으로 돌아선 것만은 아니다. 둘은 이번 대결을 앞세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미국 언론들은 둘의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PIP)’ 순위가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IP는 성적 외에 소셜미디어 영향력 등으로 선수들의 인기에 따라 PGA투어가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보너스다. 총 규모는 5000만달러이며 1등은 800만달러를 가져간다.
켑카는 경기 뒤 “그를 혼내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그와 친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디섐보는 “2개월 동안 쉬어서 경기 감각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슬로 플레이 등으로 켑카와 지난 2년간 ‘장외 설전’을 이어온 디섐보는 1번홀(파4)부터 도발을 시작했다. 티잉 에어리어에서 켑카의 얼굴이 그려진 컵케이크를 팬들에게 나눠준 것. 컵케이크에는 지난 5월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인터뷰 도중 징이 박힌 신발을 신고 지나가는 디섐보 때문에 짜증이 난 켑카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켑카는 개의치 않고 2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잡으며 앞서 나갔다. 5번홀(파5)에서도 2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낚았다. 6번홀(파3)에서 3.3m 버디를 추가한 뒤 9번홀(파4)에서는 홀로부터 1.2m 거리에 공을 멈춰 세워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결에 걸린 모든 상금을 기부하기로 한 두 선수는 성적에 따라 주어지는 ‘보너스’ 기부금도 제대로 모으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 기부금 5만달러(약 6000만원)가 걸려 있던 3번홀(파3)은 티샷이 5피트(1.524m) 안에 붙을 경우 15만달러, 홀인원이 나오면 200만달러(약 23억9200만원)가 추가로 기부되는 ‘옵션’이 있었다. 그러나 두 선수 모두 홀 근처에 공을 보내지 못했다. 3번홀과 똑같은 조건이 내걸렸던 11번홀은 켑카의 일방적인 승리로 가보지도 못한 채 끝났다.
최대 2000만 명분의 식사가 걸려 있던 6번홀에서도 마찬가지. 승자의 이름으로 기부되는 50만 명분 식사 외에도 이 홀에선 5피트 안에 공을 보내면 150만 명분 식사, 홀인원에 성공하면 2000만 명분 식사를 어려운 이웃에 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켑카와 디섐보 모두 해당 거리 안에 공을 보내지 못했다.
442야드 길이의 7번홀(파4)에선 그나마 디섐보가 볼거리를 제공했다. 디섐보는 이 홀에서 티샷으로 402야드를 보냈고 자신의 이름으로 상금 20만달러를 기부했다.
상금을 모두 기부했지만 켑카와 디섐보가 ‘빈손’으로 돌아선 것만은 아니다. 둘은 이번 대결을 앞세워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 골프 팬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미국 언론들은 둘의 ‘플레이어 임팩트 프로그램(PIP)’ 순위가 단숨에 상위권으로 도약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PIP는 성적 외에 소셜미디어 영향력 등으로 선수들의 인기에 따라 PGA투어가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보너스다. 총 규모는 5000만달러이며 1등은 800만달러를 가져간다.
켑카는 경기 뒤 “그를 혼내주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그와 친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디섐보는 “2개월 동안 쉬어서 경기 감각이 부족했다”고 자책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