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설가 서이제 "힘들지만 꿈을 좇는 진짜 청춘 그리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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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0%를 향하여'로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제48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
“다들 청춘은 아프고 힘들다고 여기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취업도 안 되고 집도 없으니 불행할 거라고요. 사실이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행복의 기준이 너무 부모 세대에 맞춰져 있는 건 아닐까요?”
첫 소설집 《0%를 향하여》(문학과지성사)로 민음사의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서이제 작가(30·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소설 속 청춘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백수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구분하기 힘든 독립영화 감독, 집이 없어 매일 밤 잘 곳을 찾아 헤매는 대학생, 노량진 거리를 서성이는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서 작가는 “힘들지만 자기의 꿈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타인과도 연결된 인물들”이라며 “미디어에서 상투적으로 보여지는 불행한 청춘이 아니라 진짜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 작가는 요즘 문단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가로 꼽힌다. 오늘의 작가상 심사위원들은 “자기혐오에 빠져드는 듯하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계속 걸어 나가는 ‘서이제 표’ 인물들은 오늘날 젊음의 가장 생생한 얼굴”이라고 평가했다.
책을 펼치면 독특한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적인 데다 묘사 대신 단어를 나열하곤 한다. 이런 식이다. “샤워기. 뜨거운 물. 습기 차오른다. 뿌연 안개. 눈앞 흐려지고, 거울 앞에서 내가 사라진다.” 그는 “작가의 주관적 묘사가 폭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경을 썼으니 공부를 잘할 거야’ ‘머리가 기니까 청순할 거야’ 같은 고착화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대신 그는 익숙한 단어를 통해 독자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서 작가는 뒤늦게 문학에 빠져들었다. 영화와 달리 소설을 쓰는 데는 돈이 들지 않았다. 카메라의 3인칭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마음껏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나 사무엘 베케트 등의 소설을 즐겨 읽었고, 대학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시집을 하루에 한 권, 혹은 이틀에 한 권씩 읽었다.
익숙한 것을 의심하는 그의 태도는 실험적인 시도로 이어졌다. 인물 간의 대화는 큰따옴표 대신 1인칭 화자의 서술 속에 녹아들고, 각주는 물론 스도쿠가 등장하기도 한다. 문단은 각각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다. 소설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상식에 반기를 든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에피소드별로 나눠보는 데 익숙하다”며 “소설도 경직된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첫 소설집 《0%를 향하여》(문학과지성사)로 민음사의 제48회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서이제 작가(30·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소설 속 청춘들은 미래가 불투명하다. 백수인지 아르바이트생인지 구분하기 힘든 독립영화 감독, 집이 없어 매일 밤 잘 곳을 찾아 헤매는 대학생, 노량진 거리를 서성이는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 등이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에 분노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서 작가는 “힘들지만 자기의 꿈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타인과도 연결된 인물들”이라며 “미디어에서 상투적으로 보여지는 불행한 청춘이 아니라 진짜 청춘들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서 작가는 요즘 문단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작가로 꼽힌다. 오늘의 작가상 심사위원들은 “자기혐오에 빠져드는 듯하면서도 삶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면서 친구들과 함께 계속 걸어 나가는 ‘서이제 표’ 인물들은 오늘날 젊음의 가장 생생한 얼굴”이라고 평가했다.
책을 펼치면 독특한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시적인 데다 묘사 대신 단어를 나열하곤 한다. 이런 식이다. “샤워기. 뜨거운 물. 습기 차오른다. 뿌연 안개. 눈앞 흐려지고, 거울 앞에서 내가 사라진다.” 그는 “작가의 주관적 묘사가 폭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경을 썼으니 공부를 잘할 거야’ ‘머리가 기니까 청순할 거야’ 같은 고착화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 대신 그는 익숙한 단어를 통해 독자의 경험을 상기시킨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서 작가는 뒤늦게 문학에 빠져들었다. 영화와 달리 소설을 쓰는 데는 돈이 들지 않았다. 카메라의 3인칭 시선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마음껏 전달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나 사무엘 베케트 등의 소설을 즐겨 읽었고, 대학 때 아르바이트하면서 시집을 하루에 한 권, 혹은 이틀에 한 권씩 읽었다.
익숙한 것을 의심하는 그의 태도는 실험적인 시도로 이어졌다. 인물 간의 대화는 큰따옴표 대신 1인칭 화자의 서술 속에 녹아들고, 각주는 물론 스도쿠가 등장하기도 한다. 문단은 각각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이다. 소설은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상식에 반기를 든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TV 프로그램을 유튜브에서 에피소드별로 나눠보는 데 익숙하다”며 “소설도 경직된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