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법률 리스크 피하려면 '비재무 성과' 공시 엄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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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공익네트워크 심포지엄
소액주주 감시·공시의무 강화
기업 경영 '준법통제' 필요 커져
'무늬만 ESG'는 소송만 불러
사회적 문제 해결 나서야 성장
소액주주 감시·공시의무 강화
기업 경영 '준법통제' 필요 커져
'무늬만 ESG'는 소송만 불러
사회적 문제 해결 나서야 성장
“지속가능한 체계를 구축하지 않은 채 그저 기업 이미지 관리 차원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면 금세 한계가 드러날 것입니다.”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지난 25일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린 ‘ESG와 사회문제의 해결’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심포지엄은 서울변회와 로펌공익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로펌공익네트워크는 2016년 국내 대형로펌 11곳이 모여 만든 연합체로, 로펌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구성됐다.
글로벌 ESG 평가기관 아라베스크의 선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대표는 “더 이상 ‘ESG워싱(세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워싱이란 기업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무늬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을 뜻한다. 강 위원은 “기업에 비재무적 정보 공개가 요구되고, 금융투자업계에는 지속가능금융에 관한 규제 등이 생기고 있다”며 “실질적인 ESG 경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SG워싱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소송 리스크’가 꼽힌다. 표면적으로만 ESG 경영을 도입하거나 ESG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ESG 경영의 일환인 것처럼 공시하면 다양한 주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정부의 관련 규제 및 공시의무 강화 등에 따라 준법리스크가 커졌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자율적 감시도 늘어났다”며 “소비자단체 역시 구매하는 상품을 생산한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미 미국, 유럽 각지에서 ESG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공공 영역에서 ESG 요소를 의무 반영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ESG 4법’이 추진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어 기업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범준 서울변회 교육이사는 “법조인들이 기업 ESG 경영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공시는 주로 재무적 정보를 다뤘기 때문에 회계사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ESG 공시는 비재무적 정보가 강조되고, ‘준법통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법률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 이사는 “기업이 작성한 ESG 공시 자료를 변호사가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를 들었다. 테스코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빈민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에 적극적으로 출점했다. 이전까지 주로 패스트푸드만 공급되던 이들 지역에 신선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료품을 제공하자 지역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경제적 수익까지 챙겼다. ‘금세 폐점할 것’이란 우려를 깨고 매장 운영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임 대표변호사는 “대부분 국내 기업은 구조적 ESG 경영 도입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 기업들은 ESG 경영에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 수익성 개선 등에 꼭 필요한 요건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같은 돈을 쓰더라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구조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기업 경영에 ESG와 별도로 인권존중책임(BHR)이라는 개념을 추가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BHR은 기업 활동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라며 “이미 유럽·호주 등 다양한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ESG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세계 운용자산 중 3분의 1이 ESG 투자에 쓰이고 있다”며 “2030년엔 세계 운용자산 중 90%가 ESG 투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로펌공익네트워크는 올해 설립 5년차를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단체에서 사회공원 부문을 맡고 있는 박중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매년 로펌의 공익 활동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함께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취약계층의 법률 지원과 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등 해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지난 25일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열린 ‘ESG와 사회문제의 해결’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이 강조했다. 이 심포지엄은 서울변회와 로펌공익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했다. 로펌공익네트워크는 2016년 국내 대형로펌 11곳이 모여 만든 연합체로, 로펌의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구성됐다.
비재무 성과 주목하는 소비자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박영립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CSR) 준수에 골몰하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본격적인 ESG 시대가 도래했다”며 “기업이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위해 해야 할 일과 이 과정에서 법률가들은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글로벌 ESG 평가기관 아라베스크의 선임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강주현 글로벌경쟁력강화포럼 대표는 “더 이상 ‘ESG워싱(세탁)’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SG워싱이란 기업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무늬만 ESG 경영’을 도입하는 것을 뜻한다. 강 위원은 “기업에 비재무적 정보 공개가 요구되고, 금융투자업계에는 지속가능금융에 관한 규제 등이 생기고 있다”며 “실질적인 ESG 경영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SG워싱에 주력하는 기업들이 시장에서 버티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는 ‘소송 리스크’가 꼽힌다. 표면적으로만 ESG 경영을 도입하거나 ESG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ESG 경영의 일환인 것처럼 공시하면 다양한 주체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정부의 관련 규제 및 공시의무 강화 등에 따라 준법리스크가 커졌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자율적 감시도 늘어났다”며 “소비자단체 역시 구매하는 상품을 생산한 기업이 ESG 경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윤 변호사는 “이미 미국, 유럽 각지에서 ESG와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공공 영역에서 ESG 요소를 의무 반영해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ESG 4법’이 추진되는 등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어 기업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범준 서울변회 교육이사는 “법조인들이 기업 ESG 경영의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인 공시는 주로 재무적 정보를 다뤘기 때문에 회계사의 영역으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ESG 공시는 비재무적 정보가 강조되고, ‘준법통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법률 전문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고 이사는 “기업이 작성한 ESG 공시 자료를 변호사가 검증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경영에 사회문제 고려해야
심포지엄에 참여한 변호사와 전문가들은 “ESG 경영을 구조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ESG, 기업과 사회문제’를 주제로 발표한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사회문제를 사업 모델과 연관시켜 해결하는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활동이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게 아니라 해결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얘기다.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대형 유통업체 테스코를 들었다. 테스코는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빈민 주거 비율이 높은 지역에 적극적으로 출점했다. 이전까지 주로 패스트푸드만 공급되던 이들 지역에 신선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식료품을 제공하자 지역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경제적 수익까지 챙겼다. ‘금세 폐점할 것’이란 우려를 깨고 매장 운영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다.
임 대표변호사는 “대부분 국내 기업은 구조적 ESG 경영 도입에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 기업들은 ESG 경영에 시혜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지속가능경영, 수익성 개선 등에 꼭 필요한 요건으로 본다”며 “기업들이 같은 돈을 쓰더라도 사회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구조적으로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권존중책임’ 개념 도입도 필요
이날 토론에선 ESG 경영의 지향점을 두고도 여러 의견이 나왔다. 이상수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식적으로 ESG 경영을 하면서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기업으로 투자가 몰릴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오히려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면서 “기업 경영에 ESG와 별도로 인권존중책임(BHR)이라는 개념을 추가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BHR은 기업 활동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움직임”이라며 “이미 유럽·호주 등 다양한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대표는 “ESG에 대한 투자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 기업들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윤 대표는 “세계 운용자산 중 3분의 1이 ESG 투자에 쓰이고 있다”며 “2030년엔 세계 운용자산 중 90%가 ESG 투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부작용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로펌공익네트워크는 올해 설립 5년차를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단체에서 사회공원 부문을 맡고 있는 박중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매년 로펌의 공익 활동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각계 전문가와 함께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며 “지난해에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취약계층의 법률 지원과 개선 방안을 공유하는 등 해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