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가 국내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다음달 게임 기반 NFT(대체불가능토큰) 거래시장을 연다. 이용자들이 게임 내 캐릭터 등을 암호화폐로 매매할 수 있는 거래소다. 국내 다른 게임사도 잇따라 NFT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밝혀 블록체인 게임시장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달 국내 첫 게임 NFT거래소까지…억대 아이템도 자유롭게 매매

위메이드, 국내 첫 게임 NFT 거래소 공개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다음달 14일 ‘미르4NFT’를 공개한다. 위메이드의 게임 ‘미르4’에서 이용자들이 육성한 게임 캐릭터, 획득한 아이템 등을 서로 사고팔 수 있는 거래소다. 결제 수단은 위메이드의 암호화폐 위믹스다. 위믹스는 국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 구입 가능하다. 게임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NFT 상품은 이전에도 있었다. 게임 내 콘텐츠와 연동된 NFT 거래소는 국내에서 ‘미르4NFT’가 처음이다.

국내 다른 게임사들도 NFT 거래소 출시나 NFT를 적용한 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메이드 다음으로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컴투스와 모회사인 게임빌이다. 컴투스는 NFT를 적용한 게임 ‘거상M 징비록’을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빌은 자사 대표 게임 IP인 ‘게임빌프로야구’에 NFT를 접목해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두 기업은 NFT 게임 출시 전에 자체 암호화폐(C2X·가칭)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컴투스는 미국의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미시컬게임즈에 투자했다. 미시컬게임즈는 자체 개발한 미시컬 이코노믹 엔진과 미시컬 마켓플레이스 등을 기반으로 이용자가 게임에서 NFT를 만들고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게임빌은 지난달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 지분 21.9%를 539억원에 추가로 인수해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엔씨소프트도 내년에 NFT를 적용한 게임을 내놓을 계획이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엔씨소프트가 유통하고 있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NFT 적용에 가장 적합한 장르라고 믿고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는 암호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내년에 NFT 거래소를 선보인다. 자회사 프렌즈게임즈가 주도한다. 프렌즈게임즈는 지난 5월 블록체인 전문업체 웨이투빗과 합병했다. 웨이투빗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자 암호화폐 보라를 운용하고 있다.

게임업계 패러다임 바꿀까

NFT 적용 게임이 늘어나면서 게임 이용 방식도 크게 변할 전망이다. 게이머는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지금보다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현재 게임 캐릭터는 대부분 게임 계정 거래로 매매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다른 이용자가 전투력 100으로 키운 캐릭터 계정을 통째로 사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게임사 약관에 따라 불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거래가 불편하다. NFT를 적용하면 이런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다. 다른 사람이 소유한 캐릭터를 내 계정으로 그대로 옮길 수 있다. NFT 거래소로 과거 ‘음지’에서 거래돼 논란이 된 고가의 아이템 매매를 양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1억원 이상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진 엔씨소프트 ‘리니지’의 아이템 ‘집행검’을 안전하게 사고팔 수 있다는 얘기다.

게임사는 NFT 도입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을 계획이다. NFT 방식은 게임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이용자 유입 효과가 크다. NFT 거래소 운영으로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성공 사례가 나왔다. 베트남 게임업체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엑시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시장 조사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과거 한 달 동안 엑시인피니티 관련 NFT 상품의 거래액은 7억6921만달러(약 9180억원)에 달했다. 글로벌 NFT 프로젝트 중 거래액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의 성장성에 민감한 주식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위메이드 주가는 작년 12월 30일 3만8500원에서 이달 26일 19만2000원까지 올랐다. 다섯 배 가까운 상승폭이다. 게임빌 주가는 최근 3개월 새 559% 상승했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지난 11일 NFT 도입을 발표하자 6년여 만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내년 국내 게임시장에서는 NFT 게임과 비(非)NFT 게임 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