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로나發 거시건전성 정책 다시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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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ed 테이퍼링·긴축정책 시동
내년 글로벌금융시장 시련 예고
'버팀목" 중국 경제도 고전
국내 최대문제는 가계부채 급증
채권시장 자본이동 주시를
비은행 금융기관 관리도 절실
신관호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내년 글로벌금융시장 시련 예고
'버팀목" 중국 경제도 고전
국내 최대문제는 가계부채 급증
채권시장 자본이동 주시를
비은행 금융기관 관리도 절실
신관호 <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미국은 역사상 가장 확장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으로 대응했다. 이런 정책은 실물경제의 붕괴를 막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부작용을 수반했다. 미국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를 넘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제로금리와 막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에는 역사상 최고 수준의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시동을 걸었으며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함께 본격적인 긴축을 시작할 것이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완화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민간 및 국가부채 규모도 크게 확대됐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 축소는 신흥국에 큰 시련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헝다그룹의 위기는 애초 예상과 달리 중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는 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통화불일치와 만기불일치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는 소위 ‘이중불일치’로 큰 어려움을 겪어 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한편 원화표시 채권시장을 육성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은행이 도매시장을 통해 조달한 달러 단기차입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자 환율이 급등하고 위기 상황이 초래됐다. 그 후 금융당국은 은행의 단기차입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이는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다.
사실 국내 금융 불안의 최대 문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다. 이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는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대표되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다. 따라서 외환이건 국내 문제이건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는 은행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년 3월에 코로나19 충격으로 환율이 1280원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위기 요인을 목격했다. 당시 리스크는 채권시장과 비은행금융기관에 있었던 것이다.
은행 부문으로 규제가 집중되는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외국 자본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원화로 발행되는 국채시장은 채권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런 사정은 다른 신흥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비록 한국 시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환율이 절하하자 해외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한국의 경우는 오히려 해외 채권시장에 행한 투자가 문제였다. 보험회사들은 국내에서 조달한 원화자금을 해외 채권시장에 투자한다. 이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헤징을 위해 통화 스와프를 활용한다. 2020년 3월 이런 헤징 서비스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외환시장은 큰 변동성을 경험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증권회사들은 해외 주식시장에 기반을 둔 파생결합증권(ELS)을 활발히 판매하고 있었다. ELS는 해외 주가가 일정 한도 아래로 내려갈 경우 큰 손실을 보도록 구조화돼 있었는데, 2020년 3월 글로벌 주가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손실을 메꾸기 위한 마진콜이 급증했다. 이를 메꾸기 위한 외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도 크게 올랐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한국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설계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먼저, 지속적으로 성장한 채권시장에서의 자본 이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커졌다. 또한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국 채권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보험회사와 구조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회사가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변화된 환경에서 과거와 같이 은행 중심으로 외환차입에만 초점을 맞추다간 큰코를 다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내년에 닥칠지도 모르는 글로벌 충격에 대비해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창의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시동을 걸었으며 내년에는 금리 인상과 함께 본격적인 긴축을 시작할 것이다.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완화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민간 및 국가부채 규모도 크게 확대됐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 축소는 신흥국에 큰 시련을 줄 것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버팀목 역할을 해온 중국 경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등에 떨어진 헝다그룹의 위기는 애초 예상과 달리 중국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금융당국은 위기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시는 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도입해 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통화불일치와 만기불일치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는 소위 ‘이중불일치’로 큰 어려움을 겪어 이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한편 원화표시 채권시장을 육성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시에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했다. 은행이 도매시장을 통해 조달한 달러 단기차입의 만기가 연장되지 않자 환율이 급등하고 위기 상황이 초래됐다. 그 후 금융당국은 은행의 단기차입에 대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대응했고 이는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다.
사실 국내 금융 불안의 최대 문제는 급증하는 가계부채다. 이에 대한 거시건전성 규제는 LTV(담보인정비율)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로 대표되는데 이것도 기본적으로 은행에 대한 규제다. 따라서 외환이건 국내 문제이건 금융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는 은행에 집중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작년 3월에 코로나19 충격으로 환율이 1280원까지 급등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새로운 위기 요인을 목격했다. 당시 리스크는 채권시장과 비은행금융기관에 있었던 것이다.
은행 부문으로 규제가 집중되는 동안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외국 자본은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원화로 발행되는 국채시장은 채권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이런 사정은 다른 신흥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비록 한국 시장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다른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환율이 절하하자 해외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갔다.
한국의 경우는 오히려 해외 채권시장에 행한 투자가 문제였다. 보험회사들은 국내에서 조달한 원화자금을 해외 채권시장에 투자한다. 이때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헤징을 위해 통화 스와프를 활용한다. 2020년 3월 이런 헤징 서비스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외환시장은 큰 변동성을 경험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시 증권회사들은 해외 주식시장에 기반을 둔 파생결합증권(ELS)을 활발히 판매하고 있었다. ELS는 해외 주가가 일정 한도 아래로 내려갈 경우 큰 손실을 보도록 구조화돼 있었는데, 2020년 3월 글로벌 주가가 급속히 하락하면서 손실을 메꾸기 위한 마진콜이 급증했다. 이를 메꾸기 위한 외환 수요가 급증하면서 환율도 크게 올랐던 것이다.
이상과 같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한국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시 설계돼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먼저, 지속적으로 성장한 채권시장에서의 자본 이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커졌다. 또한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국 채권시장에 주로 투자하는 보험회사와 구조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회사가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가 시급하다. 변화된 환경에서 과거와 같이 은행 중심으로 외환차입에만 초점을 맞추다간 큰코를 다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내년에 닥칠지도 모르는 글로벌 충격에 대비해 새로운 상황에 걸맞은 창의적인 거시건전성 정책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