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한국전쟁 당시 중국의 관점에서 미군의 패배를 묘사한 선전 '장진호'가 중국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가 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중국 온라인 티켓예매 사이트 마오얀 집계 결과 지난 9월 30일 개봉한 '장진호전투'는 8억9200만 달러(한화 약 1조558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역대 흥행 1위 작품에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7년 영화 '특수부대 전랑2'가 기록한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 1위 성적인 8억8200만 달러(1조549억 원)을 뛰어넘는 것. 뿐만 아니라 올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포스트, 버라이어티와 같은 매체들은 "'장진호'가 제임스 본드 시리즈인 '노 타임 투 다이'를 능가했다"면서 놀라움을 드러냈다.

'장진호'는 중국의 6·25전쟁 참전사를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의 승전사로 간주하는 시각에서 만든 대표적인 애국주의 영화이자 반미 성향 영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장산호'는 미·중 갈등 심화 속에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19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도 개봉했다.

여전히 '장진호'가 상영 중인 만큼 흥행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영화의 흥행으로 속편 '장진호:수문교' 제작도 일찌감치 확정된 상태다.

'장진호'의 흥행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 영화 주연 배우인 우징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애국 영화 제작하라"…밀어주기 나선 중국 정부

/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사진=영화 '장진호' 포스터
일각에서는 "'장진호'의 엄청난 인기는 중국의 새로운 전쟁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중국 국가영화총국(National Film Administration)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중국 영화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전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영화 스크린을 10만 개 이상 확장하고, 제작비 1500만 달러(179억 원) 이상의 영화를 매년 50편 이상 선보인다는 목표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이 계획의 궁극적인 목표는 2035년까지 중국을 '강력한 문화 강국'으로 건설하는 것이며 영화 작업에 대한 당의 전면적인 지도력을 견지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의 정신, 중국의 가치와 힘, 미학을 보여주는 걸착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게 되면 '강력한 영화 강국'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연간 박스오피스의 55%를 중국 내 제작 영화가 차지해야 한다.

마오얀에 따르면 중국 내 자국 영화 박스오피스 점유율은 2018년 62%, 2019년 64%, 지난해엔 84%였다는 점에서 목표 달성에는 어려움이 없으리란 관측이다.

또한 낙후 지역까지 영화관을 개발하고, 애국 콘텐츠를 널리 알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현'급 이상 도시에 기반을 둔 영화관은 선전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인민 영화'를 1개 이상의 상영관에 할당해야 한다. 중국 당국은 "이를 통해 지역의 (선전) 영화 상영 공간을 확대하고, 이념적 예술적 기준이 높은 선전 영화를 상영 일정에 맞춰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과 조국, 인민, 영웅을 추모하여 붉은 '공산당' 유전자를 계승하고, '당'의 혈통을 이어가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 현재 진행 중인 창건 80주년과 같은 중요한 정치적 이정표를 기념해야 한다"면서 한국 전쟁 등도 주요 소재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중국 영화는 '신뢰할 수 있고, 사랑스럽고, 존경할만한 중국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무대에서 중국 영화를 선보이는 것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각오다. "영화사들의 투자, 인수합병, 협력 등을 통해 국제시장 개척을 독려할 것"이라며 "칸, 베니스, 홍콩 등 주요 국제 영화제에 중국 부스를 설치하고, 중국 영화의 최신 성과 및 발전을 전시하고, 외국 영화 무역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제 전문지 포츈은 "'장진호'의 기록적인 흥행은 모두 자국 내 티켓 판매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국 영화 시장의 경제력을 보여준 증거"라며 "다만 중국 영화가 해외에서 할리우드의 지배력을 깨기 위해서는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