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지점을 운영하고 보험설계사를 교육·관리하는 '매니저'는 근로자가 아니므로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1민사부(재판장 김명수)는 지난 25일 메트라이프생명보험 주식회사 소속 에이전시 매니저 15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원고들은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면서 회사와 '에이전시 매니저(Agency Manager, AM)' 위촉 계약을 체결한 다음 각 지점을 운영하고 보험설계사를 모집·관리하거나 교육하는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들은 "형식적으로 회사와 위촉계약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회사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등 종속적인 근로를 제공했다"며 도합 9억7000여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지점을 관리하는 에이전시 매니저를 회사 소속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에게만 지급된다.

매니저들은 "회사 사업단 본부장은 자신이 관리하는 지점의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소집해 교육을 하거나 지점별 실적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며 "출근시간도 오전 7시 반 전후였으며 휴가를 가기 전에 본부장 결재를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매니저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본부장의 영업실적 독려는 실적을 통한 이윤창출이라는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매니저들에게 협력적인 관계에서 실적 향상을 유도한 것에 불과하다"며 "회의나 교육도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불참했다고 특별히 불이익한 조치를 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매니저들은 수행 업무의 내용이나 시간에 관계 없이 지점에 소속된 보험설계사들의 성과에 따라 산정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며 "이 금액은 매월 큰 편차가 있었기 때문에, 이 수수료가 근로 자체의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위촉계약서에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된 점 △매니저가 자신의 비용으로 업무보조인력을 채용하기도 한 점을 근거로 "매니저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보험설계사는 물론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저들의 근로자성 여부를 다투는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2월에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M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와 H손해보험 주식회사 등 유명보험사와 위촉계약을 체결하고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육성코치, 육성팀장 등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와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