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文정부 코인대책' 위헌으로 보지 않은 이유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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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4 '각하'…헌소 대상 아니라고 판단
다수의견 "가이드라인일 뿐, 공권력 행사 아냐"
소수의견 "구속적 성격, 행정부가 기본권 침해"
다수의견 "가이드라인일 뿐, 공권력 행사 아냐"
소수의견 "구속적 성격, 행정부가 기본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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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구독신청 hankyung.com/newsletter "가상통화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지나치게 높고, 묻지마식 투기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2017년 12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출범 1년차에 불어닥친 '코인 광풍'에 놀란 정부는 이날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어 은행권에 "암호화폐거래소에 가상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시장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8년 1월 23일, 금융위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했다.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려면 은행에서 본인인증을 마친 계좌를 쓰도록 하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제도를 1주일 뒤부터 시행한다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가상계좌 발급 중단'과 '실명계좌 도입'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몇몇 코인 투자자들은 이들 조치가 위헌이라며 네 건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4년 만에 나왔다. 지난 25일 헌재는 2017년 말~2018년 초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각하(却下)했다. 각하는 청구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헌재는 제각기 신청된 네 건을 병합해 검토한 결과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A씨를 비롯한 청구인들은 당시 정부 조치로 코인값이 떨어져 재산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제한한 것은 법률유보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폈다.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은 당시 규제가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이 사건 조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담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감시·감독 체계와 실명계좌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자발적 호응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일 따름"이라고 했다. 은행이 정부 입장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정부 조치가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공권력의 행사"라며 기본권 침해가 맞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은행에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요구,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근거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했으며 금융사들이 불응하면 제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한 중요 사항의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해 법률의 형식으로써 수행해야지 행정부·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아홉 명 중 여섯 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두 명만 더 힘을 보태 위헌이 됐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물론 법조계와 암호화폐업계는 위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지난해 헌재에는 3216건의 헌법소원이 청구됐고 78%가 각하됐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기에 헌재의 판단은 큰 뉴스로 다뤄지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다만 금융부 기자 관점에서 헌재의 보도자료를 읽어보면 이런 의문은 남는다. 금융당국이 말 한마디만 해도, 말없이 눈치만 보내도, 바짝 엎드리는 게 이쪽 업계다. '정부 조치는 강제가 아니었다'는 재판관 다수 의견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금융권 관계자는 몇 명이나 될까.
네 명의 재판관이 낸 소수 의견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4년 가까이 경과된 현 시점에서 보면, 가상통화의 가능성이 전혀 터무니없다거나 당시 거래가액이 전적으로 투기적 수요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단정할 수만은 없다." 이들은 정부 조치에 대해 "위험성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가상통화와 일반 국민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포함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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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주재한 홍남기 당시 국무조정실장(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출범 1년차에 불어닥친 '코인 광풍'에 놀란 정부는 이날 가상통화 거래 실명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관련 금융권 점검회의'를 열어 은행권에 "암호화폐거래소에 가상계좌 신규 제공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는 '거래소 폐쇄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걸 알면서도 시장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2018년 1월 23일, 금융위는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을 발표했다. 원화로 코인을 사고팔려면 은행에서 본인인증을 마친 계좌를 쓰도록 하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제도를 1주일 뒤부터 시행한다는 내용 등이 핵심이다.
'가상계좌 발급 중단'과 '실명계좌 도입'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현 정부의 기조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몇몇 코인 투자자들은 이들 조치가 위헌이라며 네 건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는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4년 만에 나왔다. 지난 25일 헌재는 2017년 말~2018년 초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가상통화 관련 긴급대책 등에 제기된 헌법소원을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각하(却下)했다. 각하는 청구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을 뜻한다. 헌재는 제각기 신청된 네 건을 병합해 검토한 결과 청구인들의 심판 청구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변호사 A씨를 비롯한 청구인들은 당시 정부 조치로 코인값이 떨어져 재산권,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본권을 제한한 것은 법률유보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폈다.
재판관들의 다수 의견은 당시 규제가 "당국의 우월적인 지위에 따라 일방적으로 강제된 것으로 볼 수 없고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모아졌다. 이들은 "이 사건 조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담하는 금융기관에 대해 감시·감독 체계와 실명계좌 시스템이 정착되도록 자발적 호응을 유도하려는 일종의 단계적 가이드라인일 따름"이라고 했다. 은행이 정부 입장을 따르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팽팽했다.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정부 조치가 "규제적·구속적 성격을 상당히 강하게 갖는 공권력의 행사"라며 기본권 침해가 맞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은행에 시정명령이나 영업정지 요구, 과태료 부과 등이 가능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근거로 신규 가상계좌 제공 중단을 요청했으며 금융사들이 불응하면 제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한 중요 사항의 정책 형성 기능만큼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입법부가 담당해 법률의 형식으로써 수행해야지 행정부·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에는 재판관 아홉 명 중 여섯 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만약 두 명만 더 힘을 보태 위헌이 됐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물론 법조계와 암호화폐업계는 위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다. 지난해 헌재에는 3216건의 헌법소원이 청구됐고 78%가 각하됐다.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기에 헌재의 판단은 큰 뉴스로 다뤄지지도 않고 조용히 지나갔다.
다만 금융부 기자 관점에서 헌재의 보도자료를 읽어보면 이런 의문은 남는다. 금융당국이 말 한마디만 해도, 말없이 눈치만 보내도, 바짝 엎드리는 게 이쪽 업계다. '정부 조치는 강제가 아니었다'는 재판관 다수 의견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금융권 관계자는 몇 명이나 될까.
네 명의 재판관이 낸 소수 의견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4년 가까이 경과된 현 시점에서 보면, 가상통화의 가능성이 전혀 터무니없다거나 당시 거래가액이 전적으로 투기적 수요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단정할 수만은 없다." 이들은 정부 조치에 대해 "위험성을 지나치게 우려한 나머지 가상통화와 일반 국민의 수요를 단기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포함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