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쇼미9' 이후 1년…미란이, 흔들리며 피어난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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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미란이 인터뷰
11월 30일 새 앨범 '업타운 걸' 발매
"'쇼미9' 이후 1년 간 느낀 감정 담아"
"번아웃 빠져…스스로에게 화나기도"
"다음에 대한 호기심 생기는 아티스트이길"
11월 30일 새 앨범 '업타운 걸' 발매
"'쇼미9' 이후 1년 간 느낀 감정 담아"
"번아웃 빠져…스스로에게 화나기도"
"다음에 대한 호기심 생기는 아티스트이길"
(인터뷰②에 이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유독 거리낌이 없었다. 치열한 랩 경쟁이 오가는 무대 위에서도 선뜻 가난했던 삶을 펼쳐놨다. "엄마 우리 이제 포차 나가자!"라고 외치는 모습에 보는 이들은 심장이 저릿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정작 본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매회 '성장 드라마'를 쓰며 여성 래퍼 최초로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했던 래퍼 미란이의 이야기다. 프로그램은 미란이의 삶을 확 바꿔놓았다. 경연곡 'VVS'와 '아츄(Achoo)' 등으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그루비룸이 설립한 레이블 에어리어에도 합류했다. 데뷔한 지 약 8개월 만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였다.
그렇다면 '쇼미더머니9'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미란이는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녹여낸 새 앨범 '업타운 걸(UPTOWN GIRL)'을 11월 30일 발매했다. 7곡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바뀐 삶,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려 했어요. 앨범명 '업타운 걸'이 부유한 집안의 소녀라는 뜻이거든요. 제 과거의 삶과는 역설적인 단어인데, 마치 이제는 제가 부유한 집안의 소녀가 된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간 미란이의 곡에는 가난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VVS'에서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자신을 어렵게 키운 엄마를 떠올리며 '내가 뭐라 했어 MOM / 꺼내겠다고 포차 / 맨 밑바닥의 소녀 / 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 / 허기져 이를 꽉 물어'라는 가사를 실었다. 에어리어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발매한 싱글 '데이지(Daisy)'에서도 배고팠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난 꺾일 수 없는 데이지'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업타운 걸'을 앨범명으로 내건 이유에 대해 미란이는 "어렸을 때 부유한 집안의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은 아이처럼 눈치를 안 본다고 느꼈다. 그 나이대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게 부러웠던 거다"면서 "철이 빨리 들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도 그 친구들처럼 티 없이 노래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앨범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1년간 미란이는 심한 부침을 겪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싱글 '데이지'를 발매했고, 6월에는 배우 라미란과 싱글 '라미란이'도 공개하며 쉼 없이 달렸는데 그만 '번 아웃'에 빠져버린 것.
미란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원하던 것들을 다 해보다가 7월이 돼서 이제는 내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실에 갔다. 그런데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한 달 내내 작업실에 갔는데 정말 한 글자도 안 나왔다. 그루비룸 오빠들도 와서 문을 두드렸다. '뭐가 문제냐', '왜 아무것도 못 만드냐'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필요한 건 스스로를 들여다볼 시간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의 시작점을 찾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고. 미란이는 "'VVS'·'데이지' 때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때 팬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더라. 항상 착한 단어, 따뜻한 말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한 글자를 적고도 계속 눈치를 봤다. 스스로 틀을 만들어버린 거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게 계속되다 보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좋아하는 음악을 다해보겠다고 하고선 한 글자도 못 쓰고 있는 게 한심해 보였다. 그러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곡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고 쓴 게 이번 앨범의 수록곡 '지겨워서 만든 노래'다"라고 전했다.
부담감을 털어내고 만든 '지겨워서 만든 노래'를 계기로 마침내 '번 아웃'에서 벗어나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결국 미란이 노래의 자양분은 전부 그의 삶에서 비롯되는 듯했다.
"진짜 그 사람이 겪었던 일 혹은 마치 내 마음을 읽듯이 얘기해 주는 곡을 좋아해요. 그 아티스트의 냄새가 나는 곡인 거죠. 저도 최대한 그렇게 곡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특히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어요. 제목이 전부 일차원적인데요. 세련되게 고칠까도 생각해 봤지만 제일 일차원적인 게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릴 때가 많아서 고치지 않고 그대로 표현했어요." 당초 생각했던 타이틀곡은 앨범명과 같은 '업타운 걸'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다운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타이틀곡도 '티키타'로 바꿨다.
미란이는 '티키타'에 대해 "팬들에게 처음으로 들려주는 사랑 노래인데 단순한 사랑 노래는 아니다"라면서 "곡에 DND(Do Not Disturb, 방해금지)라는 단어가 나온다. 낯선 세상에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껴 문을 닫고 아무랑도 소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티키타'에는 '쇼미더머니9'에 같이 출연했던 릴보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릴보이는 해당 시즌 우승자였다. 미란이는 "웹 예능을 함께 찍어서 친해졌다. 두 번째 부탁이라 덤덤하게 하려고 했는데, 막상 릴보이 오빠의 보컬 트랙을 받고 붙여보니 감격스럽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정기고·소유의 '썸' 느낌으로 랩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와 같이 그런 느낌을 하게 되니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릴보이 외에도 이번 앨범은 스키니브라운, 폴브랑코, 애쉬아일랜드, 갓세븐 제이비까지 화려한 피처링진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미란이는 "평소에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분들한테 직접 연락을 다 드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업타운 걸' 발매에 앞서 공개한 프리싱글 '람보!(Lambo!)'는 미국 아이튠즈 힙합·랩 차트 6위,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2위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미란이는 "이런 결과물에 대해 덤덤하려고 하고 또 실제로도 덤덤하다"며 웃었다.
그는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들떠버리면 흔들리더라. 그게 무섭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하루 딱 좋아하고 잊어버리자는 태도를 취한다"면서 "바람이 있다면 오래오래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다. 이런 거에 연연하면 얽매이게 되더라. 이번 앨범 목표는 미란이라는 아티스트가 다음에 어떤 걸 가지고 올까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어 주는 거 딱 하나다"고 강조했다.
"'미란이가 정말 아티스트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미란이라는 아티스트가 다음엔 어떤 걸 가져올까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면 좋겠고, 또 제 음악적인 코어 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어떤 식으로 성장해가는지, 제가 어떤 걸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잘 알아주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미란이의 지난 1년,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니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떠올랐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더 곧게 세운 듯한 그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지난해 Mnet '쇼미더머니9'에 출연해 매회 '성장 드라마'를 쓰며 여성 래퍼 최초로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했던 래퍼 미란이의 이야기다. 프로그램은 미란이의 삶을 확 바꿔놓았다. 경연곡 'VVS'와 '아츄(Achoo)' 등으로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그루비룸이 설립한 레이블 에어리어에도 합류했다. 데뷔한 지 약 8개월 만에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였다.
그렇다면 '쇼미더머니9' 이후의 삶은 어땠을까. 미란이는 지난 1년간의 이야기를 녹여낸 새 앨범 '업타운 걸(UPTOWN GIRL)'을 11월 30일 발매했다. 7곡 전곡의 작사, 작곡에 참여했다.
"바뀐 삶, 낯선 곳에 적응하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아내려 했어요. 앨범명 '업타운 걸'이 부유한 집안의 소녀라는 뜻이거든요. 제 과거의 삶과는 역설적인 단어인데, 마치 이제는 제가 부유한 집안의 소녀가 된 것처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간 미란이의 곡에는 가난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VVS'에서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며 자신을 어렵게 키운 엄마를 떠올리며 '내가 뭐라 했어 MOM / 꺼내겠다고 포차 / 맨 밑바닥의 소녀 / 엄마의 술병이 날 만들어 / 허기져 이를 꽉 물어'라는 가사를 실었다. 에어리어에 합류한 후 처음으로 발매한 싱글 '데이지(Daisy)'에서도 배고팠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난 꺾일 수 없는 데이지'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업타운 걸'을 앨범명으로 내건 이유에 대해 미란이는 "어렸을 때 부유한 집안의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은 아이처럼 눈치를 안 본다고 느꼈다. 그 나이대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게 부러웠던 거다"면서 "철이 빨리 들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도 그 친구들처럼 티 없이 노래하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앨범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1년간 미란이는 심한 부침을 겪었다고 했다. 지난 4월 싱글 '데이지'를 발매했고, 6월에는 배우 라미란과 싱글 '라미란이'도 공개하며 쉼 없이 달렸는데 그만 '번 아웃'에 빠져버린 것.
미란이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원하던 것들을 다 해보다가 7월이 돼서 이제는 내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작업실에 갔다. 그런데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한 달 내내 작업실에 갔는데 정말 한 글자도 안 나왔다. 그루비룸 오빠들도 와서 문을 두드렸다. '뭐가 문제냐', '왜 아무것도 못 만드냐'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필요한 건 스스로를 들여다볼 시간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의 시작점을 찾아 따라가다 보니 그 끝에는 두려움과 부담감이 있었다고. 미란이는 "'VVS'·'데이지' 때의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줬을 때 팬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더라. 항상 착한 단어, 따뜻한 말만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한 글자를 적고도 계속 눈치를 봤다. 스스로 틀을 만들어버린 거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게 계속되다 보니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좋아하는 음악을 다해보겠다고 하고선 한 글자도 못 쓰고 있는 게 한심해 보였다. 그러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곡을 만들어보자고 마음먹고 쓴 게 이번 앨범의 수록곡 '지겨워서 만든 노래'다"라고 전했다.
부담감을 털어내고 만든 '지겨워서 만든 노래'를 계기로 마침내 '번 아웃'에서 벗어나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결국 미란이 노래의 자양분은 전부 그의 삶에서 비롯되는 듯했다.
"진짜 그 사람이 겪었던 일 혹은 마치 내 마음을 읽듯이 얘기해 주는 곡을 좋아해요. 그 아티스트의 냄새가 나는 곡인 거죠. 저도 최대한 그렇게 곡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특히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어요. 제목이 전부 일차원적인데요. 세련되게 고칠까도 생각해 봤지만 제일 일차원적인 게 마음을 가장 크게 울릴 때가 많아서 고치지 않고 그대로 표현했어요." 당초 생각했던 타이틀곡은 앨범명과 같은 '업타운 걸'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다운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타이틀곡도 '티키타'로 바꿨다.
미란이는 '티키타'에 대해 "팬들에게 처음으로 들려주는 사랑 노래인데 단순한 사랑 노래는 아니다"라면서 "곡에 DND(Do Not Disturb, 방해금지)라는 단어가 나온다. 낯선 세상에 두려움과 부담감을 느껴 문을 닫고 아무랑도 소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서 문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든 노래다"고 소개했다.
타이틀곡 '티키타'에는 '쇼미더머니9'에 같이 출연했던 릴보이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릴보이는 해당 시즌 우승자였다. 미란이는 "웹 예능을 함께 찍어서 친해졌다. 두 번째 부탁이라 덤덤하게 하려고 했는데, 막상 릴보이 오빠의 보컬 트랙을 받고 붙여보니 감격스럽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정기고·소유의 '썸' 느낌으로 랩을 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와 같이 그런 느낌을 하게 되니 정말 좋았다"고 덧붙였다.
릴보이 외에도 이번 앨범은 스키니브라운, 폴브랑코, 애쉬아일랜드, 갓세븐 제이비까지 화려한 피처링진을 자랑한다. 이에 대해 미란이는 "평소에 너무 함께 하고 싶었던 분들한테 직접 연락을 다 드렸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업타운 걸' 발매에 앞서 공개한 프리싱글 '람보!(Lambo!)'는 미국 아이튠즈 힙합·랩 차트 6위,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에서 12위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미란이는 "이런 결과물에 대해 덤덤하려고 하고 또 실제로도 덤덤하다"며 웃었다.
그는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해서 너무 들떠버리면 흔들리더라. 그게 무섭기도 하고, 싫기도 해서 하루 딱 좋아하고 잊어버리자는 태도를 취한다"면서 "바람이 있다면 오래오래 내가 좋아하는 걸 하는 거다. 이런 거에 연연하면 얽매이게 되더라. 이번 앨범 목표는 미란이라는 아티스트가 다음에 어떤 걸 가지고 올까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어 주는 거 딱 하나다"고 강조했다.
"'미란이가 정말 아티스트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미란이라는 아티스트가 다음엔 어떤 걸 가져올까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면 좋겠고, 또 제 음악적인 코어 팬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제가 어떤 식으로 성장해가는지, 제가 어떤 걸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지 잘 알아주는 친구들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미란이의 지난 1년,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니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이 떠올랐다. 흔들리면서 줄기를 더 곧게 세운 듯한 그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