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온라인 플랫폼법, 서두를 이유 없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정거래법 등 강력 규제 받는데
'법 없어 규제 못한다' 어불성설
'추정' 아닌 '실증'분석 우선돼야
백종호 <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
'법 없어 규제 못한다' 어불성설
'추정' 아닌 '실증'분석 우선돼야
백종호 <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
최근 세계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비판론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빅테크 기업 대상으로 반독점 패키지 법안이 발의돼 있고, 유럽에서는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성·투명성 규정’ 시행에 이어 ‘디지털 시장법·서비스법’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현재 7개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을 더해 8개에 이르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논의는 세계적 추세와도 일치하는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현시점에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상황인가에 대한 몇 가지 근원적인 고민이 배제돼 있다고 본다. 먼저, 해외 주요국들과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이들에 맞설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일부나마 시장을 지키고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들 기업은 이미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해외와 비교해도 강도 높은 국내법을 준수하며 힘겹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산업 환경, 시장 구조, 기존 규제 환경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 규제 강화는 오히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경쟁에서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플랫폼의 중요성 및 영향력이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실제 불공정하게 거래 참여자들을 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국회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지속적으로 불공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되풀이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 유일하게 온라인 플랫폼법의 근거로 제시된 실증 데이터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법제연구원의 ‘플랫폼 입점업체 대상 인식조사’ 결과들이다. 예를 들어, 응답자가 플랫폼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느끼면 불공정행위를 겪은 것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은 진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면밀한 조사, 토론 및 연구 등이 결여된 플랫폼 규제 법안은 그 필요성뿐 아니라 규제 방법론의 적절성 및 실효성에도 의문을 갖게 한다. 국내에서 어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고착화된 독과점 상태인지부터 규명돼야 하는데, 이런 최소한의 시장획정조차 배제된 채, 광범위한 플랫폼 시장 전체를 규율 대상으로, 기업의 ‘규모’를 수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법이 아닌 새로운 법을 통한 강력한 사전규제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질서 문제 해결의 답이라는 논리도 공감하기 어렵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간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해 온 성과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최근 공정위는 쿠팡이 최저가 보장제로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사실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 없어서 규제를 못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온라인 플랫폼법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전제나 “일단 해보자”는 접근 방식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한번 도입된 규제는 추후 불합리 또는 불필요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춰 더욱 신중하고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플랫폼 규제 담론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시점에 ‘우리나라’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상황인가에 대한 몇 가지 근원적인 고민이 배제돼 있다고 본다. 먼저, 해외 주요국들과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온라인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이들에 맞설 경쟁자를 찾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한국은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빅테크에 맞서 일부나마 시장을 지키고 있는 세계 몇 안 되는 국가다. 이들 기업은 이미 ‘공정거래법’ ‘전자상거래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해외와 비교해도 강도 높은 국내법을 준수하며 힘겹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산업 환경, 시장 구조, 기존 규제 환경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 규제 강화는 오히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경쟁에서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
플랫폼의 중요성 및 영향력이 커진다고 해서 반드시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자가 실제 불공정하게 거래 참여자들을 대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입법 필요성을 주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및 국회는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우월적 지위를 갖고 지속적으로 불공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정’을 되풀이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 유일하게 온라인 플랫폼법의 근거로 제시된 실증 데이터는 중소기업중앙회와 법제연구원의 ‘플랫폼 입점업체 대상 인식조사’ 결과들이다. 예를 들어, 응답자가 플랫폼 수수료가 ‘과다’하다고 느끼면 불공정행위를 겪은 것으로 해석하는 식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을 행사해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엄밀한 실증 분석은 진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통한 면밀한 조사, 토론 및 연구 등이 결여된 플랫폼 규제 법안은 그 필요성뿐 아니라 규제 방법론의 적절성 및 실효성에도 의문을 갖게 한다. 국내에서 어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이 고착화된 독과점 상태인지부터 규명돼야 하는데, 이런 최소한의 시장획정조차 배제된 채, 광범위한 플랫폼 시장 전체를 규율 대상으로, 기업의 ‘규모’를 수범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법이 아닌 새로운 법을 통한 강력한 사전규제가 온라인 플랫폼 거래질서 문제 해결의 답이라는 논리도 공감하기 어렵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없어 개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간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시정해 온 성과들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최근 공정위는 쿠팡이 최저가 보장제로 납품업체와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런 사실은 “온라인 플랫폼 규제법이 없어서 규제를 못 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온라인 플랫폼법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기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전제나 “일단 해보자”는 접근 방식은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한번 도입된 규제는 추후 불합리 또는 불필요한 것으로 판명되더라도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춰 더욱 신중하고 다양한 논의를 바탕으로 플랫폼 규제 담론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