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그동안 순환 배치해온 공격용 헬기 대대와 포병 여단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논란이 일었던 주한미군 병력 규모와 핵우산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국이 중국의 군사 공격 대비를 미군 재배치의 주된 목적으로 꼽으면서 군사적 차원의 대중(對中) 견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수개월에 걸친 분석과 긴밀한 조율을 거쳐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 검토(GPR)’를 완료했다”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공격용 헬기 대대와 포병 여단을 한국에 상시 주둔시키는 방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미 육군은 제2보병사단 소속 포병 여단을 워싱턴주에서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 기지로 이동시키고 항공대대에 ‘아파치 가디언’ 공격용 헬기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국방부 발표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미군이 포병 여단을 한국에 상시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06년 이후 15년 만이다.

주한미군 병력 감축과 핵우산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마라 칼린 미 국방부 부차관은 “현재 주한미군 배치는 강하고 효과적”이라며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변화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 변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확장 억지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와 관련해 어떤 변화도 이야기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국내외 일각에서는 미국 상·하원 군사위원회가 9월 내년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전과 달리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을 넣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달 초에는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핵무기 사용 목적을 ‘억지·반격’으로만 제한하는 정책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며 한국에 대한 핵우산 축소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은 이번 GPR 검토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GPR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전투준비태세를 개선하고 활동을 증가시키기 위해 다른 지역 태세 요구 사항을 줄여 중국에 대한 초점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 국방부는 대중(對中) 견제 전진기지로 꼽히는 괌과 호주의 미군기지 인프라 강화와 호주에 미 군용기를 순환 배치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12월 2일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뿐 아니라 주한미군 병력 규모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주한미군 전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은 한·미 간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핵 억제 태세 유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