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핫뉴스] RNAi 기업 향한 러브콜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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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핵산간섭(RNAi) 치료제 기술을 향한 세계적 제약사들의 러브콜이 잇따랐다.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다이서나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RNAi 치료제 전문기업인 애로헤드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이 주목한 것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다. 아직 적절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앨나일람이 2018년 온파트로를 시작으로 기브라리, 옥슬루모 등 RNAi 치료제를 잇달아 승인받은 뒤 다국적 제약사들의 RNAi 파이프라인 투자도 늘고 있다.
1.
RNAi 파이프라인 확보한 노보노디스크와 GSK
노보노디스크가 RNAi 치료제를 함께 개발해온 다이서나 파마슈티컬을 33억 달러에 인수한다. 주가 대비 80%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38.25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올해 7월 다이서나 주가가 40달러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기업 가치는 다소 하락했다.
2007년 설립된 다이서나는 앨나일람과 함께 RNAi 분야 선두주자로 꼽혔다. 주가 고공행진을 하던 올여름까진 노보노디스크가 인수 대상에 포함하기엔 다소 몸집이 큰 기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올해 8월 원발성 옥살산뇨증(PH) 치료제 후보물질인 네도시란의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된 뒤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PH 환자는 몸속 옥살산염이 늘어 신장 결석이 생기는데 이 치료제를 투여한 뒤에도 옥살산염 수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짜약을 투여한 환자는 40% 정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이서나에 앞서 앨나일람은 PH 1형 환자를 치료하는 RNAi 치료제인 옥슬루모(성분명 루마시란)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다이서나가 집중한 것은 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2형 환자였다. 네도시란이 PH 2형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다면 옥슬루모의 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임상 2상 시험에서 실망스러운 데이터를 발표한 다이서나는 PH 3형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올해 10월 이마저도 옥살산염 감소 효과 부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다이서나는 PH 1형 환자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시장을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노보노디스크는 2019년 다이서나와 손잡고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첫 협력 연구 결과물은 내년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만성 간질환, NASH, 2형 당뇨, 비만 등을 치료하기 위한 30개 넘는 간세포 표적을 확인했다. 다이서나는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제 후보물질인 DCR-AUD의 임상 1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노보노디스크는 이들 파이프라인을 품에 안게 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다이서나 인수로 RNAi 플랫폼도 확보하게 됐다.
GSK는 RNAi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애로헤드파마슈티컬과 손을 잡았다. NASH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ARO-HSD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10억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NASH 환자 등 7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중화권 시장 개발권은 제외됐다. 중국 시장에선 계속 애로헤드가 판권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애로헤드가 GSK로부터 받는 계약금은 1억2000만 달러다. 애로헤드는 이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시작과 성공, 3상 투여 등 단계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1억9000만 달러의 성공 보수를, 최대 5억9000만 달러의 매출 로열티를 추가로 얻게 된다.
GSK는 ARO-HSD를 통해 RNAi 기술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첫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ARO-HSD는 호르몬과 지방산, 담즙산 대사에 영향을 주는 HSD17B13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하이드록시스테로이드 탈수소효소 계열인 HSD17B13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NASH는 비만 환자나 2형 당뇨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과 상관없이 생기는 NASH로 나뉜다. 간에 지방이 쌓이다 굳어져 간경변이나 간부전, 간암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서서히 간세포가 괴사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NASH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제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로 추정된다. NASH 치료제를 개발하면 단숨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수 있지만 단독 치료 효과가 좋지 않은 데다 치료 부작용이 심해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는 게 숙제로 꼽힌다.
애로헤드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N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것이 간에 쌓이는 지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해왔다. ARO-HSD는 간에 쌓이는 지방보다는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RO-HSD를 이용하면 NASH뿐 아니라 다른 섬유성 간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등이 있으면 모두 간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화 증상이 생긴다.
NASH 치료를 위해 RNAi를 이용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리제네론이 RNAi를 활용해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를 위한 RNAi 치료제를 개발해온 애로헤드는 올여름 이 후보물질을 투여한 실험용 쥐에게 폐렴이 생긴 뒤 연구를 중단했다. 올해 일본 제약사 다케다, 아일랜드 바이오 기업 호라이즌테라퓨틱스 등과 공동 연구 협약을 맺었다.
2.
노바티스, 먹는 TPD 플랫폼 확대
노바티스가 표적단백질분해(TPD)기술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 바이오 기업 두나드테라퓨틱스와 손을 잡았다. 계약금과 연구 자금으로 2400만 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두나드는 최대 13억 달러를 받게 된다.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두나드와 함께 최대 4개의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노바티스의 과학 책임자인 제이 브래드너는 노바티스에 합류하기 전 TPD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있었다. 노바티스에서도 TPD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두나드와 노바티스는 먹는 TPD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두나드는 이 과정에서 물질 최적화 단계에 집중하고 노바티스는 표적 단백질과 리간드 기술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등 치료제 개발과 해외 상업화 절차 등도 노바티스가 맡게 된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설립한 두나드는 1가 소분자를 이용해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먹는 치료제는 물론 중추신경계(CNS)에도 접근할 수 있는 TPD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트릭 거닝 두나드 공동창업자는 “TPD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노바티스와 손을 잡게 됐다”며 “두 회사 간 협력을 통해 표적단백질 분해의 경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바티스는 2019년부터 TPD를 활용해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 화이자도 TPD 기술을 보유한 아비나스와 손잡았다. 프로탁 기술을 보유한 아비나스와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선행 투자금만 6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아비나스는 프로탁 기반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인 ARV-471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기 1상 시험을 통해 환자 12명 중 5명의 종양 성장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올해 12월 미국 샌안토니오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3.
노안 치료 안약시대 연 애브비
노안을 교정하는 세계 첫 안약 치료제가 출시된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애브비의 뷰티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조절근 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발생한다. 노안이 있으면 가까운 거리의 책 등을 볼 때 어려움을 겪는다.
FDA의 승인을 받은 뷰티는 애브비와 자회사인 앨러간이 함께 개발했다. 염산 필로카르핀을 1.25% 포함한 점안액이다. 하루 한 번 안약을 눈에 넣으면 된다. 애브비는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이 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했다. 노안으로 진단받은 40~55세 환자 750명에게 투여했다. 30일 정도 뷰티를 투여한 사람의 31%는 3시간 정도 시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가짜약을 투여한 사람 중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뷰티 투여 후 시력 개선효과가 6시간까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상에서 뷰티 투여 군은 26%가, 가짜약 투여군은 11%가 시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를 보는 능력이 개선됐지만 먼 거리를 보는 능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눈에 띄는 부작용도 없었다. 일부가 두통, 안구충혈 등 가벼운 부작용만 호소했다. 필로카르핀은 녹내장 등이 있는 환자에게 안압 상승을 막기 위한 안과 치료제로 사용된다.
애브비는 자체 기술(pHast)을 활용해 필로카르핀 성분의 약물이 눈물막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치료제가 원거리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가까운 사물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투여한 지 15분 만에 증상이 개선될 정도로 효과가 빠르고 비교적 오래 지속된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 40세가 지나면 서서히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미국에서 노안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은 1억2800만 명에 이른다. 성인 인구의 절반이 노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뷰티는 세계 첫 노안 교정 안약 치료제다.
후속 치료제도 대기 중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 아이노비아는 올해 5월 노안 교정을 위한 마이크로라인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안약 투약 기기를 이용해 소량의 필로카르핀을 주입한다. 기기와 약물을 결합한 형태의 치료제다. 아이노비아의 점안 기기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안약의 5분의 1 정도 소량을 안정적으로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4.
경쟁 치열해지는 먹는 편두통약 시장
화이자가 먹는 편두통약 치료제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바이오헤븐파마슈티컬의 편두통 치료제 미국 외 지역 판권을 최대 12억4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화이자는 1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바이오헤븐 주가에 25% 프리미엄을 더해 3억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화이자가 이 치료제를 유럽 등에 출시하면 바이오헤븐은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매출에 따라 바이오헤븐은 계약금 외에 7억40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바이오헤븐은 올초 FDA로부터 누르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를 승인받았다. 이미 시장 주도권을 쥔 애브비의 우브렐비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바이오헤븐은 누르텍ODT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젊은 층에게 인기 많은 틱톡 등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바이오헤븐은 내년 상반기께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누르텍ODT의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이자는 미국 밖에서 추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오헤븐은 비강에 사용하는 부드러운 젤 타입의 자베게판트 성분 편두통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 치료제의 미국 외 개발권도 얻게 됐다.
리메게판트를 활용한 누르텍ODT와 임상 2상 단계인 자베게판트 후보물질은 모두 CGRP 억제제다. 편두통 발작을 일으키는 세포 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누르텍ODT는 애브비의 우브렐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승인받은 먹는 CGRP 억제제다. 진행성 편두통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올해 5월 FDA는 이 치료제를 예방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이미 암젠, 일라이릴리, 테바 등이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다.
누르텍ODT은 미국 내 먹는 CGRP 치료제 시장의 57%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르텍ODT는 올해 3월 출시 후 3억3600만 달러어치 팔렸다. 애브비는 올해 9월 FDA로부터 또 다른 먹는 편두통 치료제인 퀼립타(성분명 아토게판트) 허가를 받았다. 애브비는 지난해 앨러간을 63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앨러간 간판 치료제 후보물질인 퀼립타를 품에 안았다.
이지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RNAi 파이프라인 확보한 노보노디스크와 GSK
노보노디스크가 RNAi 치료제를 함께 개발해온 다이서나 파마슈티컬을 33억 달러에 인수한다. 주가 대비 80%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38.25달러에 인수할 계획이다. 올해 7월 다이서나 주가가 40달러까지 오른 것을 감안하면 4개월 만에 기업 가치는 다소 하락했다.
2007년 설립된 다이서나는 앨나일람과 함께 RNAi 분야 선두주자로 꼽혔다. 주가 고공행진을 하던 올여름까진 노보노디스크가 인수 대상에 포함하기엔 다소 몸집이 큰 기업으로 통했다. 하지만 올해 8월 원발성 옥살산뇨증(PH) 치료제 후보물질인 네도시란의 임상 2상 결과가 발표된 뒤 기업 가치가 급락했다. PH 환자는 몸속 옥살산염이 늘어 신장 결석이 생기는데 이 치료제를 투여한 뒤에도 옥살산염 수치가 소폭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가짜약을 투여한 환자는 40% 정도 개선 효과를 보였다.
다이서나에 앞서 앨나일람은 PH 1형 환자를 치료하는 RNAi 치료제인 옥슬루모(성분명 루마시란)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다이서나가 집중한 것은 이 치료제가 잘 듣지 않는 2형 환자였다. 네도시란이 PH 2형 환자에게 효과를 보인다면 옥슬루모의 치료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임상 2상 시험에서 실망스러운 데이터를 발표한 다이서나는 PH 3형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올해 10월 이마저도 옥살산염 감소 효과 부분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다이서나는 PH 1형 환자 치료제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시장을 확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노보노디스크는 2019년 다이서나와 손잡고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첫 협력 연구 결과물은 내년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만성 간질환, NASH, 2형 당뇨, 비만 등을 치료하기 위한 30개 넘는 간세포 표적을 확인했다. 다이서나는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제 후보물질인 DCR-AUD의 임상 1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노보노디스크는 이들 파이프라인을 품에 안게 됐다. 노보노디스크는 다이서나 인수로 RNAi 플랫폼도 확보하게 됐다.
GSK는 RNAi 치료제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위해 애로헤드파마슈티컬과 손을 잡았다. NASH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ARO-HSD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10억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NASH 환자 등 7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중화권 시장 개발권은 제외됐다. 중국 시장에선 계속 애로헤드가 판권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애로헤드가 GSK로부터 받는 계약금은 1억2000만 달러다. 애로헤드는 이 후보물질의 임상 2상 시작과 성공, 3상 투여 등 단계에 따라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 1억9000만 달러의 성공 보수를, 최대 5억9000만 달러의 매출 로열티를 추가로 얻게 된다.
GSK는 ARO-HSD를 통해 RNAi 기술로 파이프라인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첫 NASH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ARO-HSD는 호르몬과 지방산, 담즙산 대사에 영향을 주는 HSD17B13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하이드록시스테로이드 탈수소효소 계열인 HSD17B13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NASH는 비만 환자나 2형 당뇨 환자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은 술을 많이 마셔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술과 상관없이 생기는 NASH로 나뉜다. 간에 지방이 쌓이다 굳어져 간경변이나 간부전, 간암 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 서서히 간세포가 괴사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만 수백만 명이 NASH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치료제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로 추정된다. NASH 치료제를 개발하면 단숨에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수 있지만 단독 치료 효과가 좋지 않은 데다 치료 부작용이 심해 안전성 문제를 극복하는 게 숙제로 꼽힌다.
애로헤드는 그동안 많은 기업이 NASH 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것이 간에 쌓이는 지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해왔다. ARO-HSD는 간에 쌓이는 지방보다는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ARO-HSD를 이용하면 NASH뿐 아니라 다른 섬유성 간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유다.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등이 있으면 모두 간 조직이 굳어지는 섬유화 증상이 생긴다.
NASH 치료를 위해 RNAi를 이용하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리제네론이 RNAi를 활용해 NASH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낭포성 섬유증 치료를 위한 RNAi 치료제를 개발해온 애로헤드는 올여름 이 후보물질을 투여한 실험용 쥐에게 폐렴이 생긴 뒤 연구를 중단했다. 올해 일본 제약사 다케다, 아일랜드 바이오 기업 호라이즌테라퓨틱스 등과 공동 연구 협약을 맺었다.
2.
노바티스, 먹는 TPD 플랫폼 확대
노바티스가 표적단백질분해(TPD)기술 플랫폼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 바이오 기업 두나드테라퓨틱스와 손을 잡았다. 계약금과 연구 자금으로 2400만 달러를 지급할 계획이다. 계약에 따라 두나드는 최대 13억 달러를 받게 된다. 계약에 따라 노바티스는 두나드와 함께 최대 4개의 후보물질을 개발할 수 있다.
노바티스의 과학 책임자인 제이 브래드너는 노바티스에 합류하기 전 TPD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있었다. 노바티스에서도 TPD 파이프라인 확대를 위해 많은 연구를 진행해왔다. 두나드와 노바티스는 먹는 TPD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할 계획이다. 두나드는 이 과정에서 물질 최적화 단계에 집중하고 노바티스는 표적 단백질과 리간드 기술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임상시험 등 치료제 개발과 해외 상업화 절차 등도 노바티스가 맡게 된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에 설립한 두나드는 1가 소분자를 이용해 표적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먹는 치료제는 물론 중추신경계(CNS)에도 접근할 수 있는 TPD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패트릭 거닝 두나드 공동창업자는 “TPD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노바티스와 손을 잡게 됐다”며 “두 회사 간 협력을 통해 표적단백질 분해의 경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바티스는 2019년부터 TPD를 활용해 고형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아직 큰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7월 화이자도 TPD 기술을 보유한 아비나스와 손잡았다. 프로탁 기술을 보유한 아비나스와 유방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최대 1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선행 투자금만 6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아비나스는 프로탁 기반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인 ARV-471을 보유하고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HER2 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기 1상 시험을 통해 환자 12명 중 5명의 종양 성장이 억제된 것을 확인했다. 올해 12월 미국 샌안토니오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추가 데이터를 발표할 계획이다.
3.
노안 치료 안약시대 연 애브비
노안을 교정하는 세계 첫 안약 치료제가 출시된다.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애브비의 뷰티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져 조절근 기능에 이상이 생기며 발생한다. 노안이 있으면 가까운 거리의 책 등을 볼 때 어려움을 겪는다.
FDA의 승인을 받은 뷰티는 애브비와 자회사인 앨러간이 함께 개발했다. 염산 필로카르핀을 1.25% 포함한 점안액이다. 하루 한 번 안약을 눈에 넣으면 된다. 애브비는 두 건의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이 치료제의 효과를 입증했다. 노안으로 진단받은 40~55세 환자 750명에게 투여했다. 30일 정도 뷰티를 투여한 사람의 31%는 3시간 정도 시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가짜약을 투여한 사람 중 시력 개선 효과를 확인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뷰티 투여 후 시력 개선효과가 6시간까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상에서 뷰티 투여 군은 26%가, 가짜약 투여군은 11%가 시력 개선 효과를 경험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를 보는 능력이 개선됐지만 먼 거리를 보는 능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눈에 띄는 부작용도 없었다. 일부가 두통, 안구충혈 등 가벼운 부작용만 호소했다. 필로카르핀은 녹내장 등이 있는 환자에게 안압 상승을 막기 위한 안과 치료제로 사용된다.
애브비는 자체 기술(pHast)을 활용해 필로카르핀 성분의 약물이 눈물막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이 치료제가 원거리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가까운 사물을 잘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을 높이 평가했다. 투여한 지 15분 만에 증상이 개선될 정도로 효과가 빠르고 비교적 오래 지속된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만 40세가 지나면 서서히 노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미국에서 노안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은 1억2800만 명에 이른다. 성인 인구의 절반이 노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뷰티는 세계 첫 노안 교정 안약 치료제다.
후속 치료제도 대기 중이다. 미국 바이오 기업 아이노비아는 올해 5월 노안 교정을 위한 마이크로라인의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두 번째 임상 3상 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 치료제는 안약 투약 기기를 이용해 소량의 필로카르핀을 주입한다. 기기와 약물을 결합한 형태의 치료제다. 아이노비아의 점안 기기를 이용하면 일반적인 안약의 5분의 1 정도 소량을 안정적으로 투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4.
경쟁 치열해지는 먹는 편두통약 시장
화이자가 먹는 편두통약 치료제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바이오헤븐파마슈티컬의 편두통 치료제 미국 외 지역 판권을 최대 12억4000만 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 화이자는 1억50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바이오헤븐 주가에 25% 프리미엄을 더해 3억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다. 화이자가 이 치료제를 유럽 등에 출시하면 바이오헤븐은 로열티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매출에 따라 바이오헤븐은 계약금 외에 7억40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바이오헤븐은 올초 FDA로부터 누르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를 승인받았다. 이미 시장 주도권을 쥔 애브비의 우브렐비가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바이오헤븐은 누르텍ODT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젊은 층에게 인기 많은 틱톡 등의 플랫폼을 적극 활용했다.
바이오헤븐은 내년 상반기께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누르텍ODT의 시판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화이자는 미국 밖에서 추가 임상시험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바이오헤븐은 비강에 사용하는 부드러운 젤 타입의 자베게판트 성분 편두통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화이자는 이 치료제의 미국 외 개발권도 얻게 됐다.
리메게판트를 활용한 누르텍ODT와 임상 2상 단계인 자베게판트 후보물질은 모두 CGRP 억제제다. 편두통 발작을 일으키는 세포 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됐다. 누르텍ODT는 애브비의 우브렐비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승인받은 먹는 CGRP 억제제다. 진행성 편두통 1차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올해 5월 FDA는 이 치료제를 예방 목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했다. 이미 암젠, 일라이릴리, 테바 등이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받았지만 이들은 모두 3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다.
누르텍ODT은 미국 내 먹는 CGRP 치료제 시장의 57%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르텍ODT는 올해 3월 출시 후 3억3600만 달러어치 팔렸다. 애브비는 올해 9월 FDA로부터 또 다른 먹는 편두통 치료제인 퀼립타(성분명 아토게판트) 허가를 받았다. 애브비는 지난해 앨러간을 63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앨러간 간판 치료제 후보물질인 퀼립타를 품에 안았다.
이지현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