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인류가 풀어야 할 숙제다. 수많은 연구와 치료제 개발 시도가 이뤄졌지만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 병의 원인 자체도 ‘가설(아밀로이드베타의 축적)’ 정도로 정립됐을 뿐이다. 2018년 회사 설립 후 첫 의사결정이 바이오오케스트라 투자였다는 데일리파트너스의 이승호 대표와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의 대화를 전한다.
유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왼쪽)와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사진=한재영 기자
유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왼쪽)와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 / 사진=한재영 기자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이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2003년 이후 18년 만의 알츠하이머병 신약이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설왕설래가 끊이질 않는다. 임상 3상 시험이 두 개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됐는데, 한 개 트랙 고용량군에서만 치료 효과가 유효하게 나타나는 등의 이유에서다. 바이오젠은 앞서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해 스스로 임상을 중단하기도 했던 터라 FDA 승인 자체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개발하는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는 아두카누맙과 다르다. 알츠하이머의 원인(혹은 결과)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한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인 ‘BMD-001’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특이적으로 과발현되는 특정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을 저해한다.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는 “아두카누맙이 쓰레기(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를 제거하는 청소부라면 BMD-001은 쓰레기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물질”이라고 했다.

“특정 miRNA 침묵시키니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없어져”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이하 이) miRNA를 침묵시켜 알츠하이머병 같은 뇌 신경계 질환을 치료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데일리파트너스가 바이오오케스트라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기도 해요. 주요 파이프라인인 BMD-001과 기전을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류진협 바이오오케스트라 대표(이하 류) BMD-001은 RNA 번역 과정을 간섭하는 RNAi(RNA 간섭) 기전의 약물입니다. 특정 miRNA와 상보적으로 결합해 이를 저해하는 방식이죠. miRNA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액과 척수, 타액은 물론 사망한 환자의 뇌 조직에서 특정 miRNA를 확인했습니다. 이 miRNA가 치매 환자에게서 특이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한 것이죠. 이 miRNA의 역할을 확인해보려 정상 동물에게 주입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알츠하이머병의 3대 증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 타우병증, 신경염증에 인지능력 저하까지 나타났습니다. 이 miRNA를 억제하면 알츠하이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이에 상보적으로 결합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ASO)를 개발한 겁니다.

실제로 동물실험을 해보니 어땠나요?

성공적이었죠. 마우스에 일주일에 한 번씩 총 4번을 투여했는데 증상 완화가 아니라 병리학적 증상을 역전시키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1년에 4번 투여를 한 겁니다.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넘사벽'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FDA 승인을 받은 아두카누맙도 그렇고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이 아주 많죠. 바이오오케스트라 물질 기전의 장점은 뭔가요?

아두카누맙과 같은 단일항체 치료제는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독성 단백질을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신경염증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 환자에게는 안 그래도 신경염증이 많은데 말이죠. 아밀로이드베타를 없애려고 아두카누맙을 투여했는데, 오히려 신경염증이 크게 증가해 뇌에 부종이 생기는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신경염증이 왜 발생하는 건가요?

뇌질환 치료제는 전달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약물이 뇌로 얼마나 전달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아두카누맙 같은 항체 약물은 크기가 커서 전달률이 0.1%에 불과합니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개발한 뇌혈관장벽(BBB) 투과 DDS(BDDS)는 7%입니다. 같은 양을 투여했을 때 70배 정도 많은 양이 뇌로 간다는 거죠. 많은 약물을 뇌로 투과시키려다 보니 투여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부작용이 생기는 거죠. 그리고 항체 자체가 뇌 세포막을 비집고 들어갈 때 물리적으로 많은 자극을 줍니다. 항체로 접근하는 많은 회사가 신경염증 때문에 실패하는 이유입니다.

FDA도 아두카누맙이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서 허가를 해준 겁니다. 임상 2상에서 45% 이상의 환자에게서 뇌 부종이 나타났는데도요. 그래서 임상 4상을 통해 안정성을 더 증명하라고 조건부 허가를 내준 겁니다.

BMD-001은 아밀로이드베타도 제거하면서 신경염증도 안 일으킬 수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우리는 아밀로이드베타뿐 아니라 타우 단백질도 타깃할 수 있습니다. BDDS라는 전달체에 ASO를 태워 뇌세포로 보내 miRNA를 제거하는 방식을 통해서 말이죠. miRNA 침묵을 통해 뇌세포 기능이 정상화되면 정상 세포들이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 단백질을 다 잡아먹습니다. 그리고 이 정상 세포들은 신경염증도 조절할 수 있고요.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도 향상됩니다.

“글로벌 빅파마, 간 外 RNA 치료제 개발에 꽂혀”

최근 RNA 치료 분야에서 굵직한 인수합병(M&A) 뉴스가 있었습니다. 노보노디스크가 다이서나를 약 4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죠. 노바티스도 이 분야 선두주자인 앨나일람을 인수한다고 하고요. RNA 치료제가 드디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많은 RNA 치료제는 간을 타깃했습니다. 정맥 투여를 하면 물질 자체가 간으로 가는 특성 때문이죠.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간이 아닌 다른 곳을 타깃하고자 하는 미충족 수요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다이서나 고위급 임원을 만났는데요, 간이 아닌 뇌를 타깃하는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기전 설명을 듣고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놀라더군요.

빅파마들이 눈을 뜨고 있군요.

맞아요. 우리도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 연구 계약을 해서 실제 연구를 함께 하는 과제들이 있습니다. RNA로 신경계 질환을 치료하는 미충족 수요를 만회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앨나일람이 어마어마한 금액에 노바티스에 인수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간 이외 타깃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내년 4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DIA-FDA 포럼에 초청받았다. FDA 고위급이 참석하는 포럼이다. 류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FDA 관계자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들으려고 줄을 서는 포럼”이라고 했다. 류 대표는 이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그간 개발 성과를 소개한다. 내년 3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RNA 관련 학회에도 아이오니스, 다이서나, 아스트라제네카와 한 세션에 포함돼 발표를 할 예정이다.)

BMD-001 임상시험 계획과 상장 추진 시점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려요.

현재 영장류 독성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람 대상 임상은 미국에서 빠르면 2022년 말, 늦어도 2023년 초에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내년 초에는 시리즈C 자금 조달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상장은 2022년 6월 상장예비심사 청구를 할 예정입니다.

“내년 초 BDDS 플랫폼 기술이전 계약 기대”

BMD-001 말고 BDDS라고 부르는 전달 플랫폼도 굉장히 중요해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치료제 못지않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DDS는 설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맥주사로 혈관을 타고 다니다가 뇌세포까지 가야 하니까요. 뇌세포는 기본적으로 영양소만 가려서 공급받고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거부하죠. 그래서 약물이 BBB를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린 이걸 역이용했어요. 뇌세포가 아미노산을 매일 받아들인다는 걸 말이죠. 뇌 세포 표면에는 LAT(Large Amino acid Transporter)라는 아미노산 수용체가 있습니다. 우리는 DDS 표면을 아미노산으로 코팅해서 LAT가 우리 약물을 아미노산으로 인식하도록 했습니다. 속임수죠. 코팅 크기 조절이 중요한데, 우리는 50나노미터(㎚) 크기여서 BBB를 투과하기에 매우 적절한 크기입니다.

발상 자체가 새롭게 보이진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이런 시도가 없었나요?

비슷한 시도를 한 곳이 일본에 있습니다. 우리는 아미노산을 코팅하는데, 여기는 글루코스를 코팅해요. 이것의 단점이, 퇴행성 뇌질환 환자는 클루코스가 타깃하는 수용체(Glut1)가 굉장히 적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 뇌에는 크게 신경세포와 두 개의 면역세포가 있는데, Glut1은 LAT와 달리 면역세포에만 발현돼 있습니다. 뇌의 모든 세포에 다 전달하는 물질이 되기 어려운 거죠.

BDDS가 플랫폼 기술로 상당히 가치가 있겠네요. 기술이전 전략은 어떻게 되나요?

네, 결국 miRNA를 침묵시킬 수 있는 ASO를 DDS에 넣어서 보내는 건데, 여기에는 miRNA뿐 아니라 siRNA, mRNA, 심지어 DNA까지 태워 보낼 수 있습니다. 퇴행성 뇌질환뿐 아니라 뇌종양, 뇌전증 등 다양한 적응증에 적용이 가능한 셈이죠. 현재 글로벌 톱10 제약사 중 한 곳과 기술이전을 위한 최종 협의 단계에 있습니다. 잘 마무리되면 내년 초에는 최종 계약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있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도 있습니다. 일본의 제약사도 관심을 보이고 있고요. DDS 플랫폼 기술에 러브콜이 많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입니다. 기술이전 거래 하나가 성사되면 연쇄적으로 겹경사가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바이오오케스트라 기업 정보
설립연도 2016년
주소 대전시 유성구 과학로 125 바이오벤처센터 (어은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표이사 류진협
누적투자액 350억 원 (정부 지원금 30억 원 제외)
주요투자자 데일리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 종근당홀딩스, SBI인베스트먼트, CKD창업투자, LSK인베스트먼트, NHN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대우, EN벤처파트너스 등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