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트렌드 핵심 꿰뚫은 '코로나19'
"주거공간부터 인테리어까지 모두 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함께 하는 삶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2019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삶이 송두리째 변했다.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공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앞으도 이러한 변화는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일 피데스개발은 서울 중구 소공동에서 '2022~2023 공간 7대 트렌드' 행사를 열고 향후 공간을 끌고 나갈 7개의 트렌드를 발표했다. 7대 트렌드를 꿰뚫은 단어는 바로 코로나19다. 김희정 센터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정말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며 "코로나19로 개인들의 생활은 물론 공간의 개념도 많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집에서 '방(room)'이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집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수요가 생겨나면서다. 방과 방(룸앤룸)이나 방 안의 방(룸인룸) 등의 시대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방의 용도가 여러 가지로 분화되고 특화되는 추세다. 창고나 옷방 등으로 쓸 수 있는 알파룸이나 베타룸은 이미 보편화했다"며 "나만의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방인 '오메가룸'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또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하면서 인당 주거면적도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당 주거면적은 약 33.9㎡(약 10평 남짓)이다. 인당 주거면적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김 센터장은 "저밀도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공간 수요가 증가하면서 넓은 집을 선호하는 '벌크업 사이징'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바닥면적 뿐만 아니라 층고가 높은 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집 안의 인테리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근래 수년간은 집에 가구를 최소화하는 ‘미니멀리즘’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클러터코어(cluttercore)'가 인기라고 설명한다.
위치적으로는 한 점을 향하는 '구심력'처럼 역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구심역'(驛)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김 센터장은 "수도권 전역이 지하철로 촘촘히 연결되고, 여기에 한국고속철도(KTX),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역세권 효과가 배가 됐다"며 "지하철역이 주요 기점이 돼 역세권에 사람이 몰리면서 주변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도 이런 현상이 그대로 반영된다. GTX가 정차하는지 여부를 두고 집값이 오르내리는 식이다.
피데스개발은 이 밖에도 △자신만의 자아를 담은 자신의 것을 의미하는 '페르소나 원픽' △택배를 받는 주소가 나의 공간이 되는 '멀티 어드레스' △세대가 좀 더 촘촘하게 나뉘는 ‘세대 빅뱅’ △현실과 가상의 공간 구분이 없어지는 ‘현가실상 작용’ 등을 트렌드로 제시했다.
피데스개발은 '2009년 주거공간 7대 트렌드' 발표를 시작으로 2014년까지 매년 주거 트렌드를 선정해 발표했다. 2014년 이후엔 2년에 한 번씩 트렌드를 분석해 내놓는다. 주택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를 대상으로 ‘미래주택 소비자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빅데이터 등을 분석한다. 또 전문가 세션을 열어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한다. 피데스 개발은 이런 과정을 거쳐 '공간 트렌드 발표'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그간 주제를 '주거공간'으로 한정지었지만, 올해는 '주거'라는 단어를 빼고 '공간'으로 범위를 넓혔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