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8. ETHICS ISSUE] 유전자 편집에 대한 국가별 규제와 윤리적 쟁점
유전자 편집 아기 출생 사건 이후 WHO는 2019년 다양한 학술 분야의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 7월에는 인간 유전자 편집 기술의 적용에 대한 권고안을 발표했다.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탄생한 후 약 3년 만의 일이다. WHO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이점을 인정했지만 인간의 출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식세포계열(germline) 적용에 대해서는 위험성을 명시했다. 또한 각국에서 적절한 관리·감독 아래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된 9개의 권장사항도 공개했다.
[Cover Story - part 8. ETHICS ISSUE] 유전자 편집에 대한 국가별 규제와 윤리적 쟁점
지난 7월, WHO가 발표한 인간 유전자 편집에 관한 권고안 표지.

인간 유전자 편집 적용에 대한 WHO 자문위원회의 9개 권장사항
1 WHO 및 사무총장의 리더십 WHO 사무총장은 인간 유전자 편집에 관한 도전과 기회를 공개해 과학적·도덕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2 국제협력 WHO가 인간 게놈 편집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국제 프로세스를 개발할 것을 권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국가의 규제기관과 회의를 열어 기술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 협약의 가능성도 고려돼야 한다.
3 인간 유전자 편집 등록부 WHO가 유전자 편집 기술과 관련된 모든 임상시험이 적절한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에 WHO가 관리하는 인간 유전자 편집 등록부(HGE·Human Genome Editing registries)에 포함되도록 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세계에서 진행되는 모든 유전자 편집 임상시험의 저장소가 될 것이다.
4 국제 연구 및 의료 여행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연구는 사용을 규제하는 감독체계가 있는 국가에서만 수행되어야 한다는 정책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일부 연구자가 기술이 규제되지 않는 국가로 여행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5 불법, 미등록, 비윤리적 혹은 안전하지 않은 연구 및 기타 활동 WHO는 인간 게놈 편집의 불법·미등록·비윤리적 사용을 보고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6 지식재산권 지식재산권 등록은 기술에 대한 접근 기회를 막을 가능성이 있다. WHO는 지식재산권 보유자를 격려해 해당 기술에 대한 접근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7 교육, 참여 및 권한 부여 WHO는 인간 게놈 편집에 대한 대화를 촉진하는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 여기에는 교육 자료의 제작과 대중 참여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8 WHO가 사용할 윤리적 가치와 원칙 WHO가 전문가위원회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련의 윤리적 가치와 원칙을 만들 것을 권고한다.
9 권고사항 검토 권고사항은 3년 내에 WHO에 의해 검토돼야 한다.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그동안 과학, 기술 및 사회가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보게 된다.

2018년 세계 최초 유전자 편집 아기 탄생
허젠쿠이 중국남방과학기술대학 교수는 2018년 11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도록 인간배아 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해 아기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사용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수용체로 알려진 ‘CCR5’ 유전자를 제거한 것이다. 허젠쿠이 교수는 유전자 편집된 배아를 체내에 이식한 결과, 에이즈 환자인 남편과 건강한 아내 사이에 쌍둥이 여자아기 2명이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향후 쌍둥이 외에도 또 다른 여성의 임신으로 세 번째 유전자 편집 아기가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허젠쿠이 교수의 연구는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학계로부터 윤리적 및 과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직 유전자 편집에 의한 출생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았고, 유전자 편집 기술의 안전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CCR5 유전자 제거의 영향이 아기에게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구 절차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중국 당국은 허젠쿠이 교수가 윤리 심사 문서를 위조하고 의사 자격증 없이 배아 유전자 편집 및 생식 의료 활동을 진행했다며 징역 3년형을 선고하고 벌금 300만 위안(약 5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해임됐다.

국가별 다른 규제… 생식세포계열 적용 여부가 핵심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유전자문해프로젝트(GLP·Genetic Literacy Project)’에 따르면 현재 세계 여러 국가는 유전자 편집에 관한 각기 다른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등을 활용한 인체 유전자 편집을 유전자 치료(Gene Theraphy)의 범주에서 규제하고 있다.
쟁점은 생식세포계열 편집이다. 생식세포계열은 난자와 정자가 유래하는 계통의 세포를 일컫는다. 몇 세대가 지나도 유전에 의해 유전자 편집의 영향이 지속될 수 있다.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는 국가는 많지만 생식세포계열에 대해서는 허용 범위가 다르다.

미국에서는 유전자 편집 치료를 하려면 미국 보건후생부(DHHS)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DHHS 산하기관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간에 대한 크리스퍼 기술 적용을 유전자 치료로 간주한다. 생식세포계열에 대한 유전자 편집 규제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인간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치료 연구에 연방기금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원칙적으로 민간자금을 통한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을 금지하는 법은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FDA에 제출된 생식세포계열과 관련된 임상시험계획은 없다.

유럽연합(EU)은 체세포에 관한 유전자 편집이 허용된다. 하지만 임상 목적의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은 금지하고 있다. 2014년의 EU 임상시험규정은 생식세포계열에 변형을 일으키는 유전자 요법에 관한 임상시험을 금지했다. 하지만 비임상 연구에 관한 허용 여부는 명시되지 않았다. 22개 서유럽 국가 중 15개 국가는 인간의 생식세포계열 편집을 규제하는 추가 규정이 있다.

영국·일본·중국은 연구 목적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 허용
영국에서는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경우 체세포에 관한 유전자 요법이 허용된다. 생식세포계열에 관한 유전자 편집도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는 인간수정배아관리국(HFEA)의 승인을 받고 진행할 수 있다. 임신 및 출산을 위한 배아 이식은 금지됐다.

GLP는 일본을 유전자 치료에 관한 규제가 비교적 가벼운 국가로 분류했다. 신속심사제도(패스트트랙)를 통해 재생의약품에 관한 조건부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건부 승인 이후 7년간의 추가 데이터를 수집해 최종 판매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도 허용된다. 일본은 2018년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 단계에서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을 허용하는 유전자 편집 지침 초안을 발표했다. 출생 및 임상시험을 위한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은 지침에 의해 제한된다. 이 지침은 사립병원의 의사에 적용되지 않고 연구자만을 규제한다.

중국에서는 병원윤리위원회의 승인만 있으면 유전자 치료가 허용된다. 생식세포계열 유전자 편집은 연구를 위해 허용되지만 유전자 조작된 배아를 체내 이식하거나 14일 이후로 발달되도록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생식세포계열 연구 금지한 국내 생명윤리법 47조
국내에서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치료는 유전자치료제와 같은 범주의 규제를 받는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제47조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는 ‘유전질환,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그 밖에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질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에 대해 허용된다.

또한, 현재 이용 가능한 치료법이 없거나 유전자 치료의 효과가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현저히 우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치료를 위한 연구로 한정된다. 아직 국내에서 유전자 편집을 적용한 임상시험계획이 제출된 사례는 없다. 인간의 생식세포계열에 관한 유전자 편집 임상 및 연구는 국내에서 전면 금지됐다. 생명윤리법 제47조 3항은 인간의 배아, 난자, 정자 및 태아에 대해 유전자 편집을 포함한 모든 유전자 치료 및 연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에 관한 사회적 갑론을박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의 생명윤리법 적용을 옹호하는 입장은 유전자 편집으로 인한 부작용이 대를 이어 유전될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현재의 불확실한 기술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생명윤리법 완화를 찬성하는 이들은 연구 용도로 한정해서라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른 국가에 비해 엄격한 규제로 인해 의학 발전 및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제한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유전으로 인한 불임 등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인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