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2. ANALYSIS] 유전자 치료 시대를 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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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진코어 대표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유전자를 찾아가는 가이드RNA와 DNA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의 Cas9 단백질로 구성된다. 가이드 RNA 내에 존재하는 20개 내외의 연속된 염기서열이 특정 DNA와의 수소 결합을 통해 위치를 파악하고 이와 결합된 Cas9이 DNA의 이중가닥을 절단하게 된다.
이후 DNA 복구 (DNA repair) 과정을 통해 유전자의 기능이 완전히 제거(knockout)될 수도 있고 주형 가닥이 존재할 경우 주형 가닥의 서열에 따라 유전자 서열이 교정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가 편집되는 표적이탈 (오프타깃)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유전자치료제로 개발하거나 유용 동물이나 식물을 개발하는 상업화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특정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변이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려는 목적의 도구로서 더욱 정교한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 기술이 개발되었다.
‘DNA 고쳐쓰기’ 기술인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
베이스 에디터는 한 염기를 다른 염기로 치환하는 대표적인 DNA 교정기술이다. 하버드대 학의 데이비드 리우 교수팀이 개발했다. 기존 상동재조합(HDR) 방식이 갖는 낮은 효율성을 극복했다는 점이 큰 기술적 발전을 이룬 대목이다.
Cas9의 DNA 이중 절단 기능을 없앤 ‘dCas9’이나 ‘nCas9’을 만든 후 탈아미노화 효소를 결합한다. 이렇게 제작된 융합 단백질이 가이드RNA와 결합되면 특정 염기서열에서 DNA의 치환을 유도할 수 있다.
베이스 에디터는 시토신(C)-구아닌(G)을 티민(T)-아데닌(A)으로 바꾸는 시토신 베이스 에디터와 A-T를 G-C로 바꾸는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로 나뉜다.
최근에 키스 정 연구그룹에서는 시토신 베이스 에디터에 들어가는 복구조절인자(모듈)를 삽입함으로써 C-G를 G-C로 바꿀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러한 베이스 에디터 기술들은 비교적 높은 효율로 특정 염기를 치환할 수 있고 DNA를 자르 지 않고 고쳐 쓸 수 있다는 안전성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열의 변형 범위가 크지 않다는 점, 특히 DNA의 삽입이나 결손 등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령 겸상적혈 구빈혈증을 치료하기 위한 A-T의 T-A로의 교정은 할 수 없다. 테이삭스병 치료를 위한 4개 염기 제거와 같은 변형도 불가능하다.
2019년 리우 교수 연구진은 프라임 에디터를 개발했다. Cas 9을 변형한 nCas 9이나 dCas9에 역전사효소를 결합시켜 만든 기술로 다양한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 가이드 RNA에 고치고자 하는 서열을 추가해 치환뿐 만 아니라 삽입 또는 결실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를 통해 약 90%의 유전질환이 치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베이스 에디터나 프라임 에디터 기술도 완전한 기술은 아니어서 효율성과 특이성,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베이스 에디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탈아미노화 효소의 서열을 진핵세포에서 발현이 잘되는 서열로 재구성하거나 서열 앞쪽에 핵위치화신호(NLS) 서열을 추가함으로써 효율 증대를 꾀했다.
또한 박테리오 파지를 이용한 지속적 진화기법을 사용하여 향상된 기능을 갖는 탈아미노화 효소 돌연변이를 얻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프라임 에디터에서 사용되는 교정 서열을 포함한 가이드 RNA를 ‘프라임 에디팅 가이드 RNA (pegRNA)’라고 한다. 최근 리우 교수는 pegRNA의 말단 부위 안정성을 증대시키거나 DNA 불일치 복구(MMR·DNA Mismatch Repair System)를 저해하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프라임 에디터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향후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가 정교한 유전자 교정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명! Cas9을 AAV에 탑재하라
크리스퍼 Cas9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실제 ‘가위’ 역할을 하는 것은 Cas9이다. 주로 화농성연쇄상구균에서 유래한 ‘SpCas9’이 표하는 ‘dual AAV’ 전달방법이다. 개별적으로 들어간 두 개의 모듈은 세포의 한 공간 내에서 하나의 완전체로 결합되어 유전자가위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이 방법은 추가 구성요소가 필요한 베이스 에디터나 프라임 에디터를 전달할 때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할 경우 필요한 AAV의 양이 증가하는 부담과 효율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제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연구도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소형 Cas를 이용한 유전자가위 기술
지구상에 존재하는 30% 정도의 박테리아나 90%의 고세균은 다양한 형태의 크리스퍼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우리가 발견한 크리스퍼 외에도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크리스퍼 유전자들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최근 일부 바이러스도 크리스퍼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연구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크리스퍼들 중에는 크기가 매우 작은 초소형 카스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Cas12f와 Cas12j로 모두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연구팀에서 보고했다. 이들은 크기가 Cas9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앞서 기술한 AAV 전달에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로 활용하기에는 유전자 편집 효율이 매우 낮다는 한계점을 나타냈다.
2021년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진코어의 공동연구팀이 Cas12f의 효율을 SpCas9 수준으로 올린 Cas12f-GE 시스템을 개발하여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보고했다.
이 기술은 AAV로 전달되기에 충분히 작은 크기를 가지며 효율과 안전성이 기존 크리스퍼 시스템보다 우수해 AAV를 활용한 유전자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MIT의 펑장 교수 연구팀과 리투아니아의 식스니스 교수 연구팀은 카스의 조상 유전 자로 알려진 IscB와 TnpB 유전자가 유전자 가위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또 다른 초소형 유전자가위 도구들을 추가했다.
이러한 초소형 유전자가위들은 그 자체로 유전자가위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탈아미노효소나 역전사효소를 부착해 초소 형 베이스 에디팅이나 프라임 에디팅을 위한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 미래 결정할 AAV 안전성 개선 연구
Cas9을 AAV에 탑재한 이후에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AAV는 유전자 치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 검증된 유전자 전달도구다. 특히 다른 바이러스 벡터보다 면역 원성이 낮고 렌티 바이러스나 레트로 바이러스가 갖는 염색체 안전성의 우려도 낮다는 강점이 부각되어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2012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된 최초의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인 글리베라 이후, 안구질 환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 신경근육질 환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됐다. 이 외에도 약 250건의 AAV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8월, 고용량의 AAV 투여를 한 근육 질환 환자들이 임상 2상 시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AAV 사용을 둘러싼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용량의 AAV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 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결과로 투입량 감소를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AAV에 대한 면역반응은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으로 나누어진다. 실제로 여러 혈청형 (serotype)의 AAV 중 AAV1과 AAV2에 대해 세계 인구의 약 70%, AAV6와 AAV9에 대해서는 약 45%, 그리고 AAV8에 대해 약 38% 가 양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우 중화항체가 생성되어 치료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안전성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세포면역에 대해서는 AAV 단독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않는다. 반면에 헬퍼 바이러스와 함께 감염되어 CD4+ 및 CD8+ T세포를 활성화시킬 경우 AAV 치료에 대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면역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전략이 시도됐다. 크게 면역학적 약물을 이용한 방법과 AAV 벡터의 유전적 변형을 통한 방법이 있다. AAV 투여 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효소를 같이 전달하는 방법은 지속적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 중화항체 IgG를 분해하는 IdeS 효소를 병용함으로써 AAV 유전자 요법을 반복적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됐다.
AAV 캡시드 단백질을 유전적으로 변형하거나 삽입 유전자에 조절 유전자를 추가하여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도 있다. 캡시드 단백질의 변형은 단일클론 항체와 결합한다고 알려진 아미노산 부분을 바꾸어 AAV와 중화항체의 결합을 막는다. 그리고 캡시드 단백질의 진화를 유도하여 만든 돌연 변이형은 면역반응을 억제할 뿐 아니라 더 높은 효율의 유전자 전달을 보이기도 하였다.
지난 2월에 조지 처치 교수 연구팀은 AAV 면역원성을 일으키는 핵심인자인 TLR9을 억제할 수 있는 짧은 DNA 올리고를 삽입유전자에 융합하여 면역반응을 감소시킨 연구를 발표했다.
AAV가 전달체로 갖는 장점이 큰 만큼 현재 대두되고 있는 몇몇 안전성의 우려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연구의 성패에 따라 향후 유전자 치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또 10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처음 보고된 이후 약 10여 년의 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고, 유전자 변형의 방법이 다변화되었으며 효율성 및 안전성이 향상되었다. 즉 도구로서의 유전자가위 기초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이제는 그러한 유전자가위가 치료제로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시기가 열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적 도전들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로 다양한 자원들이 모이고 있다. AAV 외에 화학제 기반의 나노물질이나 지질체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양한 기술적 발전이 누적된다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다양한 치료제로 인류의 보건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자 소개>
김용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에서 연구원을 거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생명연 창업기업인 진코어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이후 DNA 복구 (DNA repair) 과정을 통해 유전자의 기능이 완전히 제거(knockout)될 수도 있고 주형 가닥이 존재할 경우 주형 가닥의 서열에 따라 유전자 서열이 교정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가 편집되는 표적이탈 (오프타깃)의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하여 유전자치료제로 개발하거나 유용 동물이나 식물을 개발하는 상업화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유전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유전자치료제의 경우, 특정 유전자를 제거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변이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교정하는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변이 유전자를 교정하려는 목적의 도구로서 더욱 정교한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 기술이 개발되었다.
‘DNA 고쳐쓰기’ 기술인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
베이스 에디터는 한 염기를 다른 염기로 치환하는 대표적인 DNA 교정기술이다. 하버드대 학의 데이비드 리우 교수팀이 개발했다. 기존 상동재조합(HDR) 방식이 갖는 낮은 효율성을 극복했다는 점이 큰 기술적 발전을 이룬 대목이다.
Cas9의 DNA 이중 절단 기능을 없앤 ‘dCas9’이나 ‘nCas9’을 만든 후 탈아미노화 효소를 결합한다. 이렇게 제작된 융합 단백질이 가이드RNA와 결합되면 특정 염기서열에서 DNA의 치환을 유도할 수 있다.
베이스 에디터는 시토신(C)-구아닌(G)을 티민(T)-아데닌(A)으로 바꾸는 시토신 베이스 에디터와 A-T를 G-C로 바꾸는 아데닌 베이스 에디터로 나뉜다.
최근에 키스 정 연구그룹에서는 시토신 베이스 에디터에 들어가는 복구조절인자(모듈)를 삽입함으로써 C-G를 G-C로 바꿀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러한 베이스 에디터 기술들은 비교적 높은 효율로 특정 염기를 치환할 수 있고 DNA를 자르 지 않고 고쳐 쓸 수 있다는 안전성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열의 변형 범위가 크지 않다는 점, 특히 DNA의 삽입이나 결손 등이 어렵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가령 겸상적혈 구빈혈증을 치료하기 위한 A-T의 T-A로의 교정은 할 수 없다. 테이삭스병 치료를 위한 4개 염기 제거와 같은 변형도 불가능하다.
2019년 리우 교수 연구진은 프라임 에디터를 개발했다. Cas 9을 변형한 nCas 9이나 dCas9에 역전사효소를 결합시켜 만든 기술로 다양한 유전자 교정이 가능하다. 가이드 RNA에 고치고자 하는 서열을 추가해 치환뿐 만 아니라 삽입 또는 결실이 비교적 자유롭다. 이를 통해 약 90%의 유전질환이 치료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베이스 에디터나 프라임 에디터 기술도 완전한 기술은 아니어서 효율성과 특이성,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들이 지속되고 있다.
우선 베이스 에디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탈아미노화 효소의 서열을 진핵세포에서 발현이 잘되는 서열로 재구성하거나 서열 앞쪽에 핵위치화신호(NLS) 서열을 추가함으로써 효율 증대를 꾀했다.
또한 박테리오 파지를 이용한 지속적 진화기법을 사용하여 향상된 기능을 갖는 탈아미노화 효소 돌연변이를 얻는 연구도 시도되고 있다.
프라임 에디터에서 사용되는 교정 서열을 포함한 가이드 RNA를 ‘프라임 에디팅 가이드 RNA (pegRNA)’라고 한다. 최근 리우 교수는 pegRNA의 말단 부위 안정성을 증대시키거나 DNA 불일치 복구(MMR·DNA Mismatch Repair System)를 저해하는 단백질을 발현시켜 프라임 에디터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 결과도 함께 내놓았다.
향후 다양한 기술 개발을 통해 베이스 에디터와 프라임 에디터가 정교한 유전자 교정을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명! Cas9을 AAV에 탑재하라
크리스퍼 Cas9 유전자가위 기술에서 실제 ‘가위’ 역할을 하는 것은 Cas9이다. 주로 화농성연쇄상구균에서 유래한 ‘SpCas9’이 표하는 ‘dual AAV’ 전달방법이다. 개별적으로 들어간 두 개의 모듈은 세포의 한 공간 내에서 하나의 완전체로 결합되어 유전자가위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이 방법은 추가 구성요소가 필요한 베이스 에디터나 프라임 에디터를 전달할 때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할 경우 필요한 AAV의 양이 증가하는 부담과 효율의 감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이 제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연구도 향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초소형 Cas를 이용한 유전자가위 기술
지구상에 존재하는 30% 정도의 박테리아나 90%의 고세균은 다양한 형태의 크리스퍼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는 우리가 발견한 크리스퍼 외에도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크리스퍼 유전자들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최근 일부 바이러스도 크리스퍼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연구자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크리스퍼들 중에는 크기가 매우 작은 초소형 카스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것이 Cas12f와 Cas12j로 모두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 연구팀에서 보고했다. 이들은 크기가 Cas9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아 앞서 기술한 AAV 전달에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로 활용하기에는 유전자 편집 효율이 매우 낮다는 한계점을 나타냈다.
2021년 9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진코어의 공동연구팀이 Cas12f의 효율을 SpCas9 수준으로 올린 Cas12f-GE 시스템을 개발하여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보고했다.
이 기술은 AAV로 전달되기에 충분히 작은 크기를 가지며 효율과 안전성이 기존 크리스퍼 시스템보다 우수해 AAV를 활용한 유전자치료제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MIT의 펑장 교수 연구팀과 리투아니아의 식스니스 교수 연구팀은 카스의 조상 유전 자로 알려진 IscB와 TnpB 유전자가 유전자 가위의 기능을 갖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또 다른 초소형 유전자가위 도구들을 추가했다.
이러한 초소형 유전자가위들은 그 자체로 유전자가위 도구로 활용될 수 있지만, 탈아미노효소나 역전사효소를 부착해 초소 형 베이스 에디팅이나 프라임 에디팅을 위한 소재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유전자 치료 미래 결정할 AAV 안전성 개선 연구
Cas9을 AAV에 탑재한 이후에도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AAV는 유전자 치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 검증된 유전자 전달도구다. 특히 다른 바이러스 벡터보다 면역 원성이 낮고 렌티 바이러스나 레트로 바이러스가 갖는 염색체 안전성의 우려도 낮다는 강점이 부각되어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2012년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된 최초의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인 글리베라 이후, 안구질 환 치료제인 럭스터나(Luxturna), 신경근육질 환 치료제인 졸겐스마(Zolgensma)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됐다. 이 외에도 약 250건의 AAV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 8월, 고용량의 AAV 투여를 한 근육 질환 환자들이 임상 2상 시험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AAV 사용을 둘러싼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용량의 AAV로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치료 면에서 상당한 개선을 보인 것과 대조적인 결과로 투입량 감소를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AAV에 대한 면역반응은 체액성 면역과 세포성 면역으로 나누어진다. 실제로 여러 혈청형 (serotype)의 AAV 중 AAV1과 AAV2에 대해 세계 인구의 약 70%, AAV6와 AAV9에 대해서는 약 45%, 그리고 AAV8에 대해 약 38% 가 양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우 중화항체가 생성되어 치료 효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안전성 문제도 일으킬 수 있다.
세포면역에 대해서는 AAV 단독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않는다. 반면에 헬퍼 바이러스와 함께 감염되어 CD4+ 및 CD8+ T세포를 활성화시킬 경우 AAV 치료에 대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면역반응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전략이 시도됐다. 크게 면역학적 약물을 이용한 방법과 AAV 벡터의 유전적 변형을 통한 방법이 있다. AAV 투여 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효소를 같이 전달하는 방법은 지속적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 중화항체 IgG를 분해하는 IdeS 효소를 병용함으로써 AAV 유전자 요법을 반복적으로 투여할 수 있게 됐다.
AAV 캡시드 단백질을 유전적으로 변형하거나 삽입 유전자에 조절 유전자를 추가하여 면역반응을 조절할 수도 있다. 캡시드 단백질의 변형은 단일클론 항체와 결합한다고 알려진 아미노산 부분을 바꾸어 AAV와 중화항체의 결합을 막는다. 그리고 캡시드 단백질의 진화를 유도하여 만든 돌연 변이형은 면역반응을 억제할 뿐 아니라 더 높은 효율의 유전자 전달을 보이기도 하였다.
지난 2월에 조지 처치 교수 연구팀은 AAV 면역원성을 일으키는 핵심인자인 TLR9을 억제할 수 있는 짧은 DNA 올리고를 삽입유전자에 융합하여 면역반응을 감소시킨 연구를 발표했다.
AAV가 전달체로 갖는 장점이 큰 만큼 현재 대두되고 있는 몇몇 안전성의 우려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연구의 성패에 따라 향후 유전자 치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또 10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가 처음 보고된 이후 약 10여 년의 기간이 지났다. 그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고, 유전자 변형의 방법이 다변화되었으며 효율성 및 안전성이 향상되었다. 즉 도구로서의 유전자가위 기초 기술은 매우 빠른 속도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였다.
이제는 그러한 유전자가위가 치료제로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시기가 열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다양한 기술적 도전들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로 다양한 자원들이 모이고 있다. AAV 외에 화학제 기반의 나노물질이나 지질체들이 개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양한 기술적 발전이 누적된다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우리의 삶 속에 스며들어 다양한 치료제로 인류의 보건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저자 소개>
김용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에서 연구원을 거쳐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 생명연 창업기업인 진코어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