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part 4. NEW DRUG] 유전자 편집은 신약 개발에 어떻게 활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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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배상수 한양대 화학과 교수
사람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다. 각각의 세포 안에는 약 2만여 개의 유전자가 존재한다.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그 유전자는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질병으로 이어진다.
특히 선천적인 유전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연구자들은 1990년대 말부터 유전자치료제(Gene Therapy)를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전통적으로 유전자치료제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바이러스 벡터(vector)에 탑재하여 세포 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종의 유전자 전달(Gene Transfer)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를 직접 고치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기존 유전자치료제와 달리 ‘유전자 편집 치료제(Gene Editing Therapy)’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nuclease) 혹은 염기교정(base editor),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와 같은 유전자 편집 도구를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고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편집된 유전자는 다른 정상 세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 편집이 실제 이루어지는 조건에 따라 환자의 몸을 기준으로 체외 유전자 편집(ex vivo gene editing) 방식과 체내 유전자 편집(in vivo gene editing) 방식으로 구분된다.
앞서 서술한 전통적인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유전자 편집 치료제에서는 세포 내로 전달된 유전자 편집도구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 유전자 편집도구가 세포 내에서 오래 지속되면 표적 유전자의 교정 효율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다른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표적이탈효과(off-target effect)’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세포 내로 전달은 잘되면서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방식의 전달법이 선호된다.
구체적으로 체외 유전자 편집 방식의 경우, 세포의 특성이 중요하다. 즉 환자의 세포를 꺼내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유전자 편집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이식했을 때 환자 체내에서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생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체내 유전자 편집 방식에서는 세포를 꺼내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세포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질환 특성에 맞게 눈, 피부, 근육, 간, 뇌 등 특정 장기로 유전자 편집도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텔리아, 첫 체내 유전자 편집 임상 중간 결과 발표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 편집도구를 정맥혈관으로 주입하거나 해당 장기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체외 유전자 편집 방식에 비해 간단하지만 치료제를 전달하는 방법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6월에는 인텔리아테라퓨틱스가 최초로 체내 유전자 편집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인텔리아테라퓨틱스는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와 함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ATTR) 치료제인 ‘NTLA-2001’을 개발 중이다.
ATTR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잘못된 구조를 갖는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이 장기에 축적되며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NTLA-2001은 아데닌 염기교정(ABE)을 지질나노입자(LNP)를 통해 간에 전달해 간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잘못된 구조를 가진 트랜스티레틴의 생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NTLA-2001의 미국 임상 1상 중간 분석 결과, 0.3mg/kg 투여군 6명의 혈청에서 트랜스티레틴이 평균 87% 감소했다. 28일까지 일부에서 가벼운 부작용이 확인됐다. 임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 인텔리아테라 퓨틱스의 주가는 50% 이상 급등했다.
지난 9월에는 에디타스메디슨이 또 다른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인 ‘EDIT-101’에 대한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EDIT-101은 선천성 안과 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내장(LCA10) 치료제다. LCA10 질환은 CEP290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병으로 시력 저하 및 상실을 유발한다. LCA10의 가장 흔한 형태인 IVS26은 아데닌(A)이 구아닌(G)으로 바뀌어 있는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EDIT101은 변이가 일어난 부분의 결실(deletion) 혹은 역위(inversion)를 통해 손상된 CEP290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한다.
에디타스는 2019년부터 1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EDIT-101에 대한 미국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디타스는 저용량 투여군 2명 및 중간 용량 투여군 4명에 대해 최대 15개월 간 안전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중간 용량 투여군 3명 중 2명에서 임상의 이점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초기 결과가 확인됐다.
발견된 부작용은 주로 수술 절차 및 망막 주사와 관련된 것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에디타스의 주가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 18.97% 급락했다. 당시 미국 투자은 행인 모건스탠리는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으며 치료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임상은 2024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몸 밖에서 유전자 교정하는 체외 편집 치료제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세포를 분리하고 유전자 편집 후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의한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AIDS) 질환에 대해 처음 시도됐다.
HIV 바이러스가 혈액 속의 면역세포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보조 관문의 역할을 하는 CCR5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에이즈와 백혈병에 동시에 걸린 환자들을 선별하여 건강한 사람의 척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에 유전자 편집 도구를 전달하여 CCR5 유전자를 망가뜨린 후 환자에 이식하였다. 이를 통해 백혈병과 에이즈를 동시에 치료하고자 하였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는 체외 유전자 편집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인 ‘CTX001’을 개발 중이다. 현재 겸형 적혈구 빈혈증(SCD) 및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증(TDT) 치료제에 대한 각각의 미국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겸형 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적혈구 내 비정상적 헤모글로빈 때문에 적혈구 모양이 뒤틀리고 응집되어 혈관을 폐쇄하는 질환이다. 베타-지중해 빈혈증은 낮은 헤모글로빈 수치로 인해 신체 각 기관에 충분한 산소가 전달되지 못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두 질환은 공통적으로 HBB 유전자가 망가져서 발생한다. BCL11A 유전자를 교정해 태아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높임으로써 환자의 손상된 헤모글로빈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종 CAR-T치료제의 개발에도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CAR-T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바이럴 벡터를 활용해 CAR를 발현시킨 항암면역치료제다. CAR는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CAR가 발현된 T세포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최초의 CAR-T치료제인 킴리아는 2017년 8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기존에 승인받은 CAR-T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T세포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동종 CAR-T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공여받은 T세포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알로진테라퓨틱스, 동종 CAR-T 임상 1상 중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은 기본적으로 타깃 DNA의 이중나선절단을 목적으로 한다. 2018년에는 이러한 DNA 이중나선 절단이 유전체 구조 변이(genomic rearrangements)나 염색체의 대량결실(large chromosomal deletions) 등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세포의 건강성 측면 에서도 DNA 이중나선 절단의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DNA 이중나선 절단은 세포에게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건강한 세포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포 내의 DNA 손상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주도하는 p53 단백질은 DNA 이중나선 절단이 발생하는 것을 인식하면, 세포 주기를 억류(cell cycle arrest)하거나 세포 자연사(apoptosis)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p53 활성이 높은 인간 다능성 줄기세포(hPSC·human Pluripotent Stem Cell) 등에서는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효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인해 이중나선 절단이 일어났음에도 살아남아 유전자 편집이 유도된 세포는 오히려 p53 단백질 활성이 낮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는 돌연변이 세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p53이 활성화된 세포가 건강한 정상 세포에 더 가깝기 때문에 연구자가 유전자 편집으로 얻은 세포들은 건강하지 않은 세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에는 미국 FDA가 알로진테라퓨틱스의 동종 CAR-T치료제인 ‘ALLO501a’의 임상 1상을 중단시켰다. ‘ALLO501a’가 투여된 환자 골수에서 생검을 실시한 결과, 염색체 14번에서 손실이 발생한 T세포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알로진은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탈렌을 활용해 유전자를 교정했다. 아직 그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염색체 이상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 탈렌의 한계, 바이러스 벡터, 기타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이 추정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자가위에 의해 염색체가 절단된 채로 세포가 분리돼 염색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상이 보고됐다. ALLO-501a 치료제에 의한 염색체 이상은 탈렌을 이용한 과정에서 DNA 이중나선 절단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DNA를 절단하는 유전자가위의 근본적인 문제라 탈렌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대체한다고 회피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만약 DNA 이중나선 절단이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향후 유전자 교정 치료제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경우 DNA를 절단하지 않으면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염기교정(base editor),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 기술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물론 염기교정 기술과 프라임 에디터 기술 또한 완전무결한 기술은 아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에는 단일가닥만 절단할 수 있는 nCas9 단백질에 사이티딘 탈아미노화 효소 혹은 아데노신 탈아미노화 효소를 부착하여 만들어졌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보통 30~60% 정도로 높은 효율을 보이는 반면, 시토신을 티민으로,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밖에 치환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시토신을 아데닌으로 치환시키는 전좌(transversion·고리 개수가 다른 염기로 치환되는 것)는 불가능하다.
또한 염기교정 도구에 부착된 탈아미노화 효소가 가이드RNA와 관계없이, DNA 유전체 혹은 RNA 전사체 상에 무작위적인 변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프라임 에디터 기술은 nCas9 단백질에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부착하여 개발되었다. 이를 통해 염기 치환뿐 아니라 짧은 DNA 삽입, 결실 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적용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율이 10% 정도로 높지 않고, 설계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역전사 효소에 의한 안전성 문제도 검증되지 않았다.
유전자 편집 응용 시장 규모 2030년까지 13조 원 전망
BIS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응용하는 시장 규모는 의학·농업·산업 등을 포함해 8억4620만 달러(약 1 조 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108억2510만 달러(약 13조 원)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 컬스를 선두로 에디타스메디슨, 올라이프메디컬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노바티스파마슈티컬스, 인티마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수의 기업들이 유전자 편집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는 아직 유전자 편집이 적용된 신약 임상이 개시되지 않았다. 앱클론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CAR-T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4월에 지플러스생명과학과 동종 유래 CAR-T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9월에는 툴젠과 협약을 맺고 고형암을 표적하는 CAR-T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엔세이지와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질환 단백질을 표적하는 CAR-NK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피바이오텍은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을 활용해 현재 개발 중인 EPI-001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발모 효능이 강화된 유전자 편집 모유두세포주를 제작 중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툴젠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크리스퍼 기술로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 및 저해한 유도만능줄기세포주(iPSC·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개발 중이다. 배상수 유전자 교정 분야 전문가로, 한양대학교 화학과에서 생화학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 화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부터 한양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새로운 유전자 교정도구 개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치료제 개발, 식물 품종 개량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선천적인 유전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다.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연구자들은 1990년대 말부터 유전자치료제(Gene Therapy)를 개발하고자 노력해왔다.
전통적으로 유전자치료제는 정상적인 유전자를 바이러스 벡터(vector)에 탑재하여 세포 내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종의 유전자 전달(Gene Transfer)이라 할 수 있다.
유전자를 직접 고치는 ‘유전자 편집 치료제’
기존 유전자치료제와 달리 ‘유전자 편집 치료제(Gene Editing Therapy)’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nuclease) 혹은 염기교정(base editor),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와 같은 유전자 편집 도구를 활용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직접 고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돌연변이가 생긴 유전자를 직접 편집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편집된 유전자는 다른 정상 세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 편집이 실제 이루어지는 조건에 따라 환자의 몸을 기준으로 체외 유전자 편집(ex vivo gene editing) 방식과 체내 유전자 편집(in vivo gene editing) 방식으로 구분된다.
앞서 서술한 전통적인 유전자 치료제와 달리, 유전자 편집 치료제에서는 세포 내로 전달된 유전자 편집도구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지 않다. 유전자 편집도구가 세포 내에서 오래 지속되면 표적 유전자의 교정 효율이 높아지지만, 동시에 다른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표적이탈효과(off-target effect)’가 발생할 확률이 올라간다.
따라서 세포 내로 전달은 잘되면서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 방식의 전달법이 선호된다.
구체적으로 체외 유전자 편집 방식의 경우, 세포의 특성이 중요하다. 즉 환자의 세포를 꺼내 배양할 수 있어야 하고 유전자 편집 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이식했을 때 환자 체내에서 별다른 거부반응 없이 생착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체내 유전자 편집 방식에서는 세포를 꺼내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세포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매우 중요하다. 질환 특성에 맞게 눈, 피부, 근육, 간, 뇌 등 특정 장기로 유전자 편집도구를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텔리아, 첫 체내 유전자 편집 임상 중간 결과 발표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 편집도구를 정맥혈관으로 주입하거나 해당 장기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체외 유전자 편집 방식에 비해 간단하지만 치료제를 전달하는 방법의 안정성 및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난 6월에는 인텔리아테라퓨틱스가 최초로 체내 유전자 편집 임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인텔리아테라퓨틱스는 리제네론파마슈티컬스와 함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ATTR) 치료제인 ‘NTLA-2001’을 개발 중이다.
ATTR은 유전자 변이에 의해서 잘못된 구조를 갖는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이 장기에 축적되며 손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NTLA-2001은 아데닌 염기교정(ABE)을 지질나노입자(LNP)를 통해 간에 전달해 간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함으로써 잘못된 구조를 가진 트랜스티레틴의 생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NTLA-2001의 미국 임상 1상 중간 분석 결과, 0.3mg/kg 투여군 6명의 혈청에서 트랜스티레틴이 평균 87% 감소했다. 28일까지 일부에서 가벼운 부작용이 확인됐다. 임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 인텔리아테라 퓨틱스의 주가는 50% 이상 급등했다.
지난 9월에는 에디타스메디슨이 또 다른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인 ‘EDIT-101’에 대한 임상 1·2상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EDIT-101은 선천성 안과 질환인 레베르 선천성 흑내장(LCA10) 치료제다. LCA10 질환은 CEP290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병으로 시력 저하 및 상실을 유발한다. LCA10의 가장 흔한 형태인 IVS26은 아데닌(A)이 구아닌(G)으로 바뀌어 있는 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EDIT101은 변이가 일어난 부분의 결실(deletion) 혹은 역위(inversion)를 통해 손상된 CEP290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목표한다.
에디타스는 2019년부터 1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EDIT-101에 대한 미국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에디타스는 저용량 투여군 2명 및 중간 용량 투여군 4명에 대해 최대 15개월 간 안전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중간 용량 투여군 3명 중 2명에서 임상의 이점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초기 결과가 확인됐다.
발견된 부작용은 주로 수술 절차 및 망막 주사와 관련된 것으로 경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에디타스의 주가는 임상 결과를 발표한 당일 18.97% 급락했다. 당시 미국 투자은 행인 모건스탠리는 “결과가 결정적이지 않으며 치료 효능을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임상은 2024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몸 밖에서 유전자 교정하는 체외 편집 치료제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세포를 분리하고 유전자 편집 후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식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에 의한 후천성 면역결핍증후군(AIDS) 질환에 대해 처음 시도됐다.
HIV 바이러스가 혈액 속의 면역세포에 침투하기 위해서는 보조 관문의 역할을 하는 CCR5 유전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에 중국 베이징대 연구진은 에이즈와 백혈병에 동시에 걸린 환자들을 선별하여 건강한 사람의 척수에서 추출한 조혈모세포에 유전자 편집 도구를 전달하여 CCR5 유전자를 망가뜨린 후 환자에 이식하였다. 이를 통해 백혈병과 에이즈를 동시에 치료하고자 하였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컬스는 체외 유전자 편집을 기반으로 하는 치료제인 ‘CTX001’을 개발 중이다. 현재 겸형 적혈구 빈혈증(SCD) 및 수혈의존성 베타-지중해 빈혈증(TDT) 치료제에 대한 각각의 미국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겸형 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변이로 인한 적혈구 내 비정상적 헤모글로빈 때문에 적혈구 모양이 뒤틀리고 응집되어 혈관을 폐쇄하는 질환이다. 베타-지중해 빈혈증은 낮은 헤모글로빈 수치로 인해 신체 각 기관에 충분한 산소가 전달되지 못해 여러 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두 질환은 공통적으로 HBB 유전자가 망가져서 발생한다. BCL11A 유전자를 교정해 태아 헤모글로빈의 생성을 높임으로써 환자의 손상된 헤모글로빈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종 CAR-T치료제의 개발에도 유전자가위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CAR-T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몸 밖으로 꺼내 바이럴 벡터를 활용해 CAR를 발현시킨 항암면역치료제다. CAR는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CAR가 발현된 T세포는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작용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최초의 CAR-T치료제인 킴리아는 2017년 8월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기존에 승인받은 CAR-T치료제는 환자 본인의 T세포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동종 CAR-T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건강한 사람에게 공여받은 T세포에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알로진테라퓨틱스, 동종 CAR-T 임상 1상 중단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은 기본적으로 타깃 DNA의 이중나선절단을 목적으로 한다. 2018년에는 이러한 DNA 이중나선 절단이 유전체 구조 변이(genomic rearrangements)나 염색체의 대량결실(large chromosomal deletions) 등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또한, 세포의 건강성 측면 에서도 DNA 이중나선 절단의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DNA 이중나선 절단은 세포에게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건강한 세포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세포 내의 DNA 손상에 반응하는 메커니즘을 주도하는 p53 단백질은 DNA 이중나선 절단이 발생하는 것을 인식하면, 세포 주기를 억류(cell cycle arrest)하거나 세포 자연사(apoptosis)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p53 활성이 높은 인간 다능성 줄기세포(hPSC·human Pluripotent Stem Cell) 등에서는 크리스퍼를 이용한 유전자 편집 효율이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대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인해 이중나선 절단이 일어났음에도 살아남아 유전자 편집이 유도된 세포는 오히려 p53 단백질 활성이 낮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는 돌연변이 세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p53이 활성화된 세포가 건강한 정상 세포에 더 가깝기 때문에 연구자가 유전자 편집으로 얻은 세포들은 건강하지 않은 세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7일에는 미국 FDA가 알로진테라퓨틱스의 동종 CAR-T치료제인 ‘ALLO501a’의 임상 1상을 중단시켰다. ‘ALLO501a’가 투여된 환자 골수에서 생검을 실시한 결과, 염색체 14번에서 손실이 발생한 T세포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알로진은 2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탈렌을 활용해 유전자를 교정했다. 아직 그 원인이 정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염색체 이상이 발생한 원인으로는 유전자 편집 기술의 근본적인 문제, 탈렌의 한계, 바이러스 벡터, 기타 요인 등 다양한 가능성이 추정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세포 분열 과정에서 유전자가위에 의해 염색체가 절단된 채로 세포가 분리돼 염색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현상이 보고됐다. ALLO-501a 치료제에 의한 염색체 이상은 탈렌을 이용한 과정에서 DNA 이중나선 절단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DNA를 절단하는 유전자가위의 근본적인 문제라 탈렌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로 대체한다고 회피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만약 DNA 이중나선 절단이 원인으로 밝혀진다면 향후 유전자 교정 치료제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 경우 DNA를 절단하지 않으면서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염기교정(base editor), 프라임 에디터(prime editor) 기술 등이 각광받을 것이다.
물론 염기교정 기술과 프라임 에디터 기술 또한 완전무결한 기술은 아니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에는 단일가닥만 절단할 수 있는 nCas9 단백질에 사이티딘 탈아미노화 효소 혹은 아데노신 탈아미노화 효소를 부착하여 만들어졌다.
염기교정 유전자가위는 보통 30~60% 정도로 높은 효율을 보이는 반면, 시토신을 티민으로, 아데닌을 구아닌으로 밖에 치환시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즉 시토신을 아데닌으로 치환시키는 전좌(transversion·고리 개수가 다른 염기로 치환되는 것)는 불가능하다.
또한 염기교정 도구에 부착된 탈아미노화 효소가 가이드RNA와 관계없이, DNA 유전체 혹은 RNA 전사체 상에 무작위적인 변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프라임 에디터 기술은 nCas9 단백질에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부착하여 개발되었다. 이를 통해 염기 치환뿐 아니라 짧은 DNA 삽입, 결실 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 적용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효율이 10% 정도로 높지 않고, 설계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역전사 효소에 의한 안전성 문제도 검증되지 않았다.
유전자 편집 응용 시장 규모 2030년까지 13조 원 전망
BIS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응용하는 시장 규모는 의학·농업·산업 등을 포함해 8억4620만 달러(약 1 조 원)에 달한다. 2030년까지 108억2510만 달러(약 13조 원)로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다.
현재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버텍스파마슈티 컬스를 선두로 에디타스메디슨, 올라이프메디컬 사이언스 앤 테크놀로지, 노바티스파마슈티컬스, 인티마바이오사이언스 등 다수의 기업들이 유전자 편집 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국내는 아직 유전자 편집이 적용된 신약 임상이 개시되지 않았다. 앱클론이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한 CAR-T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지난 4월에 지플러스생명과학과 동종 유래 CAR-T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9월에는 툴젠과 협약을 맺고 고형암을 표적하는 CAR-T치료제를 공동개발 중이다. 지난 10월에는 엔세이지와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질환 단백질을 표적하는 CAR-NK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에피바이오텍은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을 활용해 현재 개발 중인 EPI-001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발모 효능이 강화된 유전자 편집 모유두세포주를 제작 중이다.
티앤알바이오팹은 툴젠과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크리스퍼 기술로 면역거부 반응을 억제 및 저해한 유도만능줄기세포주(iPSC·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를 개발 중이다. 배상수 유전자 교정 분야 전문가로, 한양대학교 화학과에서 생화학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교 화학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부터 한양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새로운 유전자 교정도구 개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치료제 개발, 식물 품종 개량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