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급성장에는 퇴직연금 등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연금개미’들도 한몫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예·적금에 넣어뒀던 퇴직연금을 빼 ETF를 사들이는 사람이 늘었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고 퇴직연금 계좌에서 거래할 수 있다.

1일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에 따르면 2019년 1836억원에 불과하던 퇴직연금의 ETF 투자액은 2020년 8084억원, 2021년 1분기 1조3204억원으로 늘어났다.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4개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측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을 통한 ETF 투자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ETF는 투자의 편의성과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는 만큼 퇴직연금 계좌에서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TF 실시간 매매는 증권사 퇴직연금 계좌에서만 가능하다 보니 ETF 투자를 위해 은행에서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맞서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은 신탁 방식으로 ETF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을 내놨다.

업계에서는 올해 해외지수형 ETF 순자산이 늘어난 데에는 연금개미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해외에 상장된 ETF를 담을 수 없는 퇴직연금 계좌 규정으로 인해 국내에 상장된 해외지수형 ETF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도 해외지수형 ETF의 매력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긴 기간 투자해야 하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경우 보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S&P500지수를 추종하는 미국 상장 ETF ‘SPDR S&P500 트러스트(SPY)’의 운용보수는 연 0.09%인데, 동일한 지수를 좇는 국내 상장 ETF ‘KBSTAR 미국S&P500’의 보수는 연 0.021%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서학개미들은 운용사가 공개하지 않는 지수 사용료까지 나름대로 계산한 뒤 투자를 결정할 정도로 운용보수에 민감하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