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설공단이 ‘위험작업 거부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근로자가 스스로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즉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민간기업에 이어 공공기관에도 근로자 작업거부권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서울시설공단은 이달부터 24개 사업장 근로자에게 위험작업 거부권을 전면 보장키로 했다고 1일 발표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어린이대공원, 지하도상가, 고척스카이돔, 청계천, 서울월드컵경기장,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가 안착하면 하도급사 근로자에게도 위험작업 거부권을 확대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위험작업 거부권은 시설 점검이나 보수·정비 작업 시 근로자가 위험하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작업하지 않겠다고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다. 작업 실시 전이거나 작업 중이라도 언제든 하던 일을 중단하고 관리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자 1명이 건물 외벽 작업을 위해 사다리를 이용할 경우 과거에는 어떻게든 주어진 여건 아래 근무했다면, 앞으로는 혼자서 하기에 위험하다고 느끼면 작업을 거부하고 추가 안전장치나 인력 투입을 회사에 요청할 수 있게 된다.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거부권 행사 즉시 해당 작업은 중단된다”며 “필요한 안전보건 조치 이행 후 작업이 재개되며, 작업 거부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작업중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급박한 위험’이라는 조건이 달려 있는 데다 법상 판단 기준이 불분명해서다. 서울시설공단 측은 “일부 건설사는 지난해부터 법상 작업중지권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위험작업 거부권을 적용해왔다”며 “공공기관에선 공단이 처음 도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설공단이 도입한 위험작업 거부권이 근로자 판단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을 앞두고 고의로 연달아 작업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은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근로자가 작업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부서에서 1차로 심의한 후 부당한 거부 땐 즉시 재개토록 한다.

해당 부서에서 판단이 곤란한 경우에는 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로 이관해 판단할 계획이다. 조성일 서울시설공단 이사장은 “위험작업 거부권은 사전에 미처 예측하지 못한 위험까지도 실시간으로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풍수해나 제설 등 직원과 시민의 안전이 상충될 땐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