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1일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디폴트옵션이란 가입자가 별도로 적립금 운용 방법을 지정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특정 방법이 적용되도록 일종의 기본값을 정해놓는 제도다.

현재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은 가입자인 근로자가 직접 펀드 등을 통해 운용이 가능하나 자산 운용의 전문성이나 관심이 부족해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의 총 적립금액은 약 255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지만, 수익률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85%에 불과하다.

개정안에 따르면 퇴직연금 사업자는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해 가입자에게 사전지정운용방법을 제시한다. 근로자는 제시된 사전지정운용방법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해야 한다. 근로자가 퇴직연금 가입일로부터 4주가 지날 때까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적립금이 미리 선택했던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운용된다”고 통지해야 한다. 통지 이후 2주 이내에도 가입 근로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지정된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된다.

사전지정운용방법 상품으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혼합형펀드, 머니마켓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원리금보장상품 등이 있다. 원리금보장상품을 포함하는 것은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여야 합의 과정에서 포함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