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다주택자 양도세 둘러싸고 충돌…시장은 "또 간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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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검토" 나서자
정부 "논의한 적도, 추진 계획도 없다" 저지
정부 "논의한 적도, 추진 계획도 없다" 저지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주택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내놓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습니다."-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자 기획재정부가 공개적으로 찬물을 끼얹으면서 당정 갈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는 정부내에서 논의된 바 전혀 없습니다.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립니다."-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제4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모두발언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완화 조치는 정부에서 논의된 바 전혀 없고, 추진 계획도 없음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회의 안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가던 홍 부총리는 "한 가지 말씀을 덧붙이고자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를 한시 인하하는 경우 입법 과정에서 절세를 기대한 기존 매물 회수 등으로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정책 신뢰도 훼손,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박탈감을 야기하는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회의 시간을 따로 할애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재부도 전일 늦게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자리잡은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정책에 따라 다주택 상황을 해소한 사람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 등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정부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 도중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당 차원에서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입장에 대해 배제하지 않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보유세가 올라서 (주택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때문에 내놓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같은 날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성환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주택자 양도세를 일시 인하하는 방안이나 이런 건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양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세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라 가지고 있어도 부담, 팔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주택 양도 중과세율을 10% 포인트 상향하는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지난 6월 시행했다. 2주택자는 기본 세율(6∼45%)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30%포인트를 더해 최고 75%의 양도세율을 적용받게 됐다.
여기에 더해 종합부동산세도 중과했다. 올해 종부세 산정 기준인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상승률은 14년 만의 최대 폭인 19.09%에 달한다.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0.6~3.2%에서 1.2~6.0%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양도세와 종부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집을 보유하는 것도, 처분하는 것도 어렵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심이 급격히 악화됨에 따라 여당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하루 만에 단호하게 반대 뜻을 밝힌 것이다.
여당과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인하를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향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안 된다며 간보다 선거 임박해서 될수도 있다고 하는 것 아니냐", "표 얻으려는 정치적 쇼 아니었겠느냐", "정책에 일관성이란 게 있기는 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매물을 늘리려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 1주택자가 내놓는 매물은 대부분 갈아타기 수요이고 취득세 등도 그대로이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 높여온 다주택자 양도세를 인하하면 정책 신뢰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려면 다주택자 양도세의 현격한 완화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버티면 결국 완화된다는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