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원 김모씨는 국내 최대 리셀(중고거래) 플랫폼인 네이버 크림에서 자신이 찾던 ‘나이키 오프화이트 덩크로우 운동화’를 발견하고 급히 결제를 진행했다. 이 운동화의 원래 가격은 60만원대. 하지만 김씨가 낙찰 받은 금액은 698만원이었다. 판매자가 69만8000원인 운동화를 698만원으로 실수로 잘못 올려 놓았는데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네이버 크림의 '빠른배송' 시스템을 이용해 구매했기 때문에 상품은 이미 구매자에게 발송되고 환불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김씨는 뒤늦게 이사실을 알아차리고 크림 측에 “뒤에 ‘0’이 하나 더 붙어있던 것을 몰라 입찰했으니 환불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환불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는 “630만원을 날렸다는 생각에 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독] 나이키 운동화 '0' 하나 더 붙여 낙찰…"630만원 날렸다"
최근 나이키 운동화나 고가 핸드백 등 희소한 상품의 재판매를 돕는 ‘리셀 플랫폼’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 대한 보호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셀 플랫폼은 개인 간 상품 거래를 도와주고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중개 거래 플랫폼이다. 국내에는 네이버 크림과 무신사 솔드아웃 등이 있다.

리셀 플랫폼은 상품에 대한 환불이나 교환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들어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은 사업자와 개인 간 상품을 거래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11번가에 환불이나 교환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리셀 플랫폼은 회사가 매매 당사자가 아니라 중개업자이기 때문에 환불을 요구할 수 없다. 네이버 크림 측은 “매매 당사자 간 상호합의된 거래에 대해 취소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라고 말했다.

리셀 플랫폼에는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데 대한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원회는 이 때문에 리셀 플랫폼의 △지나친 청약철회 제한 △일방적인 수수료 조정 △과도한 회사 면책조항 등을 중심으로 불공정 약관을 개정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 거래 시스템에서는 100만원 물건을 실수로 1000만원으로 낙찰받아도 환불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리셀 플랫폼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데 소비자의 권리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리셀 플랫폼 측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소비자가 환불받기 어려운 구조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원 간 손해 발생시 사업자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을 시정했지만 중개 역할을 하는 만큼 기업에 책임을 강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셀 플랫폼이 환불해준 사례도 있다. 글로벌 1위 리셀 플랫폼 스톡엑스는 개인의 실수로 인한 구매에 대해 환불해주도록 했다. 스톡엑스 관계자는 “단순변심의 경우는 환불이 어렵지만 실수로 인한 결제는 비용을 떠안고 환불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