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되나..미국 경쟁당국도 제동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영국 ARM 인수를 금지하는 법적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제동이 걸리면서 내년에 이 거래를 마무리지으려는 엔비디아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이번 조치가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8월 400억 달러를 주고 소프트뱅로부터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FTC는 이날 발표문에서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경쟁업체들이 자체 칩을 개발하기 위해 의존하는 기술과 디자인 등을 가지고 있는 회사를 엔비디아가 지배하게 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2% 오르며 이 소식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ARM은 반도체 칩의 원천 특허를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술의 핵심 공급원이다. 퀄컴 칩을 사용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 기기를 포함해 스마트폰에 전원을 공급하는 거의 모든 모바일 프로세서의 핵심 기술과 특허를 ARM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ARM의 중립적 기술 공급 기능이 훼손될 것으로 우려했다. 엔비디아가 경쟁업체들이 ARM의 기술을 쓸 수 없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성명에서 "이번 합병으로 엔비디아가 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해 경쟁자들을 약화시키고 경쟁을 줄이며 궁극적으로 제품 품질을 저하시키는 한편 혁신을 줄이고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있어 선택권을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FTC는 이번엔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월 유럽연합(EU)도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영국 경쟁시장청도 지난 8월 최장 24주 간 심층 심사에 들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엔비디아 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인수가 업계에 이익을 주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ARM의 오픈 라이선스 모델을 보존하고 지식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FTC의 자체 심판은 내년 8월9일 시작될 예정이다. FTC는 이 절차를 거쳐 이번 사건을 연방법원에 제기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갖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