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저가매수 마지막 기회냐, 데드캣 바운스냐
시장 변동성은 확연히 커졌습니다. 추수감사절(11월 25일) 이전에는 15~16에 머물던 변동성지수(VIX)가 이후 2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일(현지시간)에도 10% 내렸지만 28 안팎에 머물렀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우려, 그리고 미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 방향을 틀고 있는 게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는 탓으로 보입니다.

월가의 시장정보회사인 바이털 날리지는 "시장이 오미크론에 대해 걱정하는 건 감염자 급증 등 공중 보건과 관련된 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Fed가 더 빨리 긴축하게 할 가능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메릴의 니라드리 머커지 전략가는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가장 가까운 미래에 가장 큰 위협은 바이러스와 관련된 뉴스지만 2022년 시장 전체의 가장 큰 위험은 인플레이션"이라며 "소비자물가가 6%에 달하는데 오미크론 변이가 실제 추가 봉쇄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 내년 1, 2월에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2일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큰 폭으로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1.82%, S&P500은 1.42% 올라 전날 하락 폭 이상을 만회했습니다. 나스닥은 0.83% 상승했습니다. '아이폰13 수요가 저조하다'라는 뉴스가 나온 애플이 0.6% 하락하는 바람에 나스닥만 전날 내림 폭을 모두 되찾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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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관계자는 "며칠 사이에 S&P500 지수가 4% 넘게 떨어진 만 만큼 어느 정도 반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 델타 변이 때도 5% 떨어지고는 반등했다. 특히 전날 3시 이후 급락세는 이유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CNBC의 밥 바사니 주식평론가는 "시장은 이날 뉴스의 좋은 쪽만 보기로 한 것 같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맞습니다. 이날 미국에서 두 번째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미네소타주에서 발견된 이 감염자는 지난달 19~21일 뉴욕 여행을 다녀왔으며 가벼운 증상을 보인 뒤 회복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즉 뉴욕에 이미 감염자가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뉴욕주에서는 이날 감염자가 1만1300명을 기록, 지난 1월 이후 하루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세 번째 오미크론 환자도 콜로라도주에서 발견됐습니다.

또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립전염병연구소(NICD) 등은 역학 데이터 등을 분석해 오미크론이 변이의 재감염 위험이 델타 변이보다 3배나 높다고 밝혔습니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오미크론이 몇 달 이내에 역내에서 코로나 감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24시간 내 음성 판정을 받도록 방역 지침을 강화했습니다. 하지만 증시는 "대응 계획은 봉쇄 조치를 포함하지 않으며 아이들도 계속 학교에 다닐 것"이라고 밝힌 멘트에 주목했습니다.

이에 항공 호텔 크루즈 등 여행주들이 폭등하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델타항공이 9.3% 폭등하는 등 항공주 모두가 6% 이상 상승했습니다. 세계 각국이 여행을 규제하고 미국도 입국 수위를 높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한 겁니다.

또 보잉(7.5%) 디즈니(3.55%) 하니웰(2.30%) 등 대표적 가치주들도 폭등했습니다. 보잉의 경우 중국 항공당국이 737 맥스 기종의 운항 재개를 승인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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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S&P 500의 11개 섹터 모두가 상승한 가운데 산업(2.89%) 금융(2.83%) 에너지(2.81%) 등 경기민감 업종이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이는 JP모간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전략가가 전날 펴낸 보고서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초기 자료들을 봤을 때 오미크론이 전염성이 더 높지만 덜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면서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가 더 심각한 변이를 몰아낸다면 오미크론은 치명적 팬데믹을 계절성 독감과 비슷한 것으로 바꾸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런 발전과정은 과거 유행병의 역사적 패턴과 부합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민감주, 원자재, 경제 재개 관련주에 대한 매도를 저가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는 작년 3월 말 코로나 발생으로 주가가 급락했을 때 매수를 권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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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27일)는 2만8000건 증가한 22만2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1969년 이래 최저 기록이었던 전주(19만4000건)보다는 늘었지만, 월가 예상(24만 건)을 웃도는 좋은 결과였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작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구인난이 심각해지자 해고가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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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내일 발표되는 11월 신규고용도 좋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월가는 신규고용 54만 8000명 증가, 실업률 4.5%(전월 4.6%)를 예상합니다. 다만 노동참여율은 전달보다 0.1%포인트만 높은 61.7% 수준으로 꾸준히 정체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작년 2월의 63.3%보다 낮은 겁니다.

Fed가 긴축 정책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환경입니다. 실제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에서 '일시적' 이란 봉인을 해제한 뒤 Fed 인사들은 맘껏 자기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달 말 퇴임하는 한 랜들 퀄스 이사는 "우리는 군대(인플레이션)가 우리 위에 행군하도록 내버려 두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래서 군대가 우리에게 닥쳤고 이제 우리는 발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현재의 높은 수준에서 후퇴하지 않는다면 Fed가 내년 기준금리 목표를 인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그런 위치(금리 인상)에 도달하기 위해 Fed가 채권매입액을 축소하는 속도를 가속화해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도 "Fed는 아마도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는 계획을 세우기 시작해야 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위험자산 선호 속에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전반적으로 금리가 오르긴 했지만, 골고루 오르진 않았습니다. 여전히 단기물이 장기물보다 상승 폭이 컸습니다. 이날 30년물은 3bp가량 상승해 1.77%에 달했지만 5년물이 7bp 상승하면서 5년물 국채와 30년물 채권의 수익률 차이는 55bp까지 줄었습니다. 일주일 전에 비해 20bp나 감소한 것으로 2020년 3월 이후 가장 적습니다.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상당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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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플레이션 관련해선 약간씩 긍정적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OPEC+는 이날 열린 각료회의에서 현재의 하루 40만 배럴 증산 규모를 1월에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애초 오미크론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반영해 20만 배럴, 혹은 늘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애초 예정된 증산 계획을 그대로 지키기로 한 것입니다. 월가에서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압력을 사우디아라비아에 행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우디와 함께 OPEC+를 좌지우지하는 러시아도 40만 배럴 증산을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소식이 나온 직후 유가는 약 2% 급락했지만, 오후에 상승세로 전환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93달러(1.4%) 오른 배럴당 66.5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OPEC+가 "필요한 경우 즉각적인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며 "회의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오일 슈퍼사이클'을 주장해온 골드만삭스도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 같다며 살짝 뒤로 물러섰습니다.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이번 주 21% 급락했습니다. 미국의 겨울 날씨가 온화할 것이라는 예보가 잇따르고 있는 덕분입니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안정된다면 물가에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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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3 수요 약화도 인플레이션에는 긍정적 소식입니다. 현재의 물가가 높아진 데는 과열된 상품 수요가 큰 몫을 했으니까요. UBS의 폴 도너번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선진국 경제에서는 상품에 대한 이례적 수요가 지배적인 이야기였다. 예외적 수요는 지속할 수 없으며, 정상화가 2022년 지배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미국의 저소득 소비층의 물가 우려, 애플의 수요 감소 등은 이를 나타낸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수요가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 소비가 지난해보다 감소했고, 주요 항구에서의 적체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어제 장세를 내일 반복할 수 있다. 오늘 반등하고 내일 내리는 등 오미크론의 정체가 드러날 때까지는 시장 변동성은 계속 클 것"이라며 "시간을 갖고 대응하는 게 낫다"라고 조언했습니다.

UBS는 이날 "투자자들이 더욱 냉정한 평가를 위해 성급한 판단을 피해야 한다고 믿는다"라면서 오미크론 관련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습니다.

① 기본 시나리오

백신은 충분한 면역을 유지한다. 오미크론의 증상은 기존 변이보다 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각국 정부는 봉쇄보다는 부스터 접종, 마스크 착용 강화 등을 선택한다. 시장의 초점은 경제 성장과 이익에 대한 긍정적 전망으로 다시 옮겨간다. 유로존, 일본, 에너지, 금융 등 최근 오미크론 소식으로 급락한 자산을 매수하는 게 유리하다.

② 가장 약세 시나리오

오미크론은 델타 변이보다 훨씬 더 해로운 것으로 판명된다. 백신 면역 능력을 떨어뜨리고 심각한 증세를 일으킨다. 정부는 확산을 통제하기 위해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주식 시장은 10~15% 범위에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기존 백신 플랫폼과 새로운 항바이러스제가 장기적 위험은 낮출 수 있으므로 2020년 3월과 같은 매우 부정적인 시장 움직임이 반복될 가능성은 작다.

③ 약세 시나리오

오미크론은 약간 더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며 백신 면역 능력을 조금 더 낮춘다. 정부는 경제 활동에 부분적 제한을 부과한다. 이런 제한은 노동시장 및 공급망 정상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고 통화정책 긴축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더 긴축적인 통화정책 및 느린 성장으로 인해 많은 자산이 긍정적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④ 강세 시나리오

오미크론은 전염성이 높지만 감염된 사람들은 가벼운 증상만 보인다. 이것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풍토병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일 수 있다. 정부는 독감 등 다른 호흡기 질환처럼 대응한다. 정상으로의 빠른 복귀 및 공급망 회복을 볼 수 있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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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는 "과학적 데이터가 명확한 그림을 제공할 때까지 불확실성의 기간에 침착해야 한다고 믿는다.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에서 성급하게 후퇴하는 걸 피해야 한다. 대신 자산 다각화를 권하며, 헬스케어 등 경기방어적 자산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방법은 다음 몇 주 동안 단계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