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돈이 많이 풀릴수록 물가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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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생글생글 공화국’에 돈이 1억원만 발행됐다고 가정합시다. 생글생글 나라에 다른 것은 없고 똑같이 생긴 집이 10채만 있다고 또 가정합니다. 집 한 채 가격은 1000만원일 겁니다. 어느 날 생글 국가의 정부가 돈을 10억원으로 늘렸다고 합시다. 한 채 가격은 당연히 1억원으로 오를 겁니다. 집은 그대로인데 가격은 10배나 뛰었습니다.
‘돈 증가→가격 오름’ 과정, 즉 ‘통화량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궁금해한 경제학자는 많았습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그중 한 명이었죠. 어빙 피셔(Irving Fisher·1867~1947)라는 경제학자는 경제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계량경제학자답게 방정식 하나를 만들어 유명해졌습니다. ‘MV=PY’. 경제학을 배우면 만나게 되는 ‘화폐수량 방정식’입니다. M은 통화량(money), V는 돈이 사람 사이에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속도(velocity), P는 물가(price), Y는 산출량(yield)을 뜻합니다. 통화량에 통화유통속도를 곱하면, 산출량에 가격을 곱한 값과 같다는 뜻입니다. 어렵나요?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생글나라에 통화량이 50원, 1년간 계란 생산량은 100판, 1판 가격은 10원이라고 합시다. MV=PY에 대입시켜 보죠. 50×V=100×10일 겁니다. 그럼 V가 구해집니다. V는 20입니다. 50원이 20번 돌면 가격으로 표시한 산출량과 같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V 즉 통화속도는 한 나라에서 갑자기 확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거의 변화가 없지요. 그래서 V는 고정값으로 볼 수 있어요. Y 즉 산출량은 노동, 자본, 기술 투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Y도 통화량과 독립적입니다. V와 Y를 변수에서 제외하면 M=P만 남게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통화량이 증가하면 정비례해서 물가는 오른다’입니다.
《맨큐 경제학》을 쓴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경제학 10대 기본원리 중 아홉 번째 원리로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를 꼽았죠. 그는 통화량과 명목GDP(PxY)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미국의 그래프를 《맨큐 경제학》에 실었습니다. 맨큐는 또 물가와 통화량 관계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독일의 과거 사례도 그래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맨큐 경제학》 제30장을 한번 보세요. 피셔 방정식이 알려주는 교훈은 ‘돈을 많이 풀면 물가가 폭등해서 경제에 안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지닌 경제학자도 있었습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가 돈을 풀어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면,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고 돈을 가진 사람은 이것저것 사는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들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그러면 일자리가 생겨서 결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이죠.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입니다. 한동안 케인스의 이론은 잘 들어맞는 듯했습니다. 정부는 돈을 적극적으로 풀었고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는 케인스 이론은 틀렸고 피셔 이론이 맞다고 했습니다. 케인스의 주장대로 돈을 풀었는데 물가만 오르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현상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한 겁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프리드먼은 정부가 통화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경제만 더 나빠진다고 했어요.
무엇이든 많이 생산되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이 생산(발행)돼 유통되면, 돈의 가치 역시 하락합니다. 돈의 가치 하락은 곧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죠. 단기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통화량 변수 외에 다른 변수, 예를 들어 급격한 정부정책 변화와 기술변화 같은 이유로 변동합니다만, 대부분은 통화량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빙 피셔, 케인스,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을 제시문으로 내놓고 주장의 차이를 비교하라는 논술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한국 부동산 가격 추이를 5면에서 화폐수량설로 들여다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통화량과 물가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맨큐 경제학》에서 찾아보자.
3. 밀턴 프리드먼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의 핵심을 알아보자.
‘돈 증가→가격 오름’ 과정, 즉 ‘통화량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궁금해한 경제학자는 많았습니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도 그중 한 명이었죠. 어빙 피셔(Irving Fisher·1867~1947)라는 경제학자는 경제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계량경제학자답게 방정식 하나를 만들어 유명해졌습니다. ‘MV=PY’. 경제학을 배우면 만나게 되는 ‘화폐수량 방정식’입니다. M은 통화량(money), V는 돈이 사람 사이에 얼마나 빨리 이동하는지를 나타내는 속도(velocity), P는 물가(price), Y는 산출량(yield)을 뜻합니다. 통화량에 통화유통속도를 곱하면, 산출량에 가격을 곱한 값과 같다는 뜻입니다. 어렵나요?
이렇게 생각해 봅시다. 생글나라에 통화량이 50원, 1년간 계란 생산량은 100판, 1판 가격은 10원이라고 합시다. MV=PY에 대입시켜 보죠. 50×V=100×10일 겁니다. 그럼 V가 구해집니다. V는 20입니다. 50원이 20번 돌면 가격으로 표시한 산출량과 같다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V 즉 통화속도는 한 나라에서 갑자기 확 빨라지거나 느려지지 않는 특징을 지녔습니다. 거의 변화가 없지요. 그래서 V는 고정값으로 볼 수 있어요. Y 즉 산출량은 노동, 자본, 기술 투입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Y도 통화량과 독립적입니다. V와 Y를 변수에서 제외하면 M=P만 남게 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통화량이 증가하면 정비례해서 물가는 오른다’입니다.
《맨큐 경제학》을 쓴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경제학 10대 기본원리 중 아홉 번째 원리로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물가는 상승한다’를 꼽았죠. 그는 통화량과 명목GDP(PxY)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미국의 그래프를 《맨큐 경제학》에 실었습니다. 맨큐는 또 물가와 통화량 관계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폴란드, 독일의 과거 사례도 그래프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맨큐 경제학》 제30장을 한번 보세요. 피셔 방정식이 알려주는 교훈은 ‘돈을 많이 풀면 물가가 폭등해서 경제에 안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지닌 경제학자도 있었습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가 돈을 풀어서 유효수요를 창출해야 경기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가 돈을 풀면, 사람들 주머니에 돈이 들어가고 돈을 가진 사람은 이것저것 사는 수요를 창출하고, 기업들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을 늘리고, 그러면 일자리가 생겨서 결국 경기가 좋아진다는 것이죠. 케인스의 ‘유효수요 이론’입니다. 한동안 케인스의 이론은 잘 들어맞는 듯했습니다. 정부는 돈을 적극적으로 풀었고 정치적으로 인기를 얻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후반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는 케인스 이론은 틀렸고 피셔 이론이 맞다고 했습니다. 케인스의 주장대로 돈을 풀었는데 물가만 오르고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현상 즉,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발생한 겁니다. 인플레이션과 실업이 동시에 발생한다는 게 스태그플레이션입니다. 프리드먼은 정부가 통화량을 지나치게 늘리면 경제만 더 나빠진다고 했어요.
무엇이든 많이 생산되면 가치가 떨어집니다. 돈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이 많이 생산(발행)돼 유통되면, 돈의 가치 역시 하락합니다. 돈의 가치 하락은 곧 부동산과 같은 자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죠. 단기적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통화량 변수 외에 다른 변수, 예를 들어 급격한 정부정책 변화와 기술변화 같은 이유로 변동합니다만, 대부분은 통화량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빙 피셔, 케인스, 밀턴 프리드먼의 주장을 제시문으로 내놓고 주장의 차이를 비교하라는 논술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한국 부동산 가격 추이를 5면에서 화폐수량설로 들여다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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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빙 피셔라는 경제학자가 주장한 화폐수량방정식의 기본 구조를 알아보자.2. 통화량과 물가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맨큐 경제학》에서 찾아보자.
3. 밀턴 프리드먼의 스태그플레이션과 케인스의 유효수요이론의 핵심을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