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늘어나는 소년 범죄…'촉법소년' 연령 낮춰 처벌 강화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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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를 저질러도 일정한 나이가 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가정법원 등을 통해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한국은 일본과 같이 그 기준이 만 14세다. 10~14세 미성년자 중 범법 행위자를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고 한다. 이런 촉법소년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많아졌다. 촉법소년의 나이 기준을 낮춰 형사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는 대선 공약도 나왔다. 비슷한 법안까지 발의돼 있다. 반대론도 만만찮다. 처벌 강화로 소년 범죄를 줄이기 어렵고, 성장 단계 미성년에 대해서는 최대한 훈육·교화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하는 게 실효가 있을까.
이런 촉법소년이 매년 늘어난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2018년 7364명에서 2019년 8615명, 2020년엔 9176명으로 급증했다. 곧 연간 1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재범률도 높아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33%, 3명중 1명꼴로 범죄를 다시 일으킨다. 3회 이상 재범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성년자라며 엄벌하는 대신 ‘봐주기’로 대응해온 결과다. 결국 촉법소년 제도를 없애거나 최소한 더 강화해야 한다. 소년 범죄라지만 상습화되고 갈수록 지능화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보호자 위탁 등 보호 제도도 보호자의 의지나 능력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효과를 낼 뿐, 어려운 가정에서 방치되면 많은 촉법소년이 재차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소년보호시설에 상담과 인성 위주의 교육, 사회 진출 및 타인과의 교류 관련 프로그램이 있지만 재범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호처분 상태로 위탁시설에서 서로 범죄를 배우는 일도 있다. 처벌 강화로 일벌백계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대응책이다.
그렇게 본다면 소년 범죄는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재범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과 이런 방향에서의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에서도 좀 더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프로그램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청소년 범죄, 촉법소년 문제는 가정-학교-지역사회-국가 모두가 관련된 종합적 사회문제다. 미국엔 촉법소년 개념이나 법·제도는 없지만, 낮은 연령의 청소년 범죄 행위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잘 갖춰져 있다. 법원이 어떤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할지 살피는데, 이 같은 관행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처벌 강화로 촉법소년이 줄어들고 이들의 재범률이 떨어진다면 처벌 수위를 높이도록 촉법 연령을 낮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의 현안만 봐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과제로 꾸준히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교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과 비행 청소년 대응 전문가를 국가 사회적으로 잘 육성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심지어 만 12세로 낮추자는 형법 개정안도 국회에 이미 두 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없다. 법적 제도는 없지만 지역사회가 나서 보호 관찰 교육을 해나가는 미국의 교정 문화를 보면 법률에 전적으로 기댈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차분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게 성숙한 사회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표만 생각하는 한국적 정치풍토의 한계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찬성] "범죄 저질러도 교도소 안간다"…소년 범죄 3명 중 1명 다시 범행
최근 벌어진 몇 건의 소년 범죄를 돌아보면 무엇이 해법이고, 어떤 결론이 필요한지 바로 알 수 있다. 대구의 한 식당에서 13~15세 중학생 3명이 주인을 위협하고 행패를 부리다 경찰에 입건됐다. 이들은 식당 앞에서 자주 담배를 피우다 주인이 타이르자 두 차례에 걸쳐 손님을 내쫓고 식당 집기를 파손했다. 놀라운 것은 이들이 “우리는 사람 죽여도 교도소에 안 간다”고 했다는 것이다. 촉법소년 제도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서울 일대에서 이틀 새 차량 4대를 훔치고, 무면허 운전까지 하다 붙잡힌 촉법소년 3명도 있었다. 이들도 여러 차례 잡혔지만 형사 처벌을 받지 않으면서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 무면허 운전, 절도, 사기 등으로 장기보호관찰, 야간외출제한 명령을 받은 뒤에 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행태의 소년도 적지 않다.이런 촉법소년이 매년 늘어난다. 경찰청 집계를 보면 2018년 7364명에서 2019년 8615명, 2020년엔 9176명으로 급증했다. 곧 연간 1만 명을 넘을 전망이다. 재범률도 높아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33%, 3명중 1명꼴로 범죄를 다시 일으킨다. 3회 이상 재범률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성년자라며 엄벌하는 대신 ‘봐주기’로 대응해온 결과다. 결국 촉법소년 제도를 없애거나 최소한 더 강화해야 한다. 소년 범죄라지만 상습화되고 갈수록 지능화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보호자 위탁 등 보호 제도도 보호자의 의지나 능력이 제대로 갖춰졌을 때 효과를 낼 뿐, 어려운 가정에서 방치되면 많은 촉법소년이 재차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소년보호시설에 상담과 인성 위주의 교육, 사회 진출 및 타인과의 교류 관련 프로그램이 있지만 재범률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호처분 상태로 위탁시설에서 서로 범죄를 배우는 일도 있다. 처벌 강화로 일벌백계하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적 대응책이다.
[반대] 인격·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처벌 강화보다 보호와 훈육에 중점을
청소년은 인격적으로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말 그대로 미성년자다. 선악과 가치 판단이 부족한데, 범죄에 노출되기는 쉬운 시기다. 성장 과정에있는 이런 학생은 사회 전체가 책임을 더 느끼며 교화와 지도, 훈육 중심으로 정상적인 성인이 되도록 이끌고 살펴줄 필요가 있다. 그런 노력을 당사자는 물론 개별 가정에만 맡겨둘 수도 없다. 예전과 달리 부모 중 한쪽과만 생활하는 경우도 많고,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되면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도 적지 않다. 학교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심정으로 보살피면서 안고 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처벌 강화만이 해법은 아니다.그렇게 본다면 소년 범죄는 예방이 가장 좋은 방법이며, 재범률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과 이런 방향에서의 복지 확대가 필요하다. 각급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가에서도 좀 더 효율적이고 종합적인 대응 프로그램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청소년 범죄, 촉법소년 문제는 가정-학교-지역사회-국가 모두가 관련된 종합적 사회문제다. 미국엔 촉법소년 개념이나 법·제도는 없지만, 낮은 연령의 청소년 범죄 행위에 대한 지역사회 차원의 대응 프로그램이 지역별로 잘 갖춰져 있다. 법원이 어떤 처분을 내리기에 앞서 어떤 프로그램을 적용할지 살피는데, 이 같은 관행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처벌 강화로 촉법소년이 줄어들고 이들의 재범률이 떨어진다면 처벌 수위를 높이도록 촉법 연령을 낮추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당장의 현안만 봐서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과제로 꾸준히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학교가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과 비행 청소년 대응 전문가를 국가 사회적으로 잘 육성해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 생각하기 - 촉법소년 '보호처분' 종류만 10여 가지…정부·국회 관심 더 가져야
문제 청소년을 사실상 방치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보호시설이 존재하지만 갇혀 있는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문제 학생이 적지 않다. 형법·소년법 등에 따르면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10여 가지에 달한다. 보호자 위탁부터 소년원 송치에 이르기까지 방식도 다양하다. 종류가 다양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해법 마련이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촉법소년 연령을 만 13세, 심지어 만 12세로 낮추자는 형법 개정안도 국회에 이미 두 건이나 발의돼 있지만 논의는 없다. 법적 제도는 없지만 지역사회가 나서 보호 관찰 교육을 해나가는 미국의 교정 문화를 보면 법률에 전적으로 기댈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차분하고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게 성숙한 사회다. 하지만 정부도 국회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표만 생각하는 한국적 정치풍토의 한계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