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스코케미칼은 지난 2일 양극재 합작사를 세워 북미지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립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 회사가 아니라 배터리 소재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급 호재에도 포스코케미칼 주가는 오히려 5.4% 하락했다. 이날 배터리 소재주 전반에서 수요가 빠져나간 것도 영향을 미쳤다.

3일에도 상승폭은 크지 않았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날 0.67% 오른 1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스코케미칼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양산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통상 양극재 공장이 연산 3만t 단위로 건설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미 공장도 1단계는 비슷한 규모가 될 전망이다. 최근 평균 판매가인 ㎏당 30달러로 단순 계산하면 1조원 규모다. 이미 포스코케미칼은 전남 광양 공장이 완공되면 얼티엄셀즈(GM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 법인)에 연산 6만t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합작사 설립 이후 예상되는 양극재 양산 규모가 예상보다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동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에코프로비엠이 지난 9월 SK이노베이션과 10조원 규모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던 것에 비하면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추가 증설이 가능한 데다 포스코케미칼이 이번 합작을 계기로 GM의 까다로운 품질테스트를 통과한 것에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향후 완성차 기업들과의 협업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많은 완성차 기업이 배터리 내재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완성차 기업과 소재 기업 간 합종연횡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오랜 연구개발(R&D)과 노하우가 중요한 소재는 쉽게 내재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완성차 기업들이 소재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요 양극재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이날 5.9% 상승하며 그동안의 하락폭을 만회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