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의 구속에 연이어 실패하자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수사의 기본도 모르고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손 검사에 대한 위법적 수사, 친여 성향 인사 봐주기 수사 등의 논란이 겹치면서 ‘공수처 폐지론’ 부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는 분위기다.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지난 2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손 검사는 또다시 구속을 피했다. 법원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고 구속 사유와 필요성 등에 대한 소명도 충분하지 않다”며 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와 함께 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이 첨부돼 있던 텔레그램 메시지를 단서로 삼아 지난 9월부터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 대해 10월 20일 체포영장, 23일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이후 있었던 두 차례 강도 높은 소환 조사에도 손 검사의 혐의를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법원으로부터 수사가 미진하다는 판정을 거듭 받게 됐다. 손 검사뿐 아니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 함께 입건된 피의자들이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판사 사찰 의혹’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오는 6일 손 검사에 대한 3차 소환 조사를 요청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부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원은 “구속영장 발부에 고도의 개연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며 “이에 필요한 증명조차 되지 않았다면 영장의 내용 자체가 부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공수처가 체포·구속영장을 단순히 수사 편의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달 26일 손 검사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청구된 뒤 “피의자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방어권을 인정하지 않고,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거듭 청구하는 등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폐지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11개월을 맞았으나 직접 수사에 나선 12개 사건 가운데 조희연 서울교육감 특혜 채용 의혹 1건에 대해서만 가까스로 검찰에 기소유지 의견을 내 수사력 부족 논란을 키웠다.

수사 중인 나머지 11건 중 4건이 윤 후보와 관련된 사건이어서 표적수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출금 수사를 무마한 혐의를 받는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휴일에 관용차에 태워 공수처 청사로 불러들여 면담했다가 ‘황제 조사’ 비판까지 받은 바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